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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의 직격인터뷰] "수사 회유·무마 세력은 늘 인권·공정이란 명찰 달고 온다"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이 6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서쪽 정원에 세워진 '해치상(獬豸像)'의 건립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해치는 유무죄를 가려내 죄인을 뿔로 들이받는다는 전설 속 동물이다. 1999년 4월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때 해치상을 청사 1층에 세웠으나 김 총장이 법무부 장관 때 터진 '옷 로비' 사건으로 구속되자 해치상은 청사 밖으로 쫓겨났다. 대검 청사를 향하던 해치의 뿔도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 구속과 불명예 퇴진 이후 대법원 쪽으로 돌려놨는데 대법원이 항의했다고 한다. 정의를 외치는 서초동에서 정의를 상징하는 해치가 천덕꾸러기 신세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최승식 기자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이 6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서쪽 정원에 세워진 '해치상(獬豸像)'의 건립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해치는 유무죄를 가려내 죄인을 뿔로 들이받는다는 전설 속 동물이다. 1999년 4월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때 해치상을 청사 1층에 세웠으나 김 총장이 법무부 장관 때 터진 '옷 로비' 사건으로 구속되자 해치상은 청사 밖으로 쫓겨났다. 대검 청사를 향하던 해치의 뿔도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 구속과 불명예 퇴진 이후 대법원 쪽으로 돌려놨는데 대법원이 항의했다고 한다. 정의를 외치는 서초동에서 정의를 상징하는 해치가 천덕꾸러기 신세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최승식 기자

정경심 교수의 구속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조국 일가 의혹'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두 달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조국 사태'는 정의와 공정의 실종, 권력의 검찰 통제,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와 검찰 개혁 논란, 검찰과 언론 관계 등 많은 질문과 숙제를 던졌다. 김경수(59·사시 27회) 전 부산고검장을 6일 서울 서초동에서 인터뷰했다.  

'마지막 중수부장' 김경수가 말하는 검찰 독립과 검찰 개혁
현직 대통령 아들 구속할 때도
권력이 대놓고 검찰 공격 안 해
살아있는 권력 수사 때 국민 박수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독립
법무부 훈령은 위험하고 무책임
오만했던 검찰도 겸손·자성해야

 -법무부가 피의자 인권 보호를 내세워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훈령)을 개정해 12월 1일 시행한다.
 “피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보면 피의사실 공표가 억제되는 방향은 맞지만, 다른 가치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공익이나, 공적인 일, 국민 관심이 집중된 중요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측면이 있다. 공인의 문제에 대해 언론이 감시하고 비판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데 일방적인 기준을 갖고 제도를 만들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인권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도 중요하다. 지금 갑자기 인권을 과도하게 내세우는 것은 조화롭지 못하다.”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청 출입 제한과 검사 접촉 금지 등이 언론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데.
 “언론의 무분별한 검사와 수사관 접촉은 문제가 있다. 현재 법무부 장관이 공석이다. 소위 개혁안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라는 데서 만든다. 이는 헌법 질서와도 맞지 않고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적어도 절차적으로 책임질 장관이 임명된 다음에 제도 개선 논의가 되고 결정돼야 한다. 개혁 과제가 많다면서 후임 장관 임명을 미루는 것도 잘못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각종 의혹을 부인했다. [중앙포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각종 의혹을 부인했다. [중앙포토]

