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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웰 지소미아 타깃은 강경화 아닌 김현종···70분간 담판

미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막기 위해 염두에 둔 타깃은 청와대였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의 방한 동선이 이를 보여줬다.
 

강경화 면담선 지소미아 언급 안해
에이브럼스도 김 차장과 70분 만나
“영향력 큰 청와대와 사실상 담판”

스틸웰 차관보는 6일 오전 8시45분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과 함께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했다. 예방은 30여분간 이어졌고, 스틸웰 차관은 뒤이어 조세영 1차관과 30여분간 만났다.  
 
강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지소미아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 차관 접견에서도 스틸웰 차관보는 듣는 쪽이었다고 한다. 조 차관이 한·일 간 현안 해결을 위한 노력을 상세히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소미아 문제도 언급했는데, 스틸웰 차관보는 직설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간단히 의견 표명만 했다고 한다. 또 “한·일 간 협의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인 만큼 한국이 계속 노력해 주기를 독려한다(encourage)”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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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웰 차관보는 오전 10시15분쯤 외교부 청사를 떠나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콕에서) 대화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한·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그는 오후 2시 국방부 청사를 찾아 정석환 국방정책실장과 면담했다. 청사에 들어설 땐 기자들이 지소미아와 관련한 논의를 했느냐고 묻자 “우리는 오늘 환상적인 협의를 했다. 특히 방콕에서의 이벤트 이후 합의에 대한 주제들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협의를 했다”고 답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 실장과의 협의 중에도 지소미아에 대한 언급은 없이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고만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이 염두에 둔 만남은 청와대로 보인다. 청와대는 오후 4시37분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이날 오전 스틸웰 차관보와 70여분간 면담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김 차장이 오전 스틸웰 차관보를 만난 데 이어 오후에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역시 70여분간 만났다고 밝혔다.  
 
또 “면담에서 양측은 지소미아, 방위비 분담 협상 등 한·미 양국 간 동맹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국방부에서의 면담보다 시간도 두 배 이상 길었고, 껄끄러운 현안인 지소미아가 정식 의제로 다뤄졌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김 차장은 위의 현안에 대한 우리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스틸웰 차관보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 동맹이 동북아 안보에 있어 핵심축(linchpin)임을 누차 강조했다”며 “아울러 김 차장과 스틸웰 차관보 및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 양국이 다루고 있는 여러 동맹 현안을 미래 지향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인사는 “스틸웰 차관보가 김 차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선 결국 김 차장과의 지소미아 담판이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 타깃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미 소식통은 “미국이 지소미아 문제로 한국을 압박한다는 여론이 한국 내에서 높은 것을 미국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맹 문제에서 실무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외교부·국방부와는 좋은 그림을 연출한 것 같다”며 “또 지소미아 문제는 어차피 외교부나 국방부가 큰 영향력이 없고, 결국 청와대와 직접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 김 차장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전후로 언론 설명 등을 통해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역할을 맡아 정부 안팎에서 ‘지소미아 파이터’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기한 만료(22일 자정)를 불과 16일 남기고 미국이 지소미아를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는데 결과는 아직은 예측 불가능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가 먼저라는 정부의 공식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지소미아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쪽으로 미묘하게 기류가 달라진 부분도 있어서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요구가 거세지만 일본이 지소미아 복원의 명분을 조금이라도 줘야 정부가 움직일 공간이 생긴다”고 전했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6일 ‘일본이 수출규제 강화를 철회해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수출관리 운용의 재검토(수출규제 강화)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한국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지혜·위문희·성지원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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