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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몸살앓는 제주, 우리가 치료한다…세이브제주바다

 
천혜의 섬 제주도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주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20% 이상 늘었고, 지난해에만 14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이에 쓰레기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주민 1인당 생활 폐기물 배출량은 하루 2kg에 달한다. 이는 전국 평균인 1.03kg의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바닷가에 쌓이는 해양 쓰레기도 연간 2만t이나 된다.

[눕터뷰]

세이브제주바다 운영진이 제주도 이호태우해변에 누웠다. 앞줄 왼쪽부터 한주영, 박순선씨. 뒷줄 왼쪽부터 김정진, 장혁철씨. 장진영 기자

세이브제주바다 운영진이 제주도 이호태우해변에 누웠다. 앞줄 왼쪽부터 한주영, 박순선씨. 뒷줄 왼쪽부터 김정진, 장혁철씨. 장진영 기자

 
여기 ‘나 하나’가 모여 ‘우리’의 힘으로 제주 바다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이들이 있다. 자발적으로 해안가 쓰레기를 줍는 모임인 ‘세이브제주바다’가 그 주인공이다. 세이브제주바다의 한주영(37) 대표와 운영자 그룹 박순선(37)·김정진(29)·장혁철(38)씨를 만나 바다의 파수꾼이 된 이유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한주형 대표, 장혁철·박순선·김정진씨. 장진영 기자

왼쪽부터 한주형 대표, 장혁철·박순선·김정진씨. 장진영 기자

 
한 대표가 세이브제주바다 활동을 시작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서핑하러 간 발리에서 쓰레기를 헤치며 헤엄친 적이 있었어요. 제주도로 돌아오니 발리 못지않게 쓰레기가 쌓여있는 게 눈에 보였죠. 발리에서의 끔찍한 경험을 제주에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을 때 ‘너 하나 그렇게 해서 뭐가 달라지겠나’라는 말도 들었지만 한 명, 한 명의 힘이 모이면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지난 6월 금능포구에서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는 참가자들. 한 번 수거된 쓰레기는 많은때는 3~40자루에 달하기도 한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 6월 금능포구에서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는 참가자들. 한 번 수거된 쓰레기는 많은때는 3~40자루에 달하기도 한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 9월 월정해변. 돌틈 사이에도 많은 쓰레기들이 끼어 있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 9월 월정해변. 돌틈 사이에도 많은 쓰레기들이 끼어 있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세이브제주바다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첫 모임에는 한 대표 포함 단 두 명만이 참가했지만 열번쯤 활동을 한 후에는 80여명 이상이 모여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해안가 쓰레기 정화 활동은 주로 토요일에 진행되고 SNS를 통해 시간과 장소를 공지한다. 지금까지 56회를 진행했고 총 1525명이 참석해 7.9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비영리단체다 보니 다들 생업이 있어 운영자들이 돌아가며 모임을 주관한다. 집게, 쓰레기봉투 등은 운영진이 다 준비하고 참가자들은 함께할 마음만 가지고 오면 된다. 모인 쓰레기는 미리 신고한 인근 관공서에서 수거해 간다. 
지난 7월 판포포구. 해안가에서 가장 많이 수거되는 종류중 하나인 플라스틱 쓰레기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 7월 판포포구. 해안가에서 가장 많이 수거되는 종류중 하나인 플라스틱 쓰레기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들과 함께한다.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해안가의 쓰레기를 줍는다. 매번 모임에 참여하는 관광객의 수가 30% 정도 된다. 미리 공지된 일정을 여행 계획에 포함하는 사람들도 있고 회사 차원에서 워크숍으로 단체 참여를 하기도 한다. 가족 단위도 많다. 아이와 참여한 경험이 있는 혁철씨는 “쓰레기를 줍고 나면 집에 돌아가서도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달라집니다.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월정해변에서 참가자들이 힘을 모아 어업용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 2월 월정해변에서 참가자들이 힘을 모아 어업용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해안가에는 생각지도 못한 쓰레기들이 몰려온다. 생활 쓰레기는 물론, 폐그물 등의 어업용 쓰레기, 먼바다에서 떠내려온 오일 통도 있다. 순선씨가 말했다. “뜯지도 않은 과자 봉지, 칫솔, 샴푸 통은 물론 속옷도 주운 적이 있어요. 우리가 살면서 배출하는 모든 생활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수거된 쓰레기는 40kg 마대 자루에 담기는데 많을 때는 두 시간 만에 3~40개의 자루가 쌓이기도 한다.  
지난 7월 동복해안도로의 모습. 해안가로 떠밀려온 쓰레기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 7월 동복해안도로의 모습. 해안가로 떠밀려온 쓰레기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해 10월 월정해변에서 수거된 각종 플라스틱 컵과 빨대 쓰레기.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해 10월 월정해변에서 수거된 각종 플라스틱 컵과 빨대 쓰레기.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대가 없는 수고에도 이들은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딸의 봉사활동 때문에 참여했던 순선씨는 점수를 다 채웠어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혁철씨는 “깨끗하게 청소된 바다를 보며 일주일간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했고 정진씨는 “자연보호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고 한 번이라도 해보면 분명히 시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관점의 전환’을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런데 돌아서면 풍경이 많이 달라집니다. 해안선을 따라 쌓인 쓰레기와 돌 틈 사이사이에도 쓰레기가 심각하게 많이 끼어 있습니다. ‘이게 제주인가’ 싶을 정도로요. 이걸 본다면, 아름다움을 즐기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줘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지난 5월 광치기 해변에서 한 어린이가 쓰레기를 줍고 있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 5월 광치기 해변에서 한 어린이가 쓰레기를 줍고 있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 5월 월정해변. 왼쪽은 쓰레기가 가득 쌓인 모습이고 오른쪽은 수거활동 후의 모습. 세이브제주바다

