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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31세 교사의 분노 "월급 170만원, 월세·양육비·교통비 빼면 0"

칠레를 바꾸기 위해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는 고교 교사 세바스티안(31)이 산티아고 시내 이탈리아광장에서 임종주 특파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촬영기자]

칠레를 바꾸기 위해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는 고교 교사 세바스티안(31)이 산티아고 시내 이탈리아광장에서 임종주 특파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촬영기자]

 
지하철 요금 30페소(약 50원) 인상에 대한 반발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로 번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시간이 갈수록 잦아지고 또 격렬해지고 있다. 

[혼돈의 칠레]④ 칠레 고교 교사 반정부 시위하는 이유
월급 170만원, 월세·양육비·교통비 내면 남는 게 없어
가족 누구라도 아프면 당장 남에게 손 벌려야 할 처지

 
시위가 19일째 계속된 지난 5일(현지시간) 시위대의 성지로 불리는 산티아고 도심 이탈리아광장에서 말쑥한 차림의 30대 남성을 만났다. 세바스티안 이삭 고메즈. 그는 올해 31세인 고등학교 교사다. 
 
고메즈는 자신을 그저 평범한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교육 현장에 있어야 할 그는 왜 반정부 시위 현장으로 나왔을까.
 

9년 차 칠레 교사 “저축은 언감생심”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고메즈는 교사 생활 9년 차다. 야간에는 대학에서 강의도 한다. 5년 전 결혼해 딸 둘을 뒀다. 9살과 7살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인생의 보배다. 
 
한 달 수입은 교사 월급과 대학 강사료를 포함해 모두 110만 페소(약 170만원)다. 칠레 노동자 월평균 수입 55만 4000페소(2017년· 칠레국립통계연구소)의 두 배다. 남부러울 것 없는 전형적인 칠레 중산층 가장의 모습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월급을 받으면 산티아고 시내 아파트 월세에 25만 페소(약 38만7500원), 두 딸 양육비로 월 25만 페소가 나간다. 매달 수입의 절반 정도가 이런 고정 지출이다.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시 외곽으로 나갈 생각도 해봤지만, 비용과 시간이 또 그만큼 들게 돼 여의치 않았다. 
 
여기에 비싼 교통비와 통신비, 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저축은 꿈도 꾸기 어렵다고 고메즈는 말했다. 그는 "월급 받아 저축은커녕 한 달 살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자칫 가족 누구라도 아프게 되면 당장 남에게 손을 벌려야 할 처지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 19일째를 맞은 11월 5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손으로 집어 다시 던지고 있다. [이광조 JTBC 촬영기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 19일째를 맞은 11월 5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손으로 집어 다시 던지고 있다. [이광조 JTBC 촬영기자]

 

"이대로는 칠레 미래는 없어”

고메즈는 “그나마 나는 빚이 없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칠레 가정의 절반쯤은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 보니 주변 사람 가운데는 의료나 연금, 교육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물론 운동화나 옷조차 살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칠레 최저임금은 월 30만 1000페소(약 46만6000원) 수준이다. 그는 “중산층인 나도 이 정도인데 나보다 벌이가 적은 서민들 생활은 얼마나 어렵겠냐"고 말했다. 
 
 
고메즈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18일부터 이탈리아광장으로 나왔다. 경찰에 체포된 적도 있다. 경찰이 쏜 공기총 서너 발을 몸에 맞기도했다. 
 
그래도 지난 19일 동안 벌어진 시위 중 두세 번을 빼고는 참가했다.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시위에 나오겠다고 했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 19일째를 맞은 11월 5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 시내 이탈리아광장에서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와 최루탄을 피해 도망가고 있다. [이광조 JTBC 촬영기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 19일째를 맞은 11월 5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 시내 이탈리아광장에서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와 최루탄을 피해 도망가고 있다. [이광조 JTBC 촬영기자]

 
시위에 나온 이유는 뭔가.
칠레 가정의 절반쯤이 최저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생활비, 교통비, 기름값 모두 너무 비싸다. 정부가 국민을 너무 쥐어짜고 있다.  
 
폭력시위로 번지는 데 대한 우려도 큰데.
폭력시위는 반대한다. 그러나 평화적으로만 시위하면 정치인이 무시한다. 안타깝게도 폭력을 써야 요구를 들어주는 게 현실이다.
 
당신의 미래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하나.
사정이 빠듯한데,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나 지출이 발생할 경우 내 삶의 질이 떨어지고 불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계 살림이 적자가 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해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 국민 요구를 수용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도 계속 광장에 나올 것이다.
 
고메즈를 만난 그 날 피녜라 대통령은 시위에 굴복해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시위대의 하야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칠레 국민 대다수에 의해 선출됐기 때문에 남은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탈리아광장에서는 6일 택시와 버스, 트럭 기사 등이 대거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
 
한편 칠레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 개최를 포기한데 이어 남미 유명 축구대회 결승전도 다른 지역에 내줬다. 남미 축구연맹은 클럽 대항전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Copa Libertadores) 결승전을 산티아고가 아닌 페루 리마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브라질 플라멩구와 아르헨티나의 리버 플레이트가 맞붙는 결승전은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산티아고(칠레)=임종주 특파원 lim.jongju@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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