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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국제고·자사고, 일반고 일괄 전환에 1조500억 든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외국어고(외고)·국제고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에 1조5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8일 밝혀졌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드는 비용(7700억원)에 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예산(2800억원)을 더한 숫자다.
 

교육위서 첫 공개, 여야 공방전
전희경 “비용 세부항목 자료 내놔라”
유은혜 “전환 연도 확정 안돼 어려워”

나경원 “붕어·개구리처럼 살라는 것”
민주당 “교육 공정성 국민요구 수용”

이 같은 사실은 8일 열린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처음 공개됐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외고·국제고·자사고 일괄 전환 때 예산이 얼마가 드느냐”고 물으면서다. 이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처음엔 “7700억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7700억원이 외고·국제고를 뺀 자사고(42개 교)의 전환 비용이란 점이다. 마침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에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따른 재정 소요’를 의뢰해 7700억원이란 숫자를 처음 공개한 이가 전 의원이었다. 전 의원은 “7700억원은 제가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추계로 자사고만 포함된 것인데 왜 엉뚱한 대답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전 의원=“비용 추계도 제대로 안 하고 정책 발표를 하느냐.”
 
▶유 부총리=“7700억원에서 증가될 수는 있다.”
 
▶전 의원=“무슨 일을 그렇게 하느냐. 100원도 국민 세금이다.”
 
▶유 부총리=“전체로 하면 1조원 정도가 든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배석했던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이 단상에 섰다. 김 실장은 “자사고 7700억원, 여기에 사립학교만 해당되기 때문에 외고 16개 교와 국제고 1개교를 포함해 전체 59개 교에 들어갈 재정 결함 보조금은 총 1조5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언론 브리핑 때도 등장하지 않은 1조500억원이란 새로운 숫자가 등장했다. 어떻게 산출된 비용인지 추계 경과와 세부 항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따졌다. 유 부총리는 이 같은 예산 추계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몇년도에 몇개 학교가 전환될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숫자를 발표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날 교육위 회의에서는 여야 간 공방전도 거셌다. 야당에서는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가 ‘강남 쏠림 현상’과 같은 지역 간 교육 격차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이학재 한국당 의원은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게 국가 경쟁력”이라며 “나라가 망하든 말든 정치적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건 ‘미친 선택’이자 국가적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한다고 해서 학교 서열화가 없어지느냐, 오히려 학군 서열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아주 여유 있는 사람은 유학을 보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서울 강남과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으로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교육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 발표는) 그 요구를 수용한 결과”(박찬대 의원)라거나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 게 아니라 학교의 학생 선택권을 제어한 것”(조승래 의원)이라며 정부 정책을 변호했다.
 
야당 지도부도 비판에 가세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본인 자녀들은 특목고·자사고에 유학까지 보내면서 국민의 기회만 박탈해 붕어·가재·개구리로 가둬 놓겠다는 거냐. 국민 선택권을 왜 뺏으려 하느냐”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이번 평준화 정책은) 결국 서울 집값 띄우기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강남 8학군과 목동의 성역화 정책이 될 것”이라며 “학교 서열화에 이어 지역 서열화를 시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헌법은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대한 헌법 소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붕어·가재·개구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2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개천에서 용 났다’ 류의 일화를 좋아하지만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에서 유래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번 정책은 강남 8학군의 부활을 선언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8학군 부동산을 보유한 문재인 정부 공직자들의 명단을 확인해 보라. 8학군에 집을 가진 정부 공직자들은 화끈하게 돈 좀 벌겠다”고 비판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다수의 정부 고위층이 혜택을 볼 것이란 지적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시험을 봐서 갈 수 있는 좋은 학교와 30억원짜리 주택에 살아야 갈 수 있는 좋은 학군의 학교가 주는 기회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영익·이우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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