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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 넘어선 손흥민, 골 넣고 ‘쏘리 세리머니’

즈베즈다전에서 상대 진영을 돌파하는 손흥민(왼쪽). [AP=연합뉴스]

즈베즈다전에서 상대 진영을 돌파하는 손흥민(왼쪽). [AP=연합뉴스]

지금부터 30년 전이던 1989년 3월 12일,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차범근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득점포를 터뜨렸다. 유럽축구 개인 통산 121호 골이자, 분데스리가 98호 골. 당시 36세로 현역 은퇴를 눈앞에 둔 그에겐 선수 인생 마지막 목표였던 ‘분데스리가 100골’로 가는 중요한 징검다리였다.
 

챔피언스리그서 122·123호 골
차범근 유럽 121골 30년 만에 깨
득점 후 고메스 쾌유 기원 제스처
스포츠맨십에 찬사, 차붐도 극찬

아쉽게도 남은 두 걸음을 더 내딛지 못했다. 12경기를 더 치렀지만, 기록에 대한 부담감에 부상까지 겹쳐 도전을 멈춰야 했다. 통산 기록은 372경기 121골이다. 분데스리가에서 98골, 유럽 대항전에서 10골, 컵대회에서 13골이다. 한국 선수의 유럽리그 최다골 기록. 한국 축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관중석의 가족을 향한 손흥민의 하트 세리머니. [연합뉴스]

관중석의 가족을 향한 손흥민의 하트 세리머니. [연합뉴스]

영원할 것 같았던 ‘차붐’의 기록이 꼭 30년 만에 깨졌다.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현역 시절 나를 쏙 빼닮았다”고 극찬했던 손흥민(27·토트넘)이 새 역사의 주인공이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라이코 미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B조 4차전에서 2골을 몰아쳤다. 토트넘은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를 4-0으로 크게 이겼다.
 
손흥민은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2분 델리 알리(23)의 패스를 받아 왼발로 마무리했다. 4분 뒤에는 대니 로즈(29)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다가 올린 낮은 크로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시즌 6, 7호 골이자 유럽축구 개인 통산 122, 123호 골이다. 30년 전 차붐이 내딛지 못한 두 걸음을 대신 내디뎠다.
 
환호하는 동료를 진정시키는 손흥민. [연합뉴스]

환호하는 동료를 진정시키는 손흥민. [연합뉴스]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고 이뤄낸 결과, 그것도 멀티골이라 의미가 크다. 손흥민은 4일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에버턴 원정경기에서 상대 선수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해 퇴장당했다. 발에 걸려 중심을 잃은 고메스는 토트넘 수비수 세르주 오리에(27)와 충돌하며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태클이 부상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지만, 손흥민은 책임감에 괴로워했다. 머리를 감싸 쥐고 눈물 흘리는 그를 상대 선수들까지 위로할 정도였다.
 
손흥민은 경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극복했다. 대기록을 수립하는 득점에도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한국 축구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지만 웃지조차 않았다. 담담하게 축하를 받던 그는 TV 중계 카메라를 발견하자 머리를 숙이고 두 손을 모으는 기도 동작을 취했다. 고메스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제스쳐였다.
 
고메스의 쾌유를 비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고메스의 쾌유를 비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그라운드에서 스포츠맨십을 구현한 손흥민에 대해 찬사가 쏟아졌다.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 게리 리네커(59)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손흥민이 수퍼골을 터뜨린 직후 카메라 앞에서 고메스를 향해 사과했다. 정말 잘했다”고 칭찬했다. 인스타그램에는 해당 장면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BBC는 “손흥민은 두 번이나 골을 넣고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며 “골을 즐길 자격이 충분했지만, (고메스를 생각해) 자제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차 전 감독의 121호 골은 선수 인생을 마감하는 골이었다. 반면 손흥민의 골은 전성기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차 전 감독은 26세에 유럽 무대에 데뷔해 11년간 뛰었다. 즉, 손흥민의 지금 나이 때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반면 손흥민은 20세에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9년 만에 차 전 감독을 따라잡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유벤투스(이탈리아) 등 유럽 빅 클럽이 영입하려고 주목하는 선수다.
 
차 전 감독은 자신을 뛰어넘은 손흥민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포털사이트에 연재하는 기명 칼럼에서 “(손)흥민이가 뛰는 현재의 프리미어리그는 내가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우리 흥민이는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흥민이가 내 품에 안겨 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후배들이 흥민이 품에 안겨 훌쩍일 때가 된 것 같다”며 달라진 손흥민의 위상과 그에 따른 기대감을 표시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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