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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소설가 "여성들이 욕망에 능동적일 필요가 있다"

전경린의 신작 소설 '이중 연인'은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사진 중앙포토]

전경린의 신작 소설 '이중 연인'은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사진 중앙포토]

"교활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부주의했던 게 이유였다.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온다. 동시성의 법칙은 연애 월드에서 꽤 알려진 징크스이다." (『이중 연인』 중에서)

 
전경린(57)의 신작 『이중 연인』은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잡지사 기자인 여주인공 수완은 살면서 그런 일을 단 한 번 겪는다. 그가 우연히 미술평론가 이열과 방송국 피디 출신인 황경오, 두 남자에게 동시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성격과 연애 방식은 극과 극이다. 황경오가 상대를 독점하고 구속하려 하는 스타일이라면, 이열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내버려 두는 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여자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전쟁을 벌인다. 승자가 존재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승자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다.
 

"사랑은 생물처럼 매일 모양과 색채가 변한다"

 
전경린 작가는 이중연애를 소재로 세태 속의 사랑을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이메일로 만난 전 작가는 "일반적으로 연애 기간이 길어지고 한 사람당 연애 횟수도 많아지면서 연애 윤리에서 지난 일은 묻지 않는 것이 예의이고 상식이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연애 기간 안에서는 일부일처제처럼 안전장치를 하고 지나치게 서로를 단속하고 보수화하는 양상을 보며, 연애 윤리에 혼란과 오류를 느꼈다"며 "이런 혼란과 오류를 뒤집는 방식으로 상대를 구속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중연애를 생각해 보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들 속에서 작가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만약 아슬아슬하게 어긋난 채로 포기하지 않고 서로에게 문을 열어두고 함께 알 수 없는 일을 겪으며 흘러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그 사이로 다른 사랑이 통과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감당하고 그리움을 이어간다면 그 역시 치열하게 사랑하는 과정이 아닐까."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이 이에 대한 답을 찾았는지는 불분명하다. 대신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을 묻자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하다. 내게도 사랑은 생물처럼 하루하루 모양과 색채와 지향이 변해간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내게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에게 나를 위해 한두 가지 바뀌어주기를 정직하게 부탁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 역시 상대를 위해 한두 가지 바뀌어주는 일"이라고 답했다. 
 
전 작가는  "이상적인 사랑보다는 최소한의 사랑을 말하고 싶다. 최소한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쓰지 않기, 서로 입장이 다른 타인임을 잊지 말기 같은 것이 떠오른다. 이것만 지켜도 최소한 사랑을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념’(情念)의 작가', 전경린 

 
전경린 작가는 그간 남녀 관계나 연애. 사랑 문제를 다룬 소설을 많이 써왔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천사는 여기 머문다』 등과 장편 소설 『열정의 습관』 『황진이』 『엄마의 집』 『해변 빌라』 등을 냈고,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현진건문학상, 대한민국소설상, 21세기문학상, 문학동네소설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받았다.

 
전경린 소설가는 "지금 내게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에게 나를 위해 한두 가지 바뀌어주기를 정직하게 부탁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 역시 상대를 위해 한두 가지 바뀌어주는 일"이라고 답했다. [사진 중앙포토]

전경린 소설가는 "지금 내게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에게 나를 위해 한두 가지 바뀌어주기를 정직하게 부탁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 역시 상대를 위해 한두 가지 바뀌어주는 일"이라고 답했다. [사진 중앙포토]

그에게 유독 사랑 이야기를 많이 쓰는 이유를 물었다. "사람의 삶과 사회란 인공적인 문화이고 도식적인 제도이고, 일반화의 강요이고 단체로서의 경험이라면, 사랑은 자연으로부터 오는 생명의 감각이고 무의식적인 에너지이며 개인적인 경험이고 고유한 삶의 추구"라고 답했다.  개인의 자아는 이 두 세계 사이에서 흔들리며 자신을 지향해 간다는 것. 그는 이어 "내 언어와 감각과 생각과 논리는 사랑을 통한 삶과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최근 달라진 남녀 관계나 여성의 지위가 소설 쓰기에 영향을 끼쳤는가를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는 "이번 소설을 쓰면서, 한국의 50대 이상의 남자 작가는 이 시대엔 연애 소설을 못 쓸 거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만큼 몇 년 사이에 여성의 의식과 연애의 양상이 바뀌었다. 나 역시 나의 의식을 검열하면서 문장을 썼을 정도"라고 말했다.
 

"여전히 여성들은 욕망을 숨긴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작가는 "사회가 바뀌고 있고 여성의 지위도 달라지고 있지만 21세기의 젊은 여성들도 여전히 자신의 욕망을 숨긴다. 먼저 드러내서 득 될 게 없다고 여긴다"면서 "여성이 더 능동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이미 소극적으로 태세를 전환한 남성을 끌어당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미래의 사랑도 염려한다. 그는 "초고도 산업사회가 본격화되면 인간은 더욱 고립되고 정체성이 빈약해져서 사랑이 더욱 필요하지만, 불능의 시대로 가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며 "희망을 갖자면 사랑 역시 문화의 틀에 따라 변화해 왔으니 미래의 사랑은 더욱 정제되고 반복되고 일반화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도 사랑을 중심 동력으로 계속해서 글을 쓸 예정이다. 작가는 "글쓰기는 내 안에서 풀려나는 율동의 표현이자 중독이고 습관이며 나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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