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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대한 을의 반격,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기자
한형철 사진 한형철

[더,오래] 한형철의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5)

 
모차르트가 1786년에 발표한 ‘피가로의 결혼’은 중세 봉건시대의 악습인 ‘초야권’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쓰러져가던 구체제(Ancien Régime)에 맞서 점차 성장해가는 시민계급이 저항하는 시대상을 보여줍니다. 자격 미달 귀족들의 부도덕과 월권 등을 희극적으로 통렬하게 비판한 작품이랍니다. 요즘 말로 갑질을 하는 귀족에 대한 하층민 을의 반격이지요.
 
이 오페라의 원작은 당시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 보마르셰의 동명 희곡인데요, 이를 바탕으로 한 연극은 당시 귀족의 적폐를 신랄히 비판하여 시민들의 엄청난 반향을 끌어냈답니다. 검열 때문에 오페라에서는 삭제되었지만, 연극에서는 “귀족들, 당신들이 그 잘난 지위를 누리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이던가? 태어날 때 ‘응애’하고 운 것 말고는 없지 아니한가?”라며 무능한 귀족을 질타하고 있답니다.
 
연극에 이어 이 오페라 공연 후 3년 뒤에 프랑스대혁명이 발생한 것을 보더라도, 구체제의 몰락을 예술이 이끌어 갔다고 볼 수 있지요. 이 때문에 나폴레옹은 “보마르셰의 연극으로부터 혁명은 시작되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답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피가로는 알마비바백작의 측근인데, 자신의 연인 수잔나에게 백작이 ‘초야권’을 행사하여 신부의 첫날 밤을 차지하려는 속셈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주군에게 본때를 보이겠다고 다짐하며 “백작의 초야권은 절대 용납 못 해!”라고 외치는 피가로. 백작이 수잔나를 탐내느라 독수공방 신세가 된 백작부인, 수잔나와 함께 그는 힘을 합쳐 마침내 백작의 욕망을 저지합니다. 복선이 깔리고 서로를 속이는 등 복잡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상황마다 모차르트의 아름답고 재치 발랄한 음악이 흐르는 그의 대표작이지요.
 

독수공방 신세가 된 백작부인. [사진 flickr]

 
모차르트의 오페라 서곡 중 가장 유명하면서 톡톡 튀고 경쾌한 서곡이 끝나고 막이 오르면 피가로가 수잔나와 함께 지낼 신방을 꾸미고 있습니다. 들뜬 그에게 수잔나가 백작이 자신에게 흑심을 품고 있음을 알려주자 피가로는 묘책을 궁리합니다.
 
사춘기 소년인 케루비노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다가 백작에게 혼나고 입대 명령까지 받게 됩니다. 역시 그가 마뜩잖던 피가로는 행진곡풍의 아리아 ‘나비는 다시 날지 못하리’(¹)를 부르며 고생 좀 하라며 놀린답니다. 이 아리아는 미모의 줄리아 오몬드와 매력남 올렉 멘쉬코프가 출연한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의 ‘러브 오브 시베리아’(2000년 개봉)의 테마곡으로 쓰이기도 했답니다.
 
 
수잔나와 결혼하려는 피가로에게 백작 말고도 또 하나의 난관이 있답니다. 예전에 마르첼리나라는 나이 많은 여인에게 돈을 빌릴 때, 갚지 못하면 그녀와 결혼하기로 계약서를 써주었었지요. 수잔나를 차지할 욕심으로 피가로에게 마르첼리나와 결혼하라는 판결을 내리려는 백작 진영과 그에 반대하는 백작부인 진영이 대립하게 되지요.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답니다. 모두 7명이나 되는 가수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로 ‘7중창’을 노래합니다.
 
재판이 시작되고 명백한 증거인 계약서를 가진 마르첼리나의 승리로 판결이 내려지려는 순간, 마르첼리나가 어릴 적 잃어버린 피가로의 엄마임이 밝혀집니다. 출생의 비밀이라니, 요즘의 막장 드라마 같지요? 그렇지만 이런 황당한 상황을 긴장감 있고 멋지게 표현한 모차르트의 음악이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넘어가도 좋겠네요. 아무튼 피가로가 1승을 거두었고, 백작은 불의의 1패를 당했습니다. 물론 이 정도로 포기할 백작이 아니랍니다.
 
수잔나에게 계속 은밀히 만나자고 수작을 걸자, 백작부인이 묘수를 냅니다. 수잔나와 서로 바꾸어 변장하고 백작을 만나서 망신을 주자는 거지요. 그를 꾀어 밤에 정원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쓰는데, 바로 유명한 ‘편지의 이중창’(²) 이랍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 사용되어 높은 콘크리트 장벽과 철조망의 회색빛 공간을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며 깊은 감동을 준 아리아랍니다.
 
 
결국 야밤에 정원에서 수잔나를 품으려던 백작은 피가로와 수잔나 그리고 백작부인의 계략에 빠져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부인에게 용서를 빌고 백작부인이 백작을 용서하면서, 마침내 모두가 화해하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답니다.
 
백작을 꾀어내려 편지를 쓰는 여인들. [사진 flickr]

백작을 꾀어내려 편지를 쓰는 여인들. [사진 flickr]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인연으로 사랑하며 또 싸우며 헤어지기도 하지요.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갑’과 ‘을’의 관계 속에 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인 간의 폭력사태 또는 직장 내에서의 갑질 행태가 종종 보도되고 있습니다. 사랑을 강요하거나 집착하면서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직원을 머슴으로 여기는 행태도 없어지기를 소망합니다. 부당한 처사가 당연하게 행해지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소중하니까요. 200여 년 전의 하인 피가로도 그의 주군인 백작에게 저항하여 자신의 피앙세를 지켰는걸요.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학자인 E. H.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과거의 사실을 현재의 (역사가의) 관점으로 해석해서 미래에 연결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사실이든지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철학이 중요함을 간파한 말입니다. 귀족이 아닌 모차르트는 궁정 작곡가로서 왕과 귀족을 위해 음악 활동을 하면서 신분상의 한계와 좌절도 느꼈겠지요. 『피가로의 결혼』에서 그는 그러한 자신의 감정을, 귀족에게 대항하는 피가로에게 이입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 해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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