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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주대첩 승리로 이끈 강감찬, 그 힘은 어디서 나왔나

기자
김준태 사진 김준태

[더,오래] 김준태의 자강불식(20·끝)

사회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안목과 통찰력, 업무능력이 뛰어나야 하고 대인관계가 좋아야 한다. 성실해야 하며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좋은 상사와 만나는 것도 중요한데 내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상사가 기회를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믿고 키워주는 상사를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큰 복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란과의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姜邯贊)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훗날 엄청난 업적을 세워 별의 화신이라느니 하는 이야기가 생겨나긴 했지만(별이 떨어진 곳에서 태어났다고 해 그의 생가터를 ‘낙성대落星垈’라고 부른다) 처음 관직에 나갔을 때만 해도 그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더구나 체격과 용모가 볼품이 없었고 입고 다니는 옷도 늘 때가 끼어있고 헤져 있어 주위 사람들이 그를 업신여겼다고 한다.
 
거란과의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姜邯贊)은 처음 관직에 나갔을 때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울 낙성대에 있는 강감찬 장군의 영정. [중앙포토]

거란과의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姜邯贊)은 처음 관직에 나갔을 때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울 낙성대에 있는 강감찬 장군의 영정. [중앙포토]

 
강감찬은 답답하고 억울했을 것이다. 생김새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타고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걸 지적하며 사람을 깔보고 무시하다니. 그러나 분노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에게 화를 내며 세상 탓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스스로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강감찬이 선택한 길은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이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돼서 대체불가의 영역을 구축한다면 분명 내가 중요하게 쓰일 기회를 만나게 되리라 생각했다. 나라에는 아주 꼭 필요한 일이지만 당장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일. 강감찬은 고려의 북쪽 국경을 위협하는 거란족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거란족이 침입할 경우 대응할 방법 등을 구상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현종이 강감찬을 서경유수에 임명한 것은 바로 이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벌써 두 차례나 고려를 침입했던 거란의 움직임이 다시 심상치 않자 강감찬을 파견해 현장을 확인하고 대응할 태세를 갖추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강감찬을 탐탁지 않게 여긴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볼품없이 생겨 깔보았던 강감찬이 왕의 신임을 받고 중책을 맡았으니 그저 무조건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강감찬을 모함하고 탄핵하는 상소들이 이어졌지만 현종의 철저한 보호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1012년 감찰어사 이인택이 강감찬을 탄핵하자 현종은 오히려 이인택을 파직할 정도였다.
 
아무튼 덕분에 강감찬은 차질 없이 거란의 침입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역사에 길이 남는 대승을 거두게 된다. 만약 현종이 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에게 중임을 맡기지 않았다면 역사의 향방은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현종이 강감찬의 전문성을 중시하고 그가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귀주대첩이라는 성과도 도출할 수 있었다.
 
강감찬은 역사에 길이 남는 대승을 거두게 된다. 만약 현종이 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에게 중임을 맡기지 않았다면 역사의 향방은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강감찬 장군 동상. [중앙포토]

강감찬은 역사에 길이 남는 대승을 거두게 된다. 만약 현종이 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에게 중임을 맡기지 않았다면 역사의 향방은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강감찬 장군 동상. [중앙포토]

 
하지만 그 이전에 강감찬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확립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강감찬이 거란에 관한 일, 국방업무에서 두각을 내지 못했다면 현종도 강감찬을 주목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무릇 좋은 상사를 만나려면 나 역시 상사가 손을 내밀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상사에게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상사가 먼저 나를 찾아온다. 강감찬은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고, 이 일은 이 사람에게 맡겨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대체불가의 전문성을 확보함으로써 현종이라는 좋은 상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또한 강감찬이 구축한 전문성은 본인의 위상을 확보하고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게 해 주는 힘이 되기도 했다.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학벌이 딸린다고 생각해보자. 집안이 좋지 못해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한 명도 없고 가난하여 재정적인 뒷받침도 받을 수가 없다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준비해야 상사나 조직의 주목을 받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해나가며 성공의 길로 나갈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대체불가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다.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에 매우 밝고, 그 업무를 다른 누구보다도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조직은 반드시 그 사람에게 기회를 줄 테니 말이다.
 
동양철학자·역사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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