 -조국 일가가 법무부 조치에 따라 특혜를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피의 사실 공표 문제 제기가 조국 일가 수사를 계기로 나오다 보니 동기부터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관행으로 굳어져 왔고 집행 기관인 대검조차 동의하지 않는 내용을 급하게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수사 압박이나 회유는 자기 명찰을 달고 오지 않는다. 수사에 대해 회유나 무마하려는 세력들은 늘 인권이나 공정이라는 명찰을 달고 온다. ‘왜 인권 수사 안 하냐’ 하며 수사를 못 하게 한다든가, ‘왜 이쪽만 세게 수사하느냐’ 는 식으로 회유·협박한다."
 -피의사실 공표죄(형법 126조)와 알 권리가 충돌할 때 합리적 절충점은.
 “수사 단계에서 피의사실 공표는 가능한 줄이는 게 맞지만, 예외도 있다. 예컨대 보이스피싱 등 신종 범죄가 생겼을 때는 빨리 알려서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과 사람에 대해서는 피의사실 공표의 예외로써 언론 브리핑이 필요하다. 브리핑하지 않으면 터무니없는 오보가 쏟아져 오히려 당사자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
 -최순실씨를 공개 소환했던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비공개 소환해 특혜 시비가 있다.  
 “포토라인은 한국적이고 기형적인 제도의 산물이다. 포토라인은 없어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하필이면 정경심 교수 소환 때부터 포토라인이 없어졌다는 사실은 제도 개선의 진정성이나 순수성을 의심케 할 수 있는 요소라서 옥에 티였다고 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방송사들은 정경심 교수의 법원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도 얼굴을 모자이크로 가려줬다.  
 “정경심 교수 본인은 공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은 조국 당시 장관에 대한 수사와 관련된 사람으로서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이었다. 그런 점에서 포토라인에 세울 수 있다. 초상권과 관련해서 정 교수가 공인은 아니었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고 본다.” 
 -검찰이 조국 일가 비리 수사를 법대로 하는데도 왜 검찰 개혁 주장이 나오나.
 “조국 일가 수사와 관련해서 검찰 개혁이 화두가 된 것 자체는 어떤 정치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기회에 검찰 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나 지향점이 정해지면 다행이다. 국민이 검찰 개혁을 원하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동안 국민을 섬기는 검찰이 아니라, 군림하는 측면이 있었다. 검찰은 자신들이 결정하는 게 다 옳다는 교만한 마음을 가졌던 거다. 일종의 정의의 독점을 해온 게 사실이다."
 -바람직한 검찰 개혁 방향은.
 “왜 이렇게 검찰이 망가졌는지 이유를 봐야 어떻게 하면 검찰이 제 기능을 하고,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국민의 검찰이 될지 해법을 찾지 않겠나. 검찰이 신뢰를 잃은 것은 정치적인 편향성, 즉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권의 편에 서서 정권의 하수인으로 일했을 때는 국민이 검찰을 원망했다. 하지만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할 때는 모든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중립이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독립성·중립성보다 제도적 통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제도적 통제는 헌법과 법률에 다 마련돼 있다. 예컨대 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임명할 수 있다. 대통령은 법무 행정 지침, 검찰 행정 지침을 둘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다 갖고 있다. 그런데도 또 다른 제도적 통제를 말하는 것은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자기 사람을 앉혀놓고선 이게 통제가 안 된다고 말하면 그건 앉힌 사람의 잘못이라고 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영삼·김대중은 대통령 재임 중에 자식이 구속돼도 공개적으로 검찰을 압박하지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대놓고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대통령 본인이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큰 압박은 있었다. ‘너무 지나치게 먼지털기식 수사 아니냐’ ‘이게 과연 인권을 지키는 검찰이 할 일이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적어도 권력을 쥔 쪽에서 (문재인 정부처럼) 이런 식으로 대놓고 얘기한 적은 없었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하는 수사를 청와대나 여당이 이렇게 나서서 공격한 사례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검찰 특수부가 3개로 축소됐고, 반부패수사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어떤 수사 기관을 줄인다거나 수사의 총량을 줄인다는 것은 그 사회가 가진 '부패 지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해서 수요와 공급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부패가 많은데도 수사 기관을 줄이면 그 사회가 제대로 유지될 수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특수부를 줄이는 것이 마치 검찰 개혁의 본질인 양 얘기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71.3%가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대통령이나 여당은 8월 말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는 그렇게 훌륭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칭찬하다가 얼마 뒤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상황이 되니까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가 정의와 공정을 말하기에 성숙하지 못한 면이 많다. 어떤 것이 정의고 공정이냐를 판단하는 가장 근접한 기준은 결국 법밖에 없다. 법을 넘어서서 무엇이 정의고 공정이냐를 얘기하자면 끝없는 투쟁만 있을 것이다."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이 6일 인터뷰에서 검찰 독립과 검찰 개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이 6일 인터뷰에서 검찰 독립과 검찰 개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은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고 역설했다. 최승식 기자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은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고 역설했다. 최승식 기자

 -초대 대검 대변인으로서 언론을 어떻게 보나.
 “언론과 검찰 모두 사실의 힘을 믿고 진실을 찾아서 헤매는 직업이다. 언론으로 인해 아주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많이 당해봤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비교적 정도를 지켜가고 있다. 다만 언론이 점점 더 진영 논리에 물들어간다는 측면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아프고 걱정되는 부분이다.”  
 -특수부 검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것이다. 권력의 정상에서 권위를 가졌던 분들이 수의를 입고 고무신이나 운동화를 신고 조사받는 자리에 앉은 걸 보면서 권력 무상을 넘어서 인생무상을 느꼈다. 검사들도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 내 결정만이 옳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김경수=1960년 경남 함양. 연세대 법대 졸업. 사시 27회. 1988년부터 2015년까지 28년 검사 생활 중 대부분을 특수부에서 일했다. 대검 첫 대변인과 마지막 중수부장 기록을 갖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1997년 5월)과 김대중 대통령 차남 김홍업(2002년 6월)을 구속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언론에 거론됐다.  
 부정부패를 불철주야 감시하는 검찰을 형상화한 대검 입구의 '서 있는 눈' 조형물.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은 "이제 검찰은 큰 눈뿐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큰 귀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장세정 기자

부정부패를 불철주야 감시하는 검찰을 형상화한 대검 입구의 '서 있는 눈' 조형물.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은 "이제 검찰은 큰 눈뿐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큰 귀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장세정 기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장서윤 인턴기자가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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