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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 공사 예산 전용 논란에 "김명수 취임 전 결정"…충분한 해명일까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왼쪽) [SBS 비디오머그]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왼쪽) [SBS 비디오머그]

"현 대법원장님은 2017년 9월에 취임했는데 그 이전에 이미 결정…"(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전임 법원장이었다 하더라도 그러면 단군 할아버지때부터 내려 올 거예요?"(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지난 4일 감사원은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사업에 든 예산 16억6650만원 중 4억7510만원을 대법원이 임의로 다른 예산에서 끌어와 썼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5일 국회에서 비판이 나오자 대법원은 "전임 대법원장 시절 결정된 것" 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셀프 공관 공사’는 아니더라도…국가재정법 위반

일부 의원 지적처럼 김명수 대법원장이 '셀프 공관 공사 지시'를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공관 보수 필요성을 점검한 때는 2016년 5월이다. 이때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던 시점이다. 대법원은 당시 기획재정부에 15억5200만원의 예산요구서를 냈지만, 그해 10월 국회에서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명목으로 9억9900만원만 편성 받는다.

 
이후 대법원이 공공기관 입찰시스템인 나라장터에 공관 리모델링 사업 입찰 공고를 올린 시점이 2017년 8월 22일이다. 김 대법원장은 공고가 나기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지명됐다. 그리고 한 달 뒤인 9월 26일 취임했으니 김 대법원장이 다른 예산을 끌어와 자신의 공관을 고치라는 지시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공사 입찰 공고 일부 [나라장터 캡쳐]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공사 입찰 공고 일부 [나라장터 캡쳐]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다른 몫으로 편성된 예산을 가져오기로 결정한 시점은 입찰 공고 시점보다 훨씬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이미 차기 대법원장 교체 시점에 맞춰 공관 리모델링 공사를 계획했고, ‘누가 될지 모르는’ 차기 대법원장의 공관을 고치기 위해 부족한 예산 4억 7500여만원을 ‘대법원 근무환경 개선’ 몫과 ‘노후관사 유지보수’ 몫에서 끌어왔다. 국가재정법을 어긴 예산의 이용ㆍ전용이다. 공사 입찰 공고 다음 날 대법원은 리모델링 사업에 필요한 16억7000만원을 하급 부서에 지급한다. 대법원은 “당시 기조실장의 전결(결재권 위임)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측 설명에도 남는 의문은 있다. 2017년 게시된 공관 리모델링 사업 입찰 공고에는 사업 예산이 19억9920만원으로 책정돼있다. 기존 국회에서 받은 9억9900만원보다 10억원가량 큰 금액이고 다른 몫에서 무단으로 끌어온 예산을 합한 16억7000만원보다도 3억원 이상 큰 금액이다. 대법원은 “관련 직원들이 모두 바뀌어 당시 정확한 상황을 알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적격심사제 피하기?…예산 사용 적정성도 못 따져

대법원이 공관 리모델링 사업자를 선정한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기관에서 건축공사나 물품구매, 용역 계약 등을 발주할 때는 국가계약법에 따라야 한다. 외부마감이나 창호ㆍ지붕 공사 등을 주로 하는 공관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통상 ‘공사계약’ 형식을 따른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300억 미만의 공사계약은 사업 수행자를 결정할 때 적격심사제를 거친다.
 
적격심사제는 우선 최저가 낙찰을 하되, 낙찰자가 적격심사기준에 맞는지도 판단해 부실 입찰을 막는 방식이다. 적격심사기준은 기재부 예규에 세세하게 정해져 있다. 또 타일 한장을 교체하더라도 발주처(대법원)에서 ‘예정 가격’을 산출해 항목별 예산 소요 기준을 미리 정해둔다. 추후 예정 가격에 맞게 공사를 시행했는지 등을 토대로 예산 사용의 적절성을 평가한다. 대법원이 법을 제대로 지켰다면 이 방식을 택했어야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협상에 의한 계약’을 계약 방법으로 공고했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공사가 아닌 용역이나 물품 계약을 맺을 때 특허나 독자적인 기술이 있는 전문 서비스가 필요한 계약에서 맺는 방법이다. 업체별 기술력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공사계약에는 맞지 않는 방식이다. ‘예정 가격’도 미리 정해놓지 않기 때문에 추후 공관 리모델링에 사용된 예산이 적절했는지 따져볼 만한 기준도 마땅하지 않다.

 
때문에 대법원이 가격이나 공사 내용에 대한 재량권을 비교적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계약 방법을 택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건설계약부문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적격심사제보다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에서 발주처가 업체의 제안서 평가 내용 등을 융통성 있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 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만든 리모델링 공사 제안서 평가 요소에는 ▶외부 마감재 사용의 적정성 ▶대법원장 공관의 이미지 부여 등이 포함됐다. 실제 공사를 수행한 업체는 석재 공사에 전체 사업비의 절반가량인 8억원을 썼다. 대법원은 "공사뿐 아니라 디자인적 요소도 있어 협상에 의한 계약을 맺었다"고 해명했지만, 감사원은 "대부분이 리모델링 공사였고 실제 계약서에 첨부된 공사원가계산서에도 공사 비용만 포함돼 있어 해당 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예산 사용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곳이 대법원"이라며 "이런 일이 어느 대법원장 때 발생했냐를 떠나서 대법원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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