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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 타고르 사진 속 미소년, 추적했더니 ‘마지막황제’ 처남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600회 연재 기념 인터뷰 

김명호 교수는 중요한 사료 중 하나인 사진을 통해 역사를 읽으려면 ‘눈이 밝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김 교수가 김정일의 부인 성혜림(사진 오른쪽)과 중국의 유명 배우 샹꽌윈주(上官雲珠ㆍ사진 왼쪽)가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김명호 교수는 중요한 사료 중 하나인 사진을 통해 역사를 읽으려면 ‘눈이 밝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김 교수가 김정일의 부인 성혜림(사진 오른쪽)과 중국의 유명 배우 샹꽌윈주(上官雲珠ㆍ사진 왼쪽)가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중앙SUNDAY의 대표 연재물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근현대>가 지난 2일 자로 600호를 맞았다. 2007년 3월 창간 때부터 시작한 이 연재물은 지난 12년여 동안 매 주말 독자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본지의 대표 읽을거리로 자리 잡았다. 필자 김명호(69)는 국내 최고의 중국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를 지냈다. 중국의 대표 출판사인 삼련서점의 서울지사를 10년간 운영하며 편집 총괄을 담당한 출판ㆍ편집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의 연재물은 ‘사진으로 보는 중국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현재 7권까지 출간됐다. 지난 6일 중앙 SUNDAY는 600회를 기념해 김 교수와 연재물 속 ‘사진’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중앙SUNDAY 창간부터 12년 연재
사진, 일기·회고록만큼 중요 사료

사진에 담긴 인물 스토리 알려면
1차 자료 수집, 방대한 독서 필요

안경 쓴 마오쩌둥의 사진 드문 건
눈 건강 노출 꺼린 심리 때문인듯

일제 강점기 때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
 
1996년 11월, 김명호 교수(오른쪽)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중국어판 자서전 ‘現代之路’ 출판기념회 참석 후 베이징 ‘삼련역사관’을 방문한 정 회장과 만났다. [사진 김명호]

1996년 11월, 김명호 교수(오른쪽)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중국어판 자서전 ‘現代之路’ 출판기념회 참석 후 베이징 ‘삼련역사관’을 방문한 정 회장과 만났다. [사진 김명호]

중국의 근현대사에 특별히 집중한 이유는 뭔가?
“역사적으로 볼 때 민간의 왕래는 계속됐지만, 우리와 중국은 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후(1895년)부터 일제 강점기 동안 단절된 시기였다. 이때 중국은 유사 이래 최대의 격변기였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부분적이고, 깊게 파고 들어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문서 기록 등 텍스트 자료와 달리 사진을 근거로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어떤 사건이나 상황, 인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일기나 회고록 등이 1차 자료로 중요하다. 하지만 사진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료다. 1차 자료를 충분히 찾아 연구하면 사진에 얽힌 스토리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흥미로운 사례를 들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정확히 1주일 전인 1950년 6월 18일 존 포스터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이 트루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한해 중부 지역의 38선을 시찰한 적이 있다. 신성모 국방장관, 임병직 외무장관 등이 그와 동행했다. 미군과 한국군에 둘러싸인 가운데 망원경으로 북측을 관찰하는 덜레스를 찍은 사진은 유명하다. 사실 미 대통령 특사가 한국을 방문해 38선을 시찰하는 것은 관례적인 일이었고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진 후 북한은 이 사진을 한껏 이용했다. 사진 밑에는 “미 제국주의와 남한의 미국 앞잡이들이 한국전쟁을 정성 들여 계획했다”며, 사진 밑에 설명을 달아 선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김정일의 부인 성혜림이 중국의 유명 배우 샹꽌윈주(上官雲珠)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얘기를 이어갔다. “성혜림이 대단한 미인이었다고들 얘기한다. 말 백 마디보다 이 사진 한장을 통해 그의 미모가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중화권을 대표하는 문화노인 명필 치궁(啓功, 오른쪽)과 황마오즈(黃苗子, 가운데)는 생생한 체험담을 많이 들려줬다. 1991년 봄, 홍콩. [사진 김명호]

중화권을 대표하는 문화노인 명필 치궁(啓功, 오른쪽)과 황마오즈(黃苗子, 가운데)는 생생한 체험담을 많이 들려줬다. 1991년 봄, 홍콩. [사진 김명호]

지난 몇 주 동안 한국전쟁 때 참전한 중국지원군 얘기를 사진과 함께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가 한국전쟁을 얘기할 때 주로 미국 또는 한국에  남아 있는 자료들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한국전쟁은 국제전이었다. 지원군을 보낸 중국 측 시각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평소 우리가 접할 수 없었던 한국전 관련 중국 측 사진 자료는 그런 측면에서 귀중한 사료다.” 
 
