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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北목선서 3명이 16명 차례대로 살해? 곳곳서 미스터리

16명이 죽는 집단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북한 목선. 해경이 8일 오후 2시께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에서 이 배를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16명이 죽는 집단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북한 목선. 해경이 8일 오후 2시께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에서 이 배를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정부가 ‘16명 해상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남성 2명을 북으로 추방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엽기적인 살인 사건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데다 초유의 추방 조치의 적절성을 두고도 공방이 일고 있다. 정부는 8일 오후 2시8분~51분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에서 전날 추방한 2명이 탄 선박을 북한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①길이 15m 작은 목선서 3명이 16명 살해했다?

첫 강제 송환 부른 해상 살인사건

가장 큰 의문점은 길이 15m 가량의 17t급 소형 목선에서 3명이 16명을 살해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다. 우선 살해 도구부터 범행 규모에 걸맞지 않게 단순하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선장의 가혹행위에 대한 불만을 품은 A(22)씨, B(23)씨, C(나이 미상)씨는 도끼 1개, 망치 2개로만 16명을 죽였다. 10월 말 어느날 밤, 북측 동해 상에 떠 있던 목선 안. A, B씨는 C씨에게 “돼지 잡듯 하면 된다”며 선장을 죽이기로 하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2명의 선원을 먼저 죽였다. 이어 조타실로 가 선장을 죽였다. 범행이 발각될까 우려한 3명은 남은 동료들도 순차적으로 죽이기로 한다. 한번에 13명을 상대하기 어려우니 ‘순차 살해’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 명이 취침 중인 선원들을 40분 간격으로 2명씩 깨워 배 위로 올리면 선두와 선미에 각각 대기하던 2명이 망치 등으로 머리를 가격했다. 살해한 선원들을 바다에 유기하고 40분간 배 안을 치운 뒤 다시 2명씩 깨워 올리는 식이다. 
7일 북한 어민 2명 추방 과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7일 북한 어민 2명 추방 과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아무리 취침 시간이었어도 작은 배 안에서 장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살인이 벌어지는데 동료 선원들이 이상한 낌새를 채지 못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도끼와 망치로만 4시간 남짓 13명을 때려 죽인 셈인데, 살인 경험이 있지 않는 한 ‘학살’에 가까운 이런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느냐는 의심도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북한에서 살인 전과자이거나 훈련된 특수요원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정부는 이들의 신원에 대해 어민이라고만 밝혔다. 
탈북민단체인 ‘한국자유민주정치회의’는 “소형 오징어잡이 목선에 19명이 타고 있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며“통상 3개 조로 8시간씩 근무하는 해상작업을 감안할 때, 한 팀에 최소 6명이 조업에 투입되는데 3명이 한 명씩 불러내 살해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해경이 8일 북한 목선을 예인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이 배에 19명이 탑승했고 이중 16명이 하룻밤 사이에 순차적으로 살해당했다. [사진 통일부]

해경이 8일 북한 목선을 예인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이 배에 19명이 탑승했고 이중 16명이 하룻밤 사이에 순차적으로 살해당했다. [사진 통일부]

②시신도, 살해 도구도 없는데 혐의 확인?

이번 해상 살인 사건에서 나포된 2명의 진술 외엔 시신은 물론, 살해 도구 등 물증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16명을 살해한 것치고 이들 2명의 차림새는 비교적 말끔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은 나포된 2명을 살인 혐의자로 지목해 이들을 받아들일 경우 “국민에게 위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당국은 무슨 근거로 혐의를 확인했을까. 소식통에 따르면 2일 나포 당시 해군은 이들의 범죄 정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7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 어선에 탄 민간인들이 살인사건에 연루돼 북측이 작전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특수정보를 통해 인지했다”며 “남하 가능성을 고려해 경계 작전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들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특수정보가 무엇이었는지는 더는 공개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특수정보는 출처와 내용, 획득 방식 모두 비밀”이라며 “만약 한국 법정에서 정식 공개 재판이 진행됐을 경우 범죄 혐의를 입증할 특수정보를 제출하지 못해 재판이 산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선박 안에서 사람들의 혈흔 등을 감식했느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 배 안에 그러한 흔적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6월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 삼척시 정라동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이 북한에서부터 타고 남하한 목선에 서 있는 상태로 삼척항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지난 6월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 삼척시 정라동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이 북한에서부터 타고 남하한 목선에 서 있는 상태로 삼척항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대통령비서실 관계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송환 관련 메세지를 보고 있다. 메시지에는 지난 11월 2일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주민을 오늘 15시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는 내용이다.[뉴스1]

대통령비서실 관계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송환 관련 메세지를 보고 있다. 메시지에는 지난 11월 2일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주민을 오늘 15시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는 내용이다.[뉴스1]

