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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문제는 플랫폼이 아니라 서비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서울에서 늦은 밤에 강남 방향 아니고서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서소문에서 신촌 방향도 마찬가지다. 밤 10시가 넘으면 새벽 2시 정도까지 빈 택시를 찾기 힘들다. 이와 달리 도로 건너편에는 ‘빈 차’ 표시의 택시가 줄을 잇는다. 돌아올 때 빈 차로 오기 십상이어서인지 서울 서쪽으로는 택시가 거의 가지 않는다. 길 건너서 모른 척 택시 문을 열고 행선지를 말하면 곧장 내려야 하거나 환영 받지 못하는 손님이 되기 일쑤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눌러봐도 허사다.
 

타다의 성장 비결은 ‘고객 우선’
택시 업계, 플랫폼 경쟁에 몰두

불법 논란에 휩싸여 재판에 넘겨진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나오고 나서는 좀 달라졌다. 밤에는 타다 역시 꽤 기다려야 할 때가 있고, 요금도 택시보다 비싸지만 그래도 대부분 오긴 온다. 물론 타다 기사라고 모두 친절하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틀지 않을 때도 있다. 괜히 인사치레 말을 걸었다가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대화에 동참해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요금을 올릴 때마다 서비스 개선을 외쳤지만 대개 공염불이 된 택시보다는 편하다고 여길 때가 많다. 무엇보다 직장인이라면 고과에 따라 승진과 연봉이 달라지듯, 타다 기사도 고객의 평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타다 기사도 천차만별인 사람인지라 다 매뉴얼 대로 따르진 않지만, 그럴 경우 목적지에 도착한 후 애플리케이션의 승차 평가 항목에서 별점을 낮게 주고 ‘불친절’ 등의 이유를 대면 된다. 소심한 복수가 아니다. 별점을 잘 받아야 한다고 은근히 부탁하는 타다 기사도 적지 않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것처럼 처우가 정말 괜찮고, 그래서 타다 기사가 되려는 사람이 많다면 고객 평가의 위력은 더욱 세질 것이다.
 
타다의 플랫폼이 아니라 매뉴얼과 시스템의 힘이다. 기존 택시라고 친절 교육 등을 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결정적으로 고객의 실시간 평가가 빠져 있다. 손님 응대 매뉴얼이 있어도 지켜도 그만, 지키지 않아도 그만일 것이다. 앞으로 기나긴 법정 다툼을 벌여야겠지만 타다는 작지만 효과적인 혁신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 1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1%가 타다를 ‘공유경제 개념에 기반한 혁신적인 신사업으로 육성할 가치가 있는 서비스’라고 답했다. 반대로 ‘정당한 자격 없이 택시 업계에 뛰어들어 공정 경쟁을 해치는 불법적 서비스’라고 응답한 비율은 25.7%에 불과했다.
 
타다를 무조건 옹호할 생각은 없다. 갈수록 논란은 되겠지만, 기술 발전과 대비되는 법과 제도의 지체 문제를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택시 업계가 가칭 ‘온다택시’라는 중개형 플랫폼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란 소식이 들려서 타다 이야기를 꺼냈다. 온다택시는 승객에게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택시를 인공지능(AI)으로 자동 배차하지만, 택시 기사가 콜을 거절하더라도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출퇴근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 콜을 받을 때마다 금전적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택시 업계가 내놨다 외면받은 ‘티원택시’ 등과 뭐가 다를까 싶다. 호출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갖춘 자체 플랫폼만 있다고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사람들이 비싼 요금에도 타다를 타는 건 호출 기능이 편리해서가 아니다. 택시 업계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손님을 모아도 택시 기사가 바뀌지 않는다면? 플랫폼이 아니라 매뉴얼과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그에 따른 다른 서비스를 선보여야 승산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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