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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연 353잔 마시는 커피, 찌꺼기로 테이블·선글라스 만든다

초콜릿 빛으로 잘 구워진 원두를 갈아 커피 머신에 넣고 진한 커피(에스프레소) 한 잔을 추출한다. 감미로운 커피 한 잔을 만들어낸 뒤 버려지는 원두는 어느 정도일까. 놀랍게도 부피로만 따지면 약 0.2%의 원두만이 컵으로, 나머지 99.8%의 원두는 버려진다.   
이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원두의 약 99.08%가 버려진다.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사진 카페폼 인스타그램]

이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원두의 약 99.08%가 버려진다.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사진 카페폼 인스타그램]

 

必환경 라이프⑩ 커피 찌꺼기 재활용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낸 ‘커피 산업의 5가지 트렌드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커피 산업 매출액 규모는 6조8000억원이다. 특히 커피 전문점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6년 매출 약 3조5000억원에서 2018년 약 4조3000억원으로 늘어 국내 커피 산업 시장 규모 확대를 이끌었다.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약 353잔. 이는 세계 인구 연간 1인당 소비량인 132잔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이다.  
 
자연히 커피를 만들고 난 부산물(커피 찌꺼기‧커피박)도 늘었다. 매년 세계적으로 1000만톤이 넘는 커피 부산물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 찌꺼기는 2014년 약 10만7000여 톤이 발생했다. 이마저도 매년 늘어나는 실정이다.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나날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커피 시장. 우리나라 사람 한 명이 한 해 동안 마시는 커피는 무려 353잔이다. [사진 중앙포토]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나날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커피 시장. 우리나라 사람 한 명이 한 해 동안 마시는 커피는 무려 353잔이다. [사진 중앙포토]

 
커피 찌꺼기에는 질소와 카페인 성분이 많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 비료로 쓰일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양은 땅을 산성화시킨다. 대부분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려져 매각 또는 소각된다. 지난해 5월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커피 찌꺼기도 수집‧운반‧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재활용을 위한 수거 비용이 많이 들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 자원순환과에 따르면 하루 100여 톤(추정) 정도만이 재활용 처리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재활용된 커피 부산물의 양은 241톤이다. 이는 전체 10만여 톤이 넘는 커피 부산물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커피를 내리고 난 뒤 부산물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사진 unsplash]

커피를 내리고 난 뒤 부산물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사진 unsplash]

 
많아도 너무 많은 커피 찌꺼기. 다행히 최근에는 이를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스타벅스’ 등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스타벅스는 커피 찌꺼기를 회수해 친환경 퇴비로 만들어 전국 지역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지난 2015년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연 스타벅스는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 보드와 테이블, 인테리어 마감재 등을 선보였다.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도 커피 찌꺼기를 친환경 커피 비료로 만들어 제주 농가에 지원한다. 
이 외에도 커피 찌꺼기를 활용할 수 있는 눈에 띄는 대안들을 찾아봤다. 커피 찌꺼기로 숯을 만드는 회사부터, 커피잔이나 옷을 만드는 곳을 소개한다. 커피 찌꺼기를 일상에서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스타벅스가 선보인 커피 찌꺼기로 만든 테이블. [사진 중앙포토]

스타벅스가 선보인 커피 찌꺼기로 만든 테이블. [사진 중앙포토]

 

버려진 커피 찌꺼기 캐는 도시광부

광부들이 광맥에서 가치 있는 광물을 찾듯, ‘도시광부’는 도시에서 가치 있는 자원을 발굴한다. 나용훈 대표는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중 커피 전문점에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로 뭔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커피 부산물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 2014년 커피 찌꺼기로 숯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어 독립했다.   
도시광부가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숯.' 연소시 연기나 미세먼지, 유해가스가 없어 음식 구이용 연료로 적합하다. [사진 도시광부]

도시광부가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숯.' 연소시 연기나 미세먼지, 유해가스가 없어 음식 구이용 연료로 적합하다. [사진 도시광부]

 
처음에는 커피로 일반 숯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시제품까지 만들었지만, 환경부의 고형 연료 규제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커피 찌꺼기로 일반 숯이 아닌 고급 기능성 숯을 만드는 쪽으로 선회했다. 커피 부산물로 활성탄을 만들기 시작했다. 활성탄은 흡착성이 높은 탄소질 물질이다. 주로 습기흡수제나 탈취제로 활용된다.  
커피는 냄새를 빨아들이는 등 흡착 효과가 뛰어난 물질이다. 나 대표는 커피 부산물에 포함된 52%의 높은 탄소 성분에 주목했다. 커피 찌꺼기를 고형물로 만드는 열분해 공정 과정을 거쳐 탄소를 농축하고, 미세 구멍을 만드는 활성화 작업을 거친다. 기술적 가공을 통해 커피 찌꺼기가 본래 가지고 있던 흡착 효과의 1000배를 증폭시킬 수 있었다. 일반 목제 활성탄보다는 흡착력이 세 배 이상 뛰어나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 활성탄은 주로 정수기 필터, 공기 청정기의 헤파 필터, 악취 제거 필터 등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화장품이나, 마스크팩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도시광부의 커피숯가루. 커피 입자에 미세한 구멍을 공학적으로 설계해 제작된다. 악취나 유해 물질을 흡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사진 도시광부]