③국방장관도 몰랐다…‘몰래 송환’ 시도했나

이들의 송환 소식은 7일 오전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받은 문자메시지가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알려졌다.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중령)이 보낸 이 메시지에는 “오늘(7일) 15시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 2명을 북측으로 송환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판문점 현장 중령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직보한데서 알 수 있듯 극소수 정부 관계자에게만 송환 정보가 공유된 것이다. 송환 사실은 국방장관도 모르고 있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오후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 주민의 송환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해군 함정이 북한 어선을 나포해 정부 합동조사팀에 넘길 때까진 상황을 파악했지만 그 이후엔 군이 관여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주민 2명이 오후 3시12분에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송환됐다고 국방위에 보고하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주민 2명이 오후 3시12분에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송환됐다고 국방위에 보고하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2명 송환 관련 메모를 보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2명 송환 관련 메모를 보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송환이 당사자의 북측 가족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송환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상황 종료 후 공개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문자메시지 때문에 정부가 떠밀리듯 발표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송환 사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극비에 부쳐 남북 관계에 잡음을 일으키지 않고 일을 마무리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송환이 완료됐다고 다 공표되는 건 아니다”며 “다양한 기준으로 공개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④16명 살인사건에 나흘 조사로 끝

통일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북한 주민 송환 사례를 보면 평균 송환 기간이 6.7일로 일주일가량이었다. 이번엔 나포에서 송환까지 6일(2~7일)이 걸렸다. 해상에서 16명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인데도 과거 평균 송환 기간보다 오히려 덜 소요돼 북송이 이뤄졌다. 더욱이 합동신문조사 기간은 나흘(2~5일)에 불과했다. 16명 살인사건을 나흘 조사로 끝냈다는 의미다. 정부는 5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 이들 송환 방침을 통보, 북한은 6일 수용한다는 답변을 보내 7일 판문점을 통해 추방했다. 즉 나포한지 사흘 만에 북송을 결정했고 북한에 의사를 물은 셈이다.  
사태의 발단이 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송환 관련해 국정원과 통일부간 입장 정리가 안 되어 오늘 중 추가 검토할 예정’이란 대목도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정부는 “실무진 차원의 이견”이라고 해명했지만 송환 문제를 두고 국정원과 통일부 간 의견이 달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간에선 남북 관계를 의식해 조기 송환을 바랐던 통일부와, 추가 조사를 요구한 국정원과의 이견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최근 10년간 북한 주민 송환 사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10년간 북한 주민 송환 사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⑤전방 장교가 청와대 직보? 그래도 되나

국방부는 8일 오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전날 북한 주민 추방 관련 문자메시지를 김유근 차장에게 보낸 JSA 대대장에 대한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 송환은 비군사적 사안으로 국방부장관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현직 장교가 국방부장관도 모르는 내용을 청와대에 직보한 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느냐. 경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해당 문자 메시지가 보도된 뒤에야 송환 계획, 귀순 의사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상황 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전직 육군 장성은 “중간 지휘체계를 거쳤는지 실상은 모르겠지만 이를 무시하고 직보했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예비역 장성도 “JSA 대대장은 JSA를 관할하는 유엔사 작전 통제를 받으므로 상황에 따라 직보는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지원 부대의 사단장 보고 의무 등을 가능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이건 청와대가 국방장관을 제끼고 전방 대대장을 직접 지휘한다는 비아냥을 야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 안보적 결정” vs “비인도적인 강제 북송”
전례 없는 추방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공방이 뜨겁다. 정부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에 대해 강제 송환을 검토한 적이 공식적으로 한번도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이 헌법상 잠재적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귀순 의사를 밝히면 받는 게 관례였다”며 “북한이탈주민법도 북한 주민 수용이 전제고, 강제 송환을 규정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법 9조는 테러 등 국제형사범죄, 살인 등 중범죄자나 위장탈북자 등을 법의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상 보호 대상이 아닐뿐 이들을 받지 않을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기·마약·살인 등 범죄에 연루된 탈북자가 귀순 의사를 밝히면 “이들을 받아왔다”는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는 “다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대한민국 국적만 부여하고, 정착금 지원 등의 혜택은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에 추방한 북한 남성 2명에 대해선 북한이탈주민법 적용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순수한 귀순 과정의 의사라고 보기보단 범죄 후 도주 목적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흉악범죄자로서 추방하기로 “국가 안보적 차원의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 살인 사건의 경우 범죄인인도조약이 가장 유효한 법률이지만 남북 간에 맺어져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번 사건에 적용할만한 국내외 법률이 없다보니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유관 정부 부처가 정무적인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가 흉악 범죄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판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탈북자의 정보 가치, 귀순 의도, 역대 정부 정책에 따라 송환 결정이 들쭉날쭉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북송 시 북한에서 극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비인도적 강제 북송”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탈북민단체인 ‘한국자유민주정치회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으로 송환되면 공개처형 당할 것을 뻔히 알고 있는 통일부가 살려달라 매달리는 귀순자들을 강제 북송한 것은 살인 북송”이라고 주장했다.  
 
전직 정보당국 관계자는 “적용할 법률이 없는데 추방 결정부터 하면 잘못된 선례가 생길 수 있다”며 “국내에서 적절한 처분을 한다던지, 북한으로부터 범죄 소명의 근거를 받고나서 송환해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이근평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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