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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ICBM 이동식 발사” “쏠 능력 없다” 핑퐁게임…그 뒤엔 문 대통령 있다

참모

참모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용 능력을 놓고 청와대와 외교안보 기관의 ‘반전(反轉) 드라마’가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 9월 “동창리 시험장 폐쇄
발사대 폐기 땐 북 도발 못해” 언급
참모들, 대통령 말에 맞추려는 듯

발단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ICBM은 이동식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 동창리 시험장이 폐기되면 ICBM은 발사하기 어렵다”라며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하면서다. 이 발언은 즉각 논란이 됐다. 그간 군과 정보 당국의 입장과 배치됐기 때문이다. 김영환 국방정보본부장은 지난달 8일 국감에서 “북한은 현재 이동식발사대로 ICBM을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다. 현재 ICBM급은 이동식발사대로 발사해 동창리는 다른 용도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의 발언과 180도 다른 셈이다.
 
당장 1일 운영위 국감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하태경 의원=“그럼 군이 답변을 잘못한 거네요.”
 
▶정의용 실장=“네, 그거는 제가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군에서 누가 그렇게 답변을 했습니까.”
 
▶하태경 의원=“정보본부장이 그렇게 답변했는데 우리 군 쪽 잘 아시는 분이 답변해 주세요.”
 
그러자 운영위 국감에 동석했던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나섰다. 김 차장은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 봐서 ICBM은 TEL로 발사하긴 힘들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실 TEL은 운반(Transporter), 직립(Erector), 발사(Launcher) 기능을 통합해 운용하는 체계다. 청와대는 운반·직립은 되나 발사는 힘들어 TEL이 아니란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은 TEL로 사용할 대형트럭에서 쏘든, 운반 뒤 고정식 발사대로 옮겨 쏘든 모두 TEL 발사”라고 본다.
 
사흘뒤 정 실장 발언을 수습하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나섰다. 정 장관이 “(북한의 ICBM 발사는) 이동식발사대(TEL)에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장관은 논란을 의식한 듯 TEL 발사 가능 여부를 인정하기까지 기술적인 논란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훈 원장의 답변도 비슷한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둘의 발언이 정 실장의 발언과 다른 것으로 해석되자 청와대가 5일 “정 실장의 발언과 서훈 원장, 정경두 장관의 발언이 다르지 않다”는 취지를 담은 ‘참고 자료’를 냈다. 6일엔 김영환 국방정보본부장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동식발사대에서 발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달 8일 밝힌 입장과 다소 거리가 있는 설명을 했다. 결과적으로 1달여 동안 북한의 ICBM 운용 능력을 놓고 정 실장의 발언과 맞추기 위해 외교·안보기관이 동원된 셈이 됐다.
 
군과 정치권에선 이번 논란의 연원으로 지난해 9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를 꼽는다. 문 대통령은 당시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미국 참관하에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폐기가 이뤄지면 북한은 이제 다시 미사일을 이렇게 시험 발사하는 그 도발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동창리 폐기와 ICBM 발사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이전부터 북한은 ICBM을 TEL에 싣고 다니며 발사했기 때문이다. 실제 1일 운영위 논란도 하태경 의원이 문 대통령 발언을 확인하면서 시작됐다.
 
▶하 의원=“대통령이 (동창리 폐기로) ‘ICBM 도발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폭스뉴스에서 답변했어요. (그런데) 제가 군 쪽에 물어보니까 이동 발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정 실장=“지금 우리가 볼 땐 ICBM은 TEL로 발사하기 어렵습니다, 기술적으로….”
 
앤킷 판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편집장은 트위터에서 정 실장 발언을 담은 기사를 게재한 뒤 “청와대 안보실장이 ‘동창리가 폐쇄되면 북한이 ICBM을 쏘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고 한다”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허위(jaw-droppingly false)”라고 꼬집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은 이미 2017년 시험 발사한 화성-14·15호를 바퀴가 16~18개 달린 대형 이동식 발사 차량에서 발사해 TEL을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청와대와 정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보면서 북한의 무력 증강 현실에 눈·귀를 닫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도 “동창리에서는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지 ICBM을 올린 기록은 없다”며 “동창리 발사대 폐쇄와 ICBM을 연계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폭스뉴스에서 한 동창리 발언이 잘못된 내용이었다면 진정한 참모는 이를 수정해 주어야 한다”며 “이번엔 반대로 참모들이 대통령의 발언을 오역해 대통령까지 욕먹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식하고 무능하면 자기로 끝날 일이지 대통령까지 욕먹이며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성운·이근평·성지원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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