사진 속에는 북한 인사들이 중국 최고위급 인사와 만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어떤 특징을 엿볼 수 있나.
“문화혁명 초기 때, 중국을 방문한 북한 부수상 박성철과 마오쩌둥이 만나 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있다. 박 부수상과 마오가 악수를 하는데 표정이나 몸짓에서 박 부수상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를 만나는 인물인 박 부수상의 위상이 낮은 것 아니냐고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정보와 이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동북항일연군 출신인 박성철은 ‘항일투쟁의 역사가 너희(중국)보다 더 길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마오 앞에서도 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진 속 주변 인물, 배경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잡아내야 할 것 같다.
“사진이 보여주는 스토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회고록 등 1차 관련 사료를 꼼꼼히 찾아봐야 하고 방대한 독서가 뒤따라야 가능하다. 그래야만 사진 속 주변 인물까지 보이고 당시 상황도 정확하게 읽힌다. 호기심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눈이 밝아야 한다.”
 
화가 황용위(黃永玉)는 문혁시절 그림 한 장으로 4인방에게 고초를 겪었다. 그는 만날 때 마다 책에 없는 얘기를 들려줬다. 1989년 말 홍콩에서 김명호 교수(왼쪽)와 만난 황용위. [사진 김명호]

화가 황용위(黃永玉)는 문혁시절 그림 한 장으로 4인방에게 고초를 겪었다. 그는 만날 때 마다 책에 없는 얘기를 들려줬다. 1989년 말 홍콩에서 김명호 교수(왼쪽)와 만난 황용위. [사진 김명호]

김 교수는 인도의 대표 시인 타고르가 1924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자금성 내 일부 공개가 안 된 장소에서 찍은 사진에는 타고르와 함께 중국 측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사진 속에는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단정한 차림의 미소년도 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중국 지인 중에도 아는 이가 없었다. 자료를 뒤지다 그가 청 마지막 황제인 푸이의 처남 룬치(潤麒)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룬치가 자전거를 타고 자금성에 들어갔다가 마침 이곳을 찾은 타고르 일행과 우연히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등장인물은 누구 한 사람도 놓치지 않는 그의 꼼꼼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안경 쓴 마오’ 사진을 본 적이 있느냐”며 또 다른 사진 한장을 꺼내 들었다. 아동 조각전시회를 찾은 마오의 사진이다. 사진 속 마오는 안경을 쓰고 있다. 김 교수는 자신이 찾은 마오 사진 중 유일하게 안경을 쓰고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은 눈이 많이 나빴을 텐데도 대중 앞에서는 안경 쓴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국가지도자로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대중에게 굳이 노출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아닐까.”
  
흥미진진한 홍콩 100년 역사 조명 계획
 
김 교수는 중국 관련 사진 외에도 우리 근현대사 속 중요 인물 관련 희귀 사진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특히 정주영 회장의 사진을 곁들인 중ㆍ영문판 평전도 펴냈다.
 
이런 희귀 사진은 얼마나 소장하고 있나. 또 어디서 구하나.
“(USB 몇 개를 꺼내 보이며) 여기에 담긴 것만 해도 2만 5000장이 넘는 것 같다. 인화된 사진까지 하면 전부 얼마나 될지 세보지 않았다. 중국에서 발간된 책을 보다가 관심 있는 사진이 실려 있으면 원본이 어디 있을지 백방으로 수소문해 찾는다. 한국전쟁 관련 희귀 사진 300장은 20여 년 전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를 방문해 구한 것들이다.”
 
앞으로 연재할 소재로 구상 중인 것이 있나.
“오래전부터 홍콩의 지난 100년 동안을 보여주는 사진을 모아왔다. 중앙SUNDAY 독자들에게 홍콩의 지하당원 얘기 등 흥미진진한 홍콩 역사와 관련된 얘깃거리를 소개할까 한다.”
 
김 교수는 1930년대 경성과 만주, 중국 본토와 홍콩, 타이베이 등을 소재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형식의 소설도 써 보고 싶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그는 정전 65년을  편년체로 정리하는 작업도 해 왔다. 최근 원고를 마무리하고 관련 사진 자료 등 2차 자료 수집을 진행 중이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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