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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 부채질해도 우린 간다”…한국 찾는 일본인 되레 늘어

전 아사히신문 기자의 ‘일본 뚫어보기’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달 부산일본인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사진 나리카와 아야]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달 부산일본인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사진 나리카와 아야]

지난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이 참가했다. 이 일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어느 가족’으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의 부산영화제 참가가 주목을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한·일 관계 악화에도 좋은 걸 어떡해
K팝 등 한류 팬은 이젠 내성 생겨

칸 황금종려상 받은 고레에다 감독
간장게장에 빠져 부산영화제 단골
부산일본인학교 찾아 멋진 응원도

그런데 고레에다 감독은 부산영화제 단골손님이다. 참가하는 것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한·일 관계가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고레에다 감독이 부산을 방문했기 때문에 더더욱 주목을 받은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도 고레에다 감독의 팬이지만 2016년 부산에서 그와 인터뷰를 한 인연도 있다. 부산영화제를 자주 찾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간장게장을 먹고 싶어서”라고 웃으면서 답했다. 물론 다른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음식이 맛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올 때마다 찾는 간장게장 집이 있다고 한다.
 
올해 고레에다 감독은 최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상영과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 때문에 부산을 찾았다. 나도 그 두 가지 화제로 감독을 취재할 생각이었지만, 우연히 고레에다 감독이 부산일본인학교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학교 방문은 다른 매체에는 공개하지 않는 개인적 일정이라고 했다. 나는 운 좋게 단독으로 취재할 수 있게 됐다.
  
강연서 한국 고교생에 물었더니 …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달 부산일본인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사진 나리카와 아야]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달 부산일본인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사진 나리카와 아야]

고레에다 감독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대화를 나눴다. 아이들 앞에서 강연하는 감독의 표정은 영화제 등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할 때와 달리 아주 편하고 자상하게 보였다.
 
부산영화제에 대해서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소개했다. “올해 24번째를 맞이한 멋진 영화제이며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제입니다. 친구도 많고 밥도 맛있고.” 어느 학생이 “영화감독을 하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어떨 때입니까?”라고 묻자 “저는 일본어밖에 못 하고 주로 일본에서만 영화를 찍지만, 제가 찍은 영화가 외국의 영화관이나 영화제에서 상영되면 영화가 저를 세계 여러 나라로 데려가 줘요. 그것이 아주 즐겁고 공부가 됩니다. 여기에 온 것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답했다.
 
한·일 관계가 좋건 나쁘건 좌우되지 않는 사람. 오히려 관계가 안 좋아서 일부러 왔을 수도 있겠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그의 발언은 영향력이 있다. 바쁜 와중에도 부산의 작은 학교를 찾은 건 한·일 관계가 안 좋은 속에서 한국에 사는 일본 출신 아이들과 그 부모들을 응원하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부산은 원래 규모가 작아서 크게 영향을 안 받았다지만, 서울일본인학교는 학생수가 급감하고 있다. 일본인 주재원들이 귀국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재원 부인들이 많이 있는 합창단 등 서클에서도 최근 송별회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영향은 한국에서 일하는 일본사람들에겐 심각한 문제다.
 
고레에다 감독을 따라 한 건 아니지만 나도 부산영화제를 갔다 와서 분당에 있는 판교고등학교에서 강연했다. 내가 평소 하고 있는 한·일 문화 교류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하러 간다고 하니 주변에선 “이런 시국에 부르는 데도 있어?” 하고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강연은 수업이 끝난 뒤 하는 선택 시간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안 올 수도 있겠다는 각오를 했었다. 그런데 20명 넘게 와서 관심 있게 들어 줬다.
 
거기서 이런 질문을 했다. “지난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사람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반대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사람은?” 선택지는 네 가지. 1. 50% 줄었다, 2. 30% 줄었다, 3. 안 줄었다, 4. 늘어났다. 많은 학생은 2번에 손을 들었다. 정답은 4번이다. 8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사람은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났다. 요즘 비행기를 타는 승객 중엔 일본 젊은 여성들이 많다. 젊은 세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아 한·일 관계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현재 일본엔 제3차 한류 붐이 일고 있다. 한·일 관계는 최악이라고 하지만, K-POP 아이돌 인터뷰 때 관계자한테 물어보면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한다. 공연도 팬미팅도 여전히 일본에서 많이 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한국에서 보도되지 않게 조심하는 분위기는 있다.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에서 인천시를 소개하는 요스미 마리(오른쪽)와 하마히라 교코.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에서 인천시를 소개하는 요스미 마리(오른쪽)와 하마히라 교코.

