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한국인 체감 계절…2.2도 아래면 겨울, 21도 넘으면 여름

빅데이터로 본 생활패턴 변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8일 입동의 최저 기온은 섭씨 1.1도였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이었던 이달 1일의 최저 기온 11.4도보다 10도 이상, 하루 전날인 7일의 최저기온 5도보다 4도나 낮은 것이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다 보니 체감온도는 더욱 차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8일 오전은 역대 입동의 날씨와 비교해도 추웠다. 지난해 입동(11월 7일)의 최저 기온은 10.3도, 2017년 입동(11월 7일)의 최저 기온은 9.2도였다.
 

다음소프트, 소셜 데이터 8년치 분석
봄 3.9~12.6 구간, 가을 12.9~20도
겨울 따듯해져도 사람들 춥다 느껴
‘아메리카노’ 언급 늘고 ‘고구마’ 줄어

변덕스러운 날씨는 물론 현대의 현상만은 아니다. 문화권을 막론하고 날씨는 예전부터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 파괴력이 엄청나고 포착하기 어렵다는 속성 때문이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천국과 지상 사이의 견고한 층이 하늘이라고 믿었다. 날씨는 하늘 층에 뚫린 통로를 타고 천상에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물론 신의 섭리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예술가들이 사랑한 날씨』)
  
길어지는 겨울?
 
21세기의 날씨는 고대 이스라엘보다 예측이 훨씬 어렵다. 어쩌면 신의 섭리보다 더욱 파괴력이 막강한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여름철 이상 고온, 북극의 해빙(海氷)이 녹아내리는 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놓는 역할을 하는 제트 기류의 힘이 빠져 본격적인 온난화 이전보다 더 혹독한 한파를 초래하는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빅데이터 업체인 다음소프트가 기상청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소셜 데이터 날씨 분석은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온도, 그에 따른 계절 인식, 이를 바탕으로 한 생활패턴의 변화 등을 방대한 규모로 들여다본 조사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블로그 문서 11억 건을 대상으로 상·하위 극단적인 데이터값들을 제외하는 사분위수 통계법으로 분석한 결과 여름을 언급한 일수가 1년 365일 중 2011년 109일에서 2018년 127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에 소규모 증감 현상들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증가세다. 이런 결과는 지구촌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온난화 현상에 부합한다.
 
겨울철 결과는 문제적이다. 2011년 96일에서 2018년 103일로 역시 사람들의 언급량이 증가했다. 이런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지구 온난화 통념에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겨울도 따듯해져야 맞지 않나? 아니면 추워야 마땅한 겨울이 예상보다 따듯하게 느껴지자 그런 이례적인 상황에 대한 블로그 언급이 늘어난 것일까?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은 단순히 봄·여름·가을·겨울, 계절 이름을 언급한 문건 개수만을 따져 계산한 것이다. 블로그 작성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온도의 변화, 그에 따른 계절의 도래를 인식하고 계절 이름을 언급하는 글을 썼을 테니,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계절 감각에 대한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다음소프트는 한 걸음 더 나가 계절 구분을 시도했다. 현재 국내에는 기온 정보를 바탕으로 한 계절의 정의는 존재하지만 소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계절 구분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소프트는 역시 양극단 데이터를 뺀 사분위수 통계법을 적용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기온이 2.2도 이하로 떨어지면 겨울로 인식하고, 3.9~12.6도 구간에서 봄이라고 느끼며 12.9~20도일 때 가을, 21도를 넘어가면 여름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입동의 날씨는 이름에 걸맞게 겨울다웠던 셈이다.
  
한파가 주범, 실제로는 겨울 따듯해
 
이런 빅데이터 민심을 기상청의 관측 기온 데이터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기후 변화를 따질 때 기상청은 평년값이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최근 30년 치, 현재는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관측치 평균값을 평년값으로 삼고 있다. 빅데이터 조사 구간인 2011~2018년 사이에는 역대급 한파가 두 차례 있었다. 2012년 겨울(편의상 2012년 12월~2013년 2월)과 2017년 겨울(2017년 12월~2018년 2월)이다. 기상청은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도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한파 주의보를 발령한다. 2012년 겨울에는 11일, 2017년 겨울에는 12일 한파가 발생했다. 그런데 2012년 겨울 언급 일수는 102일, 2017년 겨울 언급 일수는 97일이었다. 반드시 한파가 블로그 겨울 언급량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기 어렵다. 빅데이터 조사구간 겨울철(12·1·2월) 기온은 한파가 있었던 해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의 경우에서 평년값을 웃돌았다. 겨울도 더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행·캠핑·물회·광어 뜬다
 
다시 원점. 그렇다면 겨울이 더워지는데 블로그 언급량이 증가한 이유는 뭘까. 서울대 허창회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생태계가 느끼는 추위는 절대적인 추위가 아니라 상대적인 추위다. 식물도 계속 추우면 동사를 안 하는데 덥다가 갑자기 추워지면 동사한다고 하지 않나. 기후 변화로 한반도에 한파가 몰아치다 보니 실제로는 겨울이 따듯해졌는데도 사람들이 춥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건국대 이승호 지리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다만 “요즘 사람들이 과거보다 겨울 대비를 열심히 하다 보니 블로그의 겨울 언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블로그뿐 아니라 트위터·인스타그램 등에 나타난 사람들의 생활 패턴의 변화를 살핀 결과 먹거리의 경우 2011년 문서 10만 건당 402회 언급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음식 1위였던 고구마는 2018년 3위로 내려앉았다(473회 언급). 1·2위를 라떼(652회)와 아메리카노(525회)가 차지했다. 광어는 12위에서 8위(108회), 물회는 19회에서 14위(57회)로 상승했다. 반면 겨울철 전통 주전부리인 코코아·붕어빵·호빵·호떡은 나란히 순위가 떨어져 갈수록 사람들이 덜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야외활동에서 스키는 5위로 2011년과 2018년 사이 순위 변동이 없었으나 언급량이 줄어들었다(215회) 야외활동 2위였던 여행은 2018년 3820회 언급돼 야외활동 1위에 올랐다. 캠핑 역시 111회 언급, 8위에서 141회 언급, 7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키즈카페·만화카페도 언급량(각각 72회·23회)이 늘고 순위(각각 11위·14위)가 상승했다. 방한용품에서는 2011년 1회 언급 14위였던 롱 패딩이 2018년 160회 언급, 4위로 뛰었다.
 
방한용품 언급 시점을 살핀 결과 담요는 10월 3주차, 보일러·전기장판은 10월 5주차, 난로는 11월 2주차, 주머니 난로인 핫팩은 11월 3주차에 언급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트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관련기사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