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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명이 음주운전 누명 썼다···'불량 음주측정기'에 美 발칵

음주측정기 인톡실리저(Intoxilyzer)를 만든 CMI사 홍보 영상.[CMI사 캡쳐]

음주측정기 인톡실리저(Intoxilyzer)를 만든 CMI사 홍보 영상.[CMI사 캡쳐]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혈중 알코올농도 측정치가 죄의 유무를 가른다. 한국에선 0.03%, 미국에선 0.08%를 넘으면 형사 처벌 대상이다. 여기엔 음주 측정(혈중 알코올농도 측정)기에 오류가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런데 음주 측정기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뉴욕타임스(NYT)가 이 대목을 파고 들었다. 음주 측정기의 완전무결성에 의문을 갖고 탐사 취재를 벌였다. 1만 페이지에 달하는 법원 기록 검토와 100여 명의 변호사·과학자·경찰관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음주측정기가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제공해왔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①기계 결함...운전자 호흡온도 반영치 못해 

뉴욕타임즈는 3일 '음주측정기가 당신을 감옥에 넣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 캡쳐]

뉴욕타임즈는 3일 '음주측정기가 당신을 감옥에 넣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 캡쳐]

2009년 워싱턴주(州) 경찰은 드래거(Dragger)사의 혈중 알코올농도 측정기 ‘알코테스트9510’(alcotest9510) 모델을 도입했다. 그런데 6년 뒤인 2015년, 측정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주 지방판사가 측정기에 대한 전문가 검증을 요청했다.  
 
전문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0년 넘게 일한 프로그래머 로버트 워커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내는 보안 전문가 팔콘 모모트였다.  
 
NYT는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코테스트 9510은 기본적인 측정기준조차 갖추지 않은 비과학적 기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드래거사의 알코테스트9510(alcotest9510) 제품 사진[드래거사 홈페이지 캡쳐]

드래거사의 알코테스트9510(alcotest9510) 제품 사진[드래거사 홈페이지 캡쳐]

음주 측정기는 운전자가 작은 호스를 통해 내뱉은 숨 안의 에탄올 등 화학물질이 적외선을 얼마나 많이 흡수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때 운전자 날숨의 온도는 측정치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러나 드래거의 제품은 호흡 온도를 측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운전자가 내뱉는 숨의 온도가 34도를 초과할 경우 부정확하게 높은 수치로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드래거사의 셰퍼 대변인은 NYT에 “당시 주 정부가 호흡 온도를 체크하고 소프트웨어가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센서를 부착할 경우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NYT에 따르면 워싱턴주 경찰은 "기기가 아직 최종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회사 연구진의 지적을 알고 있었고, 주 정부는 수만 달러의 비용이 드는 제품 검사를 하지 않았다.  
 

②관리 부실...시효 지난 약품 사용

CMI사 음주측정기 인톡실리저(Intoxilyzer). [CMI 홈페이지 캡쳐]

CMI사 음주측정기 인톡실리저(Intoxilyzer). [CMI 홈페이지 캡쳐]

2016년 일마르 패글은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서에 음주 측정기 관리 요원으로 고용됐다. CMI사가 만든 음주측정기 인톡실리저(Intoxilyzer)였다. 그는 경찰서에 있는 모든 음주측정기가 실제보다 20~40% 높은 측정치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전임자가 측정기에 잘못된 수치 보정값을 세팅한 데다, 너무 오래된 화학약품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주 법무장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18개월 뒤 법무장관은 350명의 운전자가 실제보다 너무 높게 나온 측정치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③4만2000명 무죄로...“정확한 근거로 처벌해야”

혈중 알코올농도 측정기 ‘알코테스트9510’(alcotest9510) 사용장면. [드래거사 홈페이지 캡쳐]

혈중 알코올농도 측정기 ‘알코테스트9510’(alcotest9510) 사용장면. [드래거사 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NYT는 지적한다. 2017년 매사추세츠주 로버트 브레넌 판사는 알코테스트9510를 사용한 2012~14년 음주단속 결과를 모두 폐기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당시 단속에 걸려 유죄 판결을 받은 2만9000명이 억울한 피해자가 된 것이다. 이들에게 내려진 음주운전 유죄 선고는 무효가 됐다.   
 
뉴저지주 역시 같은 이유로 1만3000명의 음주 측정치를 무효로 하는 재판이 진행중이다. 드래거사 연구소가 측정치를 조작하려고 한 증거도 재판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  
 
NYT는 "법원이 가장 강력하다고 믿은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를 내린 이들이 무죄를 받고 있다"며 "(검찰과 법원은) 정확한 근거를 갖고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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