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다시 새겨보는 한 마디 “그거 이겨서 뭐할래?"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61)

대형가구회사가 세일 행사를 한다길래 들러보았다. 사진은 내용과 상관 없는 2015년 진행된 출장 세일행사인 '러블리 메가쇼' 현장. [중앙포토]

대형가구회사가 세일 행사를 한다길래 들러보았다. 사진은 내용과 상관 없는 2015년 진행된 출장 세일행사인 '러블리 메가쇼' 현장. [중앙포토]

 
얼마 전 한 대형가구회사가 통 크게 세일을 한다기에 겸사겸사 근처를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주말이라 세일 행사장엔 가족 단위로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일부러 들으려 하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앞에 두고 나누는 부부들의 대화가 귀에 들려옵니다.
 
“이 가구 정말 괜찮지 않아? 가격도 좋은데~!!"
"어디에 두려고? 뭐에 쓸지는 생각한 거야?”
 
의견이 일치해 웃으며 구매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대게는 이처럼 귓가를 스쳐 가는 부부들의 대화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물건에 대한 관심 별로 어떤 말을 누가 하는가는 달라졌겠지요. 그런데 나의 관심에 상대방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대화로 이어지는 순간 얼굴에 스쳐 가는 불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쭉 돌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자는 대화로 무탈하게 이어지기도 하지만 대게 위와 같은 대화의 경우 말이 곱게 이어질 리가 없죠.
 
아쉽게도 그날 우리 부부 역시 부정적 대화의 늪에 빠졌습니다. 그저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러보자던 것이었는데, 그 하루의 끝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이해하지 못하냐는 한 사람과 언제까지 이해해야 하냐는 한 사람의 대화가 부딪히며 정적 속에 마무리되었습니다.
 
SNS에서 팔로잉 하고 있는 분(인스타그램 sal_gungli)의 글을 읽으며 깊이 공감한 내용이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리가 트러블이 있었을 때 남편은 자기가 용량초과라 내 잔소리를 받아주기 힘들다 했고 그 용량으로 말할 거 같으면 나는 이미 초과했다’는 내용이었죠. 물론 그 글의 끝은 싸웠다가도 돌아서면 잘 지내는 것이 부부 아니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 상태의 연속을 말합니다. 그게 쉽나요? 상대방의 용량 초과를 걱정하기 전에 내 감정의 용량이 이미 초과하였는데 배려가 되느냐 말이죠. 그러다 보면 불편한 순간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화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겨야 하는 전투적 대화로 변모합니다. 그럼 나를 보호해야겠다는 마음에 상대를 공격하는 단어가 마구 튀어나옵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민경환 교수팀이 '한국어 감정 단어'를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 말에는 434가지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 이 중 30%가 긍정적인 표현, 그 외 70%는 부정적인 단어다. [사진 pixabay]

서울대 심리학과 민경환 교수팀이 '한국어 감정 단어'를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 말에는 434가지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 이 중 30%가 긍정적인 표현, 그 외 70%는 부정적인 단어다. [사진 pixabay]

 
서울대 심리학과 민경환 교수팀이 ‘한국어 감정 단어’를 연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말에는 434가지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중에 사랑, 행복, 기쁨처럼 긍정적인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가 30%이고 나머지 70%가 참담이나 배신 등 불쾌감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단어라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좋은 감정 중 최고는 ‘홀가분하다’였고 나쁜 감정 중에는 ‘참담하다’가 가장 강한 단어였죠.
 
사람들은 각자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10~40개 정도의 감정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전체 감정 단어의 수에서도 긍정과 부정적인 단어에서의 큰 차이가 있었듯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 역시 즐겁다, 자랑스럽다, 행복하다 등의 긍정적인 표현보다 짜증 나, 힘들어, 열 받아 같은 단어들을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미국의 재무설계사인 스테판 M.폴란의 책을 요약해 인터넷에 떠도는 글 중에 '이것 8가지만 버리면 인생은 행복’이라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8가지의 버려야 할 것은 나이 걱정, 과거에 대한 후회, 비교함정, 자격지심, 개인주의, 미루기, 강박증, 막연한 기대감을 말합니다.

 
이 중 부부 사이에 특히 더 버려야 할 것은 비교함정과 자격지심은 아닐까요? 부부 사이의 오가는 부정적인 단어는 그 마음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 무의식적으로 대화라는 단어로 포장된 부정적인 단어를 상대방에게 배설해 내는 건 아닐까요? 욱하는 순간 한 어르신의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나에게 묻습니다. "그거 이겨서 뭐할래?”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