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인구조사의 병행조사와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는 별개다. 한데 병행조사 자체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설문 내용이 이상하다."(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국제대학원 교수)
[뉴스분석]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이 86만7000명이나 늘어났다. 역대 최악이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통계청 등은 이같은 비정규직 급증 통계를 해석하면서 부가조사 자체를 분석하지 않고, 3월과 6월에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의 병행조사를 들고 나왔다. 병행조사에 답하는 과정에서 정규직인 응답자가 비정규직으로 답을 바꿨다는 논리를 댔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런 식으로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넘어간 경우가 "60%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없다. 추정일 뿐이다. 부가조사와 경활조사는 별개다. 따라서 이를 연결시켜 추정하고,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데 이런 추정을 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을 만든 당사자가 통계청인 것으로 보인다. 설문 문항에 그 답이 있다. 설문 내용이 응답자가 왠만하면 비정규직으로 생각하게끔 꾸며져 있어서다.
정년까지 일하지 않으면 모두 비정규직?

경제활동인구조사 병행조사의 설문 문항
이에 대해 "병행조사의 영향으로 응답자의 인식이 바뀌어 경활 본조사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기간제) 근로자로 많이 체크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고용예상기간은 회사와 근로자 입장 달라…정규·비정규 구분 지표 안 돼"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고용예상기간은 회사의 입장과 근로자의 입장이 다르다"며 "회사는 고용을 유지하려 생각하는데, 근로자가 개인 사정 때문에 몇 년만 다닌다고 마음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지표로 쓰기에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여기서 설문 통계의 오류가 생긴다. 예컨대 응답자가 유학을 가기 위해 향후 2년만 직장을 다닌다고 생각하면 병행조사 문항에 따르면 비정규직으로 분류된다.
병행조사 문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명확하진 않다. 다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 문항이 내포한 문제점이 발견되자 자체 확인을 거쳤다. 설문 구성 과정에 고용부가 참여한 사실이 없는 점을 확인했다. 현재로선 통계청이 설문구성TF 등 내부 논의를 거쳐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오류 많은 병행조사에 매몰돼 부가조사의 비정규직 규모 해석…논란 촉발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