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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 기업공개, 지분 5%만 파는 ‘찻잔 속 개혁’

스테펀 허톡

스테펀 허톡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발달장애국’으로 통한다. 경제 규모는 오일머니 덕에 세계 20위 안에 든다. 반면 경제활동을 제어하는 법규와 관행, 문화 등 이른바 ‘게임의 룰’은 절대왕정시대 수준이다. 겉모습은 21세기지만 속은 16세기 버전이란 얘기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스테펀 허톡 교수(중동 정치경제학)는 “지대(불로소득) 자본주의(rentier capitalism)”라고 말했다. 경제적 가치 배분이 자유 경쟁보다는 사우디 왕실에 줄을 대 따낸 독점권(면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허톡 런던정경대 교수
빈 살만 왕세자 ‘비전 2030’ 추진
40% 민간 비중 65%로 확대키로

왕실 지배력, 경영 방식 안 바뀌어
영국 BT, 일본 NTT 민영화와 차이

왕실·브로커·관료 네트워크 견고
경제 패러다임 전환 효과 제한적

그런데 사우디가 석유 공기업 아람코를 기업공개(IPO)하기로 했다.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밀어붙이고 있는 ‘비전2030’이란 경제개혁 프로그램의 하나다. 이제 사우디도 자본주의 경쟁의 원리가 작동하는 나라로 바뀌는 걸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LSE 허톡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왕, 브로커 그리고 관료: 원유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가(Princes, Brokers, and Bureaucrats: Oil and the State in Saudi Arabia)』란 책을 써 걸프지역 정치경제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사우디 경제 시스템 절대왕정시대 수준
 
아람코 IPO가 이제 될 듯하다.
“사우디 실력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IPO를 승인했다. 사우디 안팎의 분석가들은 아람코 IPO가 1984년 영국 BT나 87년 일본 NTT처럼 경제개혁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T와 NTT IPO는 당시 영국과 일본이 신자유주의로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사우디 아람코 IPO는 그 정도는 아닐 듯하다.”
 
왜 그런가.
“비전2030의 여러 내용 가운데 왕실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부문을 육성하는 게 중요한 대목이다(그래픽 참조). 비전2030에서 아람코 IPO가 중요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주식 공개매각 비중이 상당히 커야 한다. 왕실이 장악한 에너지 부문에 민간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IPO로 지분 5%(1000억 달러) 남짓만이 팔린다. 사우디 왕실의 아람코 지배력이 조금이라도 흔들릴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경영방식도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비전2030 자체가 사우디 경제체제 변화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들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비전2030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다. 대신 여행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강화한다. 산업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다. 동시에 공공투자펀드(PIF)를 활용해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산업 다변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사우디는 사막과 석유의 나라다. 이런 곳에서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같지 않다. 하지만 메카 등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엔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다. 사우디가 훌륭한 관광 자원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산업이 다변화한다고, 지대경제가 완화되거나 해체되는 것은 아닐 듯하다.
“지대경제가 완화되기 위해서는 사우디 경제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져야 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2030이 끝난 뒤에 민간 부문이 사우디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 수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는 40% 수준이다. 숫자로만 보면 대단한 변화다. 하지만 국제적인 기준에서 보면 2030년 이후에도 사우디 왕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이다.”
 
왕실 등 기득권 세력들이 경쟁을 바탕으로 한 민간부문 화에  반발할 듯하다. 빈 살만 왕세자가 그들의 반발을 이겨낼 만한 개혁가일까.
“MbS(빈 살만 왕세자의 머리글자)는 몇 가지 얼굴을 가진 권력자다. 그는 사우디 내에서 사회 개혁가다. 여성 운전 허용 등 2016년 이후 사우디 기준으로 보면 획기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젊은 창업자와 상인 계층을 대변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가 야심 차게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개혁이 성공할지는 다시 말하지만 불확실하다. 사우디는 왕이 브로커로 구실 하는 관료와 왕자들을 통해 경제 특권(인허가)을 나눠주는 나라다.”
  
아람코 민영화 더 확대되지 않을 듯
 
허톡 교수가 2011년 펴낸 『왕, 브로커 그리고 관료』에서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밀려든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왕이 시혜적인 복지정책을 펼치고 전시적인 빌딩 등을 지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등) 외국 기업과 사우디 토착 기업이 오일머니를 벌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왕실에 줄을 대고 각종 개발권을 따내는 구조가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해외에서 만난 사우디 유학생들은 왕-브로커-관료 네트워크에 끼지 못해 불만이 가득했다.
“기득권 네트워크 때문에 젊은 창업자들이 좌절하고 있다. 그래서 빈 살만 왕세자가 포퓰리스트적인 행태를 보인다. 재계 기득권층이나 정치 엘리트보다는 젊은층 지지를 얻기 위해 정상적인 법절차 대신 탈법적 수단으로 기득권 인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무슨 말인가.
“그는 2017년 11월 사우디 리츠칼턴호텔에 왕실 인사들과 억만장자, 고위 관료들을 감금했다. 정보기관과 경찰 등을 동원한 연금이었다.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해 뭉칫돈을 헌납하도록 강요했다. 사우디 서민과 젊은층은 열광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개혁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람코 IPO 땐 시총 1조5000억 달러 세계 1위…사우디 수익률 93배
사우디 아람코 기업공개(IPO)는 요즘 목돈 벌이가 시원찮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에 축제나 다름없다. 미국 골드먼삭스와 프랑스 BNP파리바 등 투자은행 20곳이 아람코 5% 주식을 도매로 떼다(인수)가 펀드와 개인 투자자들에게 내다 파는 일을 맡았다. IPO 규모만 1000억 달러 정도에 이른다.  
 
이 정도면 투자은행이 받는 수수료만 수입 억 달러에 이른다. 게다가 투자은행은 인수한 물량 가운데 일부를 보유할 수 있다.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내다 팔아 추가 수익을 챙긴다.
 
그러면 사우디 정부(왕실)가 IPO로 얻을 이익은 얼마나 될까. 고전경제학자들은 창업자 또는 초기 투자자들이 IPO를 통해 얻는 이익을 ‘프로모터 이익(promoter’s profit)’이라고 불렀다. 아람코엔 초기 투자자가 없다. 사우디 정부가 160억 달러(납입자본금: 약 18조5000억원)를 전액 투자해 세웠다. 현재 발행 주식은 2억 주다. 이번 IPO로 5% 정도인 1000만 주를 투자은행 20곳을 통해 시장에 팔 계획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 전체 지분 가치가 2조 달러 정도로 평가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지지부진해 투자은행들의 예상가치 평균은 1조5000억 달러 정도다. 아람코는 IPO 즉시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될 듯하다. 현재 시총 1위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1조 달러 안팎)다. 애플과 아마존은 9000억 달러다. 사우디 정부의 평가 차익(프로모터 이익)은 납입자본금 160억 달러의 93배인 1조4800억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스테펀 허톡 독일 본대학에서 비교정치(정치경제) 공부를 시작한 뒤 영국 런던의 SOAS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과 영국 더럼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강의한 뒤 2010년부터 런던정경대(LSE)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저서 『왕, 브로커 그리고 관료』는 사우디 등 걸프지역 국가의 정치경제 현실을 가장 잘 드러낸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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