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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사태가 라임 사태 단초됐다"…'6개월 펀드'가 연결고리

 지난 8월. 원금의 최대 90%를 까먹은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손실을 본 투자자만 3243명(8월7일 기준), 예상 손실액만 3513억원(9월25일 기준)에 달한다.  
 

라임, 6개월 펀드 재판매 요청서 입수
7월30일께 우리은행 고위직에 전달
6개월 문제 알면서도 라임·우리 쉬쉬
DLF 사태로 재판매 무산된 게 결정타
우리 "재판매 약속한 사실 없어" 반박
6개월짜리 판 금융사는 우리은행 유일

 두 달 뒤인 10월1일. 라임자산운용이 274억원 규모의 펀드 투자금액을 당장은 돌려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후 환매 중단액은 6200억원에서 1조5000억원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규모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규모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투자 자산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금융 상품에서 두 달 사이 발생한 대형 사고에는 3가지 공통점이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모펀드’라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펀드 만기가 6개월에 불과한 상품이 있었다는 것. 세 번째는 우리은행이 주요 판매사였다는 것이다.
 

 라임의 투서...“재판매 안 되면 엄청난 파문”  

 두 상품의 연관성은 이것뿐이었을까. 지난 7월30일. 라임자산운용은 우리은행 고위층에 ‘라임자산운용 Top2 밸런스 사모펀드 (우리은행) 재판매 요청서’라는 문건을 보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문건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은행 상품팀의 강력한 요청으로, 저희는 우리은행에서 재판매를 전제로 한 6개월 만기형 펀드를 설정ㆍ판매했다. 만약 판매 재개가 안 된다면 펀드 상환이 불가능하며, 우리은행 및 라임자산운용은 엄청난 파문이 생길 수 있다. 타 채널 판매 중단(환매), 연쇄 펀드 환매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다. 우리은행 판매 펀드도 기준가 폭락, 환매로 인한 상장사 및 중소기업의 도산 우려가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우리은행 고위층에 전달한 재판매 요청서 첫 페이지. 강광우기자

라임자산운용이 우리은행 고위층에 전달한 재판매 요청서 첫 페이지. 강광우기자

 라임이 우리은행에 이렇게 애타게 매달린 이유가 있다. 라임이 우리은행에서만 판매한 ‘라임 톱2 밸런스 6M’의 만기가 8월부터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지난 2월 설정된 이 상품은 우리은행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두 달 만에 6700억원 어치나 팔렸다.
 
 이 펀드는 만기 1년 이상의 사모사채 등에 투자하는 모펀드 ‘라임 플루토’를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환매 문제 등이 걸려 있는 만큼 만기를 6개월로 정한 건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재판매(롤오버)’에 대한 약속이 있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재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 유입이 끊기고 환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자금이 물밀 듯이 들어오는 데 투자처는 제한적이라 수익률이 기존보다 떨어졌다. 이를 빌미로 "우리은행 상품팀에서 재판매 합의를 없었던 일로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게 라임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먼저 ‘라임 톱2 밸런스 6M’ 펀드의 신규 판매를 4월 말 중단하는 대신 또 다른 6개월 만기의 펀드인 '무역 금융펀드'를 판매했다.
 
 그러다 우리은행에 원금 전액 손실까지 발생한 ‘DLF 사태’가 결정타가 됐다. 사모펀드 문제로 고객들이 아우성인 상황에서 영업점에서는 또 다른 사모펀드인 ‘라임 펀드’를 재가입하라고 나설 수 없었다. 기존 가입 고객들은 만기 6개월이 지나자 예정대로 대규모 펀드 자금을 환매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8월 중순 라임이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게 되고 라임이 투자한 자산을 담보로 증권사가 대출을 해줬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도 연장되지 않았다. 라임은 TRS 계약으로 들어온 차입금으로 환금성 높은 자산을 사들여 짧은 만기의 상품을 가입한 고객들의 환매 요청에 대응했는데, 이마저도 끊긴 것이다.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지며 백방으로 자금 조달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10월1일 라임은 우리은행을 통해 판매한 ‘라임 톱2 밸런스 6M’펀드 환매 요청분(274억원)을 지급할 수 없다고 공식화했다. 이후 라임 펀드를 판매한 모든 금융회사의 고객들이 대량으로 환매 요청에 나섰다. 환매 중단 금액은 1조5000억원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라임 “DLF가 직격탄”,  우리은행 “재판매 약속 없었어”  