지난 10월 24~27일 오사카(大阪)에서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이라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관광박람회가 열렸다. 주말에 가 보니까 한국 관련 부스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이 붐볐다. 그중 인천시를 소개하는 토크쇼를 들었다. 토크에 참여한 건 인천시관광홍보대사 요스미 마리(四角まり)와 인천시에 거주하는 라디오 DJ 하마히라 교코(浜平恭子). 요스미는 가나가와(神奈川)현에 거주하면서 최근 3년은 매달 인천을 방문해서 취재하고 블로그나 SNS를 통해 인천의 매력을 일본에 알리고 있다. 이번 토크는 ‘미(美)’가 주제였는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월미도 놀이공원 ‘월미테마파크’나 피부과에서 치료받은 경험 등을 사진을 보여 주면서 소개했다.
  
약쑥에 홀려 인천홍보대사 된 이도
 
요스미가 인천을 방문하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냉한 체질이었는데 한국의 ‘쑥 찜질’로 체질이 개선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약쑥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강화도 약쑥의 효능이 좋은 것을 알고 직접 가서 구입하고 가나가와에서 쑥 찜질 살롱을 오픈했다. 2016년에 인천시홍보대사에 임명된 후 일본에서 한국 관련 행사 때마다 적극적으로 무대에 서서 인천의 매력을 홍보해 왔다.
 
그런데 지난 7월 이후 지자체 관련 행사는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일이 잇달았다. “한국 길거리에서 ‘노 재팬’ 배너를 보면 솔직히 슬프긴 합니다. 그래도 이럴 때일수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긴다. ‘이런 시국에 잘 왔다’고 환영해 주는 한국 분들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민간의 기부금으로 한국의 매력을 일본에 알리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 말고 지방에서 홍보하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한국 관광객이 줄어 힘들어하는 일본 지방에 가서 한국의 정보를 알리는 일도 하고 싶다”고 한다.
 
하마히라는 고베(神戸) 라디오 방송국 ‘키스 FM 고베’의 DJ다. 지난해 한국사람과 결혼해서 매주 한·일 간을 왕복하고 있다. 본인도 K-POP 팬이기도 하고 K-POP 관련 행사 진행 일도 많이 해 왔다. “한·일 관계가 나빠져도 일본에서 많은 사람이 한국에 가는 건 이해가 간다”고 한다. “비행기 티켓도 싸졌고 최근 원화도 싸졌으니까.” 한·일 관계 악화는 지금까지 여러 번 겪어 봤고 이제 한류 팬들은 내성이 생겼다고 한다. “오히려 매체에서 혐한(嫌韓) 보도를 할수록 오기가 생겨서 ‘그래도 우리는 한국을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가는 사람도 많다.” 예전엔 눈치 보고 몰래 한국에 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당당하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것. 그걸 방해받고 싶지 않다.”
 
토크를 듣고 있던 40대 여성과도 인터뷰했다. 2000년대 전반 이른바 제1차 한류붐 때부터 한류 팬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당시 한국 연예인 중에도 독도에 수영해서 가는 사람도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 응원했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불편한 마음으로 한동안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끄려고 노력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어학교 교사를 하면서 한국 유학생들과 만난 다음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 학교를 졸업해서 귀국해도 일본에서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걱정해서 연락해 주는 학생들도 있다. “한·일 관계가 나빠졌다고 개인과 개인의 관계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도 생겼다”고 한다. 이제 그런 뉴스를 봐도 흔들리지 않게 됐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도 일본에 와 주는 K-POP 가수들은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간만 있으면 공연에 갑니다. 일본에서 공연하는데 사람이 안 와서 실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는 현재 오사카에 있는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름에 급감했던 한국 여행객들이 요즘은 조금씩 다시 오고 있다고 한다. “극적으로 한·일 관계가 좋아질 일은 없어 보이지만, 조금씩 민간 차원에서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2008~2017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후,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석사과정에 유학. 한국영화에 빠져서 한국에서 영화를 배우면서 프리랜서로 일본(아사히신문 GLOBE+ 등)의 여러 매체에 영화 관련 칼럼을 집필 중.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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