지난 5월 월정해변. 왼쪽은 쓰레기가 가득 쌓인 모습이고 오른쪽은 수거활동 후의 모습. 세이브제주바다

제도적인 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여름 성수기에는 유명 해수욕장에 지킴이들이 상주하기에 깨끗한 편인데 그 시기만 지나면 바로 지저분해지는 것처럼 지속적인 계도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 정진씨가 말했다. “지자체에서 나서서 치우지 않을 거라면 우리 같은 단체를 연결해주는 구심점이라도 제공해줬으면 좋겠어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이 푸른 바다에 매료되어 제주를 방문한다. 멋진 풍경을 담고 해안가를 따라 있는 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사서 찍는 ‘인증샷’도 잊지 않는다. 순선씨가 말했다. “사진을 찍고 나면 음료가 담겨있던 플라스틱 컵은 어디로 갈까요? 빨대는요?” 플라스틱이라고 모두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분리배출 마크가 찍혀있어도 주로 한데 모여 수거되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도 한다. 한 대표도 말을 보탰다. “제주도 카페 인증샷은 사실 ‘나 오늘 쓰레기 하나 만들었다’라고도 말할 수 있어요”
 
이들은 제주를 찾을때는 꼭 텀블러를 지참해달라고 부탁했다. 장진영 기자

이들은 제주를 찾을때는 꼭 텀블러를 지참해달라고 부탁했다. 장진영 기자

이들은 ‘텀블러’ 하나만 사용해도 쓰레기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객만 탓하는 건 아닙니다. 솔직히 어업 쓰레기 등은 우리의 힘으로 줄이기 힘들기도 하고요. 조금 번거롭더라도 텀블러를 준비해서 오는 건 어떨까요. 생수병도, 커피가 담겼던 플라스틱 컵도 줄일 수 있잖아요. 우리 동네를 찾은 사람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기분 나쁘지 않겠냐고 생각해 주세요. 그들을, 그곳을 지켜주기 위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요”
 
사진·글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동영상 세이브제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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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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