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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질의 일자리, 정부 아닌 시장 통해 만들자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 1호는 ‘일자리’였다. 문 후보는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도전에 맞서 일자리를 지키겠다며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 단축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약속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일자리를 무엇보다 먼저 챙기겠다”고 말했다. 사흘 뒤엔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일자리 제로’를 선언했다. 청와대엔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일자리수석도 신설했다. 막강한 힘과 돈을 가진 정부가 나서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겠다는 포부였다.
 

문재인 정부 반환점 D-3 ③ 일자리
정부 힘으로 밀어붙인 결과 초라할 뿐
일자리 95% 만드는 민간 활력 살려야

하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의 성적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얼핏 숫자만 보면 그런대로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발표된 9월 일자리는 34만8000명 증가했고, 고용률도 61.7%로 월 기준으로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일자리 사정이 괜찮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내실을 보면 민망할 따름이다. 주당 36시간이 안 되는 단기 일자리가 73만 개 넘게 늘고 60세 이상 고령자 일자리도 38만 개 증가했다. 일자리의 고령화, 단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에 경제의 허리인 30~40대 고용률은 2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도 18개월 연속 일자리가 감소했다. 지난 2년간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일자리는 무려 118만 개가 사라졌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한창인 시점에서다.
 
정부는 고령화나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등 외부 요인 핑계를 댄다. 하지만 그 영향만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순 없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40대 인구가 6만5000명 감소했지만 실업자는 11만3000명 늘어난 게 한 예다. 한창 일해야 할 40대조차 일자리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한국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어 일자리를 만들 힘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2017~2018년 2년 동안에만 54조원의 정부 예산을 퍼부은 결과치곤 민망하기만 하다.
 
모두가 시장 대신 정부의 역할에 치우친 정책 때문이다. 일자리는 어디까지나 시장의 영역이다. 공공부문이 포괄하는 인원은 잘해야 40만 명이다. 국가·지방직 공무원(106만9070명)을 다 합쳐도 150만 명이 안 된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5%가 채 안 된다. 일자리의 몸체가 아니라 불쏘시개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부문과 민간영역의 역할을 혼동했다. 불쏘시개를 열심히 피우면서 정작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민간 부문을 박대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이 사람을 쓸 의욕을 잃게 한 게 대표적이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급속한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하락에 대응해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어찌 고용이 늘어나겠는가. 불쏘시개와 장작을 구분 못한 실정을 탓할 수밖에 없다.
 
먼저 일자리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일자리는 민간의 몫이다. 일자리의 95%는 민간 기업이 만들고 유지한다. 이를 늘리려면 고용 주체인 기업이 사업하기 편하게 해주는 게 제일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는 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냉정한 효과분석을 통해 기업 활력을 높이는 사업에 투입해야 맞다.
 
불합리한 규제의 혁파와 노동 유연성 제고도 당연한 과제다. 하지만 최근 ‘타다 논란’에서 보듯 정부부처끼리 손발이 안 맞고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권과 함께 성장한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를 바꿀 주역은 당연히 정부뿐이다. 정권의 제1 목표인 일자리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남은 임기의 초점은 민간 우대, 정부 역할 자제여야 한다. 일자리 정책의 성공은 이런 인식 전환에서만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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