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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학점제로 일반고 강화” 교육계 “흉내내기에 그칠 수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둘째)과 교육감들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둘째)과 교육감들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부가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공식화하자 2025년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교육계는 물론 학생·학부모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일반고 역량이 강화되면 지금까지 자사고·외고로 몰렸던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일반고 내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시기를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 시점인 2025년에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계는 고교학점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제도 안착까지는 숱한 장애물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수업=학생마다 다른 시간표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1호'인 고교학점제는 계획대로라면 현재 초4 학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 전국 고교에 전면 도입된다. 대학처럼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을 선택게 하고, 수강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으로 인정된다.  
고교학점제 운영체계안.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고교학점제 운영체계안.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제대로 시행된다면 학생마다 희망하는 진로에 따라 수업시간표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수학·과학 심화 수업을 골라 듣고,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려는 학생은 직업 관련 수업을 택하는 식이다.
 
과목 선택이 제한적인 현행 교육과정에 비한다면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부를 만큼 커다란 변화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자사고·외고처럼 특정 학교에 우수 학생을 모아 가르치는 학교 단위의 수월성 교육에서 일반고 내부에서 진로에 따라 수월성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예산, 지역 격차…넘어야 할 산 많아

장점이 많은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고교학점제가 성공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과목을 제공해야 한다. 수업이 늘어나는 만큼 교실도 더 필요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대로 시행되려면 교사·교실 모두 현재보다 30%는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7일 교육부는 교원을 확충하는 한편 전문연수를 통해 인공지능(AI) 등 신산업분야 강사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 확보가 순탄할지 의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5년간 2조원 이상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고를 투입하고 지자체가 함께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고교학점제 정책연구진 합동토론회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 등 참석자들이 좌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고교학점제 정책연구진 합동토론회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 등 참석자들이 좌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하지만 5일 기획재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 수급을 재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예산 확대에 부정적이란 점을 들어 교육부 내부에서도 '장밋빛 전망'이란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지역에 따른 일반고 역량의 차이가 교육 격차로 나타날 가능성도 지적된다. 강남과 강북, 대도시와 농어촌의 학교별 규모나 교육과정 차이가 선택과목, 교육 질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교육부는 강북 등 교육여건이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일반고 전환 자사고·특목고가 포함된 가칭 '고교교육 특별지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농어촌 고교에 순회강사를 투입하고 원격강의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7월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학부모 연수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7월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학부모 연수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내신 절대평가제, 대입 개편과도 연계

교육과정과 평가제도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대입과 직결된 교과목 성적 산출 방식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현행 상대평가제론 곤란하다. 상대평가에선 점수 받기 수월한 과목에 학생이 쏠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에 맞춰 교과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제)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절대평가제 도입에도 장애물이 적지 않다. 
 
우선 대입을 위해 학교들이 점수 부풀리기에 나설 우려가 있다. 실제로 내신 절대평가제가 시행됐던 2000년대 초반 전국 고교에서 점수 부풀리기가 발생했고, 결국 2004년 다시 상대평가제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부에 성적을 표기할 때 원점수와 과목 평균, 성취수준별 학생 비율을 함께 표기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고교학점제 학부모 연수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고교학점제 학부모 연수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공언한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입을 위한 공부와 학교 수업이 불일치하면 고교학점제의 정착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백범 차관은 "고교학점제 첫 세대인 초4가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에 맞춰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등을 고려해 대입을 전면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선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최대의 교원단체 한국교총의 조성철 대변인은 "고교학점제가 일반고 강화로 정말 좋은 방법이라면 먼저 충분히 실험하고 실제 성과를 바탕으로 교육 현장과 국민의 신뢰를 얻은 뒤 시행해야 한다"며 "현장에선 벌써 회의적인 반응이 많은데 불투명한 비전만으로 서둘러 추진하다간 흉내내기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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