 공교롭게도 라임에서 펀드 환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DLF 사태가 터진 8월 이후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월부터 지난 7월(2031억원)까지 라임에는 31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그러다 DLF 사태가 터진 8월(-3820억원)과 9월(-5160억원)부터 자금이 대량으로 빠져나갔다.  
라임자산운용 자금 유출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임자산운용 자금 유출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때문에 ‘DLF 사태’의 나비효과가 ‘라임 사태’를 불러왔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전과 법적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며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라임의 핵심 관계자는 “우리 책임이 굉장히 크고 잘못을 100% 인정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은행이 6개월 뒤 재판매를 약속했던 게 DLF 사태로 무산되면서 이번 사태가 시작됐다”며 “당시 우리은행의 요청을 네 차례 거절했지만 결국 들어준 것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말은 다르다. 우리은행은 “라임이 먼저 6개월짜리 상품을 제안해 상품선정위원회가 선택해 팔았을 뿐 재판매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DLF 사태와 라임 사태의 연관성도 강하게 부인했다. “라임의 자전 거래와 파킹 거래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며 펀드 운용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서 7월부터 고객의 동요가 심했고 우리도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라임 펀드 중 만기 6개월짜리를 판 곳은 우리은행뿐이었다.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해당 펀드는 환매 리스크 때문에 6개월 만기는 불가능한 상품”이라며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1년 이상의 상품만 팔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품을 내놓은 것은 수수료 수익을 늘리려는 ‘꼼수’로 보는 시각이 많다. 1년 만기 상품은 0.7%의 판매선취수수료를 1년에 한 번씩 받는데 이를 6개월로 쪼개면 두 배로 늘어난다. 우리은행이 비이자 수익을 늘리려 6개월짜리 DLF를 대규모로 판매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은행은 라임이 다른 금융사에도 단기 상품을 팔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라임은 지난 5월 하나은행에도 만기 6개월짜리와 1년짜리 상품을 먼저 제안했다가 만기 6개월 상품은 거절당했다. 그 대신 경남은행과 IBK기업은행을 통해 만기 9개월 상품을 수백억원어치 팔았다. 라임 측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재판매 여부를 놓고 우리은행 측과 이견이 있어 5월부터 무리해서 영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환매 중단 라임 펀드’판매사별 가입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환매 중단 라임 펀드’판매사별 가입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 경고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형 판매 채널을 가진 판매사의 우월적 영업 행태와 고성장을 위해 대형 판매사가 필요했던 자산운용사의 욕망이 뒤섞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라임이 어떠한 핑계를 대더라도 우리은행의 말만 믿고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6개월짜리 펀드를 내놓았다는 데서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면서도 "다만 현실에서 자산운용사에 '갑(甲)'으로 군림하면서 문제가 터졌을 때 뒤로 빠져 '나 몰라라' 하는 대형 판매사의 행태에도 제동이 걸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깜깜이’ 사모펀드 시장에서 판매 채널을 통한 펀드 간 위험 전이 가능성을 보여준 심각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LF와 라임의 펀드가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영향을 받는 건 전문 투자자들보다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의 정보 획득 능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시장을 너무 열어줬기 때문"이라며 "이런 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더 뛰어들 수 있도록 사모펀드 진입 장벽을 낮춘 금융 당국의 책임도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어 제2, 제3의 라임 사태가 추가로 일어나면 한국 금융시장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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