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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직원이 건강하면 회사에 손해일까?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나는 때로 한국인들 생각이 궁금하다. 보통 시민들도 나라 걱정, 대통령 걱정,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조국 전 장관 부인까지 남의 걱정을 두루 많이 한다. 심지어 이 미세먼지 속에서 기꺼이 각자의 광장으로 나가 그들을 위해 투쟁한다. 그런데 정작 자기 건강이나 미래 같은 자신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엔 왜 무심한 걸까.
 

산업국가 대부분 도입한 ‘건강경영’
고령사회 평생현역사회 지향 노력
일본 건강 모델 아시아로 확산나서
한국 정부·기업 모르는 척 말아야

지난해 말부터 몰입하고 있는 어젠더가 있다. ‘건강경영’이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류사적으로 전대미문의 시대를 맞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도 뭔가 한다고는 하는데 마음에 와 닿는 대책을 내놓는 건 보질 못했다. 그래서 남의 나라들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들여다봤다.
 
그중 하나가 ‘건강경영’이다. 직장에서 비만·고혈압·당뇨 같은 성인병 예방과 관리, 건강 증진도 책임지는 경영문화다. ‘건강경영정책’은 미국·EU뿐 아니라 일본·싱가포르·대만·인도 등 웬만한 산업국가들은 모두 도입한, 이 시대 정책 트렌드다. 정부가 기업의 건강경영을 촉진할 각종 프로그램과 인센티브를 내놓고 독려한다. 왜? 인구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보험과 연금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고령인구를 오래 산업인력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건강 관리가 필요하고, 이를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부터 하는 게 현실적이어서다. 이는 ‘평생현역사회’라는 미래전략의 하나다.
 
그런데 한국엔 그런 개념이 없다. 한국의 건강정책은 질병치료에 집중하고, 건강엔 책임지지 않는다. 직원들은 소모되고, 병들면 대체되는 존재다. 한국은 그래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13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인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런 트렌드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전 정권 유종필 문화체육부 장관 당시 서울대 의대팀의 한국형 건강경영지수 개발을 정부 과제로 추진하다 장관이 물러나면서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건강친화기업인증제’라는 법안을 조용히 통과시켰다. 다른 나라들은 건강경영에 중앙정부부터 지자체와 민간까지 나서서 올인하는데 우리는 ‘인증제’로 어찌해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뭔가 해야 하는 건 안다는 얘기다.
 
선데이칼럼 11/9

선데이칼럼 11/9

어쨌든 올 초부터 중앙SUNDAY는 서울대 의대와 건강경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의대팀이 개발한 건강경영지수 평가도구를 활용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건강경영 수준을 진단해보고 이를 통해 건강경영의 개념을 알려보려고 시작한 기획이었다. 이 도구는 전 정권 문체부 과제로 시작됐다 중단됐지만 의대팀이 자체적으로 계속 개발해 완성된 것이다. 최근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제조업체 A사의 건강경영 정밀진단을 마쳤다. 평가도구 개발단계였던 2014년 사전 설문조사에서 높은 성적을 받았던 업체였다. 처음엔 A사를 한국형 건강경영 벤치마킹 모델로 소개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밀진단 결과는 의외였다.
 
A사는 기업의 건강철학·정책·예산·가이드라인·산업안전 등에선 만점이었다. 그런데 직원들의 고혈압·당뇨·비만 등 성인병 유병률은 해가 갈수록 높아졌다. 직원들의 수요조사와 평가 및 피드백 점수가 30~40점 대로 현저히 낮고, 구내식당을 외주로 하면서 식단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게 원인으로 지적됐다. 충분한 예산과 온갖 좋다는 건강 프로그램은 다 도입하고도 정작 직원의 실태는 몰랐고, 그래서 건강증진에도 성공을 거두진 못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 좋은 정책이 실질적 효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건강경영과 관련해 가장 완벽한 솔루션을 내놓고 있는 미국 질병예방통제본부는 건강경영을 ‘진단-계획-실행-평가-보완계획…’의 사이클을 통한 과학적 프로세스로 진행하라고 권한다. 비용 효율적 방법의 모색과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밖으로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 프로그램은 낭비일 뿐이다.
 
실은 이 캠페인을 진행하며 부닥친 문제는 우리나라에 건강경영을 도입하려면 거의 모든 관련 주체들이 마음(mind)을 바꿔야 하는 현실이었다. 직원 건강관리 비용까지는 부담하기 싫다는 기업들. 정책이라면 일단 ‘인증제’ 같은 단순 편리한 규제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정부부처들. 부처 간의 높은 장벽…
 
건강경영은 규제가 아닌 대표적인 ‘인센티브 정책’이다. 실행 기업들에 공공조달 가점이나 대출금리·보험료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집행 부처들은 온갖 인센티브와 지원방안을 개발한다. 실행 기업들은 이런 인센티브 혜택에다 직원이 건강해지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작업장의 활력도 생기고, 기업 이미지도 좋아져 좋은 인재를 유치하는 등의 이익이 생긴다.
 
‘직원 건강까지 왜 우리가…’라며 미간을 찌푸렸던 기업들도, 직원 위에 군림하기로는 우리와 맞먹는 일본기업들이 요즘 거의 ‘간증하듯’ 쏟아놓는 건강경영의 이점과 경험담을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일본은 2015년부터 건강경영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이젠 자신들의 건강경영모델을 아시아권으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피력하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이젠 직장인들 스스로가 직장이 자신의 건강관리와 건강증진의 노력을 해야하는 사회적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각성해야 한다는 거다. 그게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초고령화 사회를 원만히 살기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노력의 하나가 될 거다.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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