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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6명 해상 살해' 북한 20대 2명 강제추방

9월 20일 오전 9시께 강원 고성군 죽왕면 문암항 동방 약 2㎞ 해상에서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목선이 해경경비정에 의해 모처로 예인되고 있다.[연합뉴스]

9월 20일 오전 9시께 강원 고성군 죽왕면 문암항 동방 약 2㎞ 해상에서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목선이 해경경비정에 의해 모처로 예인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7일 동해 상에서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이들은 오징어잡이 배로 조업 도중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북한 남성들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정부 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북한 주민을 추방 형식을 통해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방인만큼 본인 동의 없는 ‘강제 북송’이다.  

"흉악범죄자로 난민 인정 불가"
야당 "북한 요구 없는데 보내나"

어떤 사건이길래…“3명이 16명 살해”

관계기관 합동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15일 17t 규모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북한 김책항을 출발했다. 선장을 포함해 19명이 타고 있었다. 이 어선은 북측 해역을 돌며 고기잡이를 했다고 한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건 10월 말쯤.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은 3명이 공모해 선장을 살해했고, 이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동료 선원들을 한 두명씩 모두 죽였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살인 용의자 3명은 선장을 죽인 당일 동료 15명을 모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살해 도구는 둔기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오후 국가정보원의 비공개 현안보고를 받고 “살인 용의자 3명은 한밤중 선장을 살해했고, 취침 중인 동료 선원들을 근무 교대 명목으로 깨운 뒤 둔기로 가격해 죽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용의자 3명은 범행 후 도피 자금 마련을 위해 다시 김책항으로 돌아갔으나, 1명이 검거되자 나머지 2명이 어선을 타고 도주했고 북방한계선(NLL) 인근까지 남하했다. 정부 당국자는 “해군이 지난달 31일부터 수상한 북한 선박을 발견해 경고사격을 했지만 불응한 채 NLL을 맴돌았다”며 “이틀 간 단속 끝에 결국 나포했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해군 특전요원들이 들어가서 (북한남성 2명을) 제압했다”고 밝혔다. 군은 배와 선원 2명을 동해 군항으로 데려왔다.
나포 뒤 북한 남성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불허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계속 도주했기 때문에 귀순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며 “이후 조사에서 범죄행위를 파악했고 이에 따라 북한이탈주민법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법은 테러 등 국제형사범죄, 살인 등 중범죄자나 위장탈북자 등을 법의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들을 놓고 정부에 사전 송환을 요청한 건 없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이들에 대한 추방 의사를 전달했고, 북측이 6일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며 “다만 북측도 이 사안에 대해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8일 이들이 타고 있던 어선도 북측에 인도할 방침이다.  
지난 6월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 삼척시 정라동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이 북한에서부터 타고 남하한 목선에 서 있는 상태로 삼척항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지난 6월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 삼척시 정라동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이 북한에서부터 타고 남하한 목선에 서 있는 상태로 삼척항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북한 해군, 도주 민간 선박도 못 잡나”  

엽기적인 해상 살인사건을 놓고 의문도 이어진다. 3명이 실제로 16명을 제압해 살해할 수 있는가 여부다. 북한군 선박이 속도가 느린 오징어잡이 어선을 왜 추격하지 못했는지도 의문거리다. 현재로선 시신이 없는 상태다. 나포된 2명은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살해 용의자인 남성 2명이 어민이라고만 했다. 구체적인 소속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집중됐다. 이정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3명이 한꺼번에 16명을 죽였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16명이 살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북한 해군이 도주하는 오징어잡이 어선 하나를 잡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따졌다.  
김연철 통일부장관과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정회된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연철 통일부장관과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정회된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1월 2일 동해로 예인한 북한주민 송환과 관련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1월 2일 동해로 예인한 북한주민 송환과 관련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 받은 문자로 공개돼

이날 강제 송환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언론사가 촬영한 청와대 관계자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노출되며 알려졌다.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중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에게 보낸 해당 메시지는 “단결! OOO중령입니다. 오늘 15시에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 2명을 북측으로 송환할 예정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지난 11월 2일 삼척으로 내려왔던 인원들이고, 자해위험이 있어 적십자사가 아닌 경찰이 에스코트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이번 송환 관련하여 국정원과 통일부 장관 입장 정리가 안 되어 오늘 중 추가 검토할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야당선 “북한 요구도 없는데 보내나” 

이에 야당 의원들이 “강제북송이 아니냐”며 반발해 외통위가 한때 정회됐다. 결국 문자 메시지가 노출된 이후에야 정부가 긴급 브리핑을 했다. 나포 이후 추방 직전까지 닷새 간 국민들에게 숨긴 게 된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사실 은폐 여부와 범죄 혐의자라 해도 본인 의사에 반해서 송환하는 게 합당한 결정인지를 따졌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처음 문자 메시지엔 ‘송환’이라고 돼 있다가 문제가 되자 ‘추방’으로 바뀌었다”며 “이 사람들이 북한으로 가면 처형될 수 있는 상황인데, 북한의 요구도 없는데 서둘러 보낸 경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방위에서 “정부가 비밀리에 (이들을 북한으로) 보낼 때까지 철저히 국민을 속인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비서실 관계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송환 관련 메세지를 보고 있다. 메시지에는 지난 11월 2일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주민을 오늘 15시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는 내용이다. [뉴스1]

대통령비서실 관계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송환 관련 메세지를 보고 있다. 메시지에는 지난 11월 2일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주민을 오늘 15시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는 내용이다. [뉴스1]

현장 중령이 청와대에 보고?

문자 메시지 보고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판문점 현장에 근무 중인 중령이 송환 사실을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직보한 게 적절한지를 두고서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왜 국방부 소속 군인이 송환 과정에 개입했고 이걸 청와대 관계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고한 것인지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직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어 (규정) 위반이라고 못 박기는 어렵다”면서도 “비선 보고처럼 보여 좋은 모습이 아닌 건 맞다”고 말했다.
백민정·이근평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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