도시광부의 커피숯가루. 커피 입자에 미세한 구멍을 공학적으로 설계해 제작된다. 악취나 유해 물질을 흡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사진 도시광부]

 
주로 커피 음료 생산 공장에서 가져오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덕에 원재료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보통 야자나무로 만드는 목제 활성탄과 달리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환경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커피 찌꺼기로 만드는 커피 잔‧선글라스

커피로 만든 잔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독일의 디자이너 줄리언 라흐너(Julian Lechner)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커피잔을 만드는 도예가다. 암스테르담 커피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이 커피잔의 이름은 ‘카페폼(Kaffeeform).’ 플라스틱이나 흙이 아닌, 커피를 내리고 난 뒤 남는 커피 찌꺼기에 천연 접착제 등을 더해 단단한 커피잔을 빚어냈다. 현재 홈페이지에서는 약 4종류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 잔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사진 카페폼 인스타그램]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 잔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사진 카페폼 인스타그램]

 
우크라이나의 선글라스 브랜드 ‘오치스(Ochis)’는 땅에 묻으면 약 10년 후 자연 분해되는 선글라스를 판매한다. 바로 커피 찌꺼기로 만들어진 선글라스다. 오치스는 커피 찌꺼기에 아마씨드 오일과 자연 접착제 등을 사용해 반죽을 만들고 높은 압력을 통해 굳힌 뒤 가공을 통해 안경테를 만들어낸다. 실제 오치스 선글라스에서는 은은한 커피 향이 난다고 한다. 완전한 유기농 선글라스인 셈이다. 홈페이지에서는 약 18종류의 선글라스를 선보이고 있다.   
커피 찌꺼기를 압축해 선글라스 프레임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 오치스 인스타그램]

커피 찌꺼기를 압축해 선글라스 프레임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 오치스 인스타그램]

 
친환경 의류 브랜드 ‘콜라트리(Coalatree)’는 3잔의 커피 찌꺼기와 10개의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후드티, 에볼루션 후디(evolution hoodie)를 판매한다. 이 후디의 장점은 커피와 플라스틱을 사용한 덕에 냄새를 잡아주고 빨리 마르며, 구김이 적고 가볍다는 것이다. 커피 찌꺼기는 기름을 모두 제거하고 나서 아주 작은 사이즈의 가루로 만들고, 폐플라스틱도 세척 후 잘게 잘라 섬유로 뽑아낸다. 이 둘을 섞어 한 벌에 약 70달러의 후드 티를 만든다.  
커피 찌꺼기와 플라스틱 병을 활용하여 의류를 제작하는 콜라트리의 에볼루션 후디. 냄새 흡착 효과는 물론 가볍고 견고해 아웃도어용 의류로 손색없다. [사진 콜라트리 홈페이지]

커피 찌꺼기와 플라스틱 병을 활용하여 의류를 제작하는 콜라트리의 에볼루션 후디. 냄새 흡착 효과는 물론 가볍고 견고해 아웃도어용 의류로 손색없다. [사진 콜라트리 홈페이지]

 

일상에서 커피 찌꺼기 활용하려면

커피 찌꺼기의 가장 큰 쓰임새는 역시 냄새 제거다. 커피를 내리고 난 뒤 젖은 커피 찌꺼기를 종이 호일 위에 올려 건조한다. 그릇에 담아 집 여기저기에 두면 냄새를 중화시킬 수 있다. 세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냄새 나는 식재료를 다듬은 뒤 손을 씻을 때 커피 가루를 비누에 약간 섞어 비비듯 닦아내면 냄새가 쉽게 빠진다. 비누를 만들 때 커피 찌꺼기를 소량 추가하면 각질 제거 및 세정에 탁월한 제품이 만들어진다.   
일상에서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사진 중앙포토]

일상에서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사진 중앙포토]

가구의 흠집을 제거하는 데도 좋다. 커피 찌꺼기에 올리브 오일 한 스푼을 섞은 뒤 흠집이 난 나무 가구에 바르고 마른 천으로 닦아낸다. 연마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베이킹소다와 커피 찌꺼기를 섞어 냄비나 프라이팬 등을 닦으면 표면의 얼룩이 쉽게 지워진다. 커피 찌꺼기는 애완동물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애완견을 목욕시킨 후 커피 찌꺼기를 털에 문지른 뒤 헹궈낸다. 벼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털을 부드럽고 매끄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커피에 풍부한 질소는 비료 역할을 한다. 땅을 산성화시켜 수국이나 진달래 등 주로 산성에서 잘 자라는 식물에 도움이 된다. 블루베리를 키울 때도 좋다. 단백질이나 무기질 등의 영양소도 있어 적당량 사용하면 화초나 작물이 잘 자란다. 커피 찌꺼기를 사용할 때는 얇게 펴 물기를 잘 말린 뒤 흙과 찌꺼기의 비율이 9:1 정도 되도록 섞어 화초나 작물 위에 뿌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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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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