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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5공 때도 기자는 검사를 자유롭게 만났다

신성호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신성호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 기사는 오보입니다. 기사를 빼세요.” “우리는 사실을 확인해서 보도했습니다. 뺄 수 없습니다.”
 

위헌적 법무부 훈령은 폐기돼야
역사의 시계 거꾸로 돌리지 말라

1987년 1월 15일 당시 석간신문이던 중앙일보 사회면에 필자가 그날 아침 검찰에서 취재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특종으로 보도되자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다.
 
보도 직후 문화공보부 당국자가 당시 금창태 편집국장대리에게 전화를 걸어 오보라며 기사를 빼도록 요구했다. 경찰 수뇌부는 이두석 사회부장에게 “고문치사가 아니라 변사”라고 압박했다.
 
법무부가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고 검사 및 검찰 수사관과 기자의 개별 접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란 새 훈령을 최근 공개했다.
 
솔직히 필자는 이 훈령을 읽어 내려가다 몇몇 조항에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언론의 자유가 없던 5공화국 시절에도 기자들은 검사나 검찰 수사관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보를 낸 기자에 대한 검찰청 출입 제한 조치는 해당 기자의 취재 자유를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다. 취재 기자로선 손발이 묶이는 것이니 대단히 무거운 징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법무부 훈령(제33조 2항)에선 오보의 구체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제시하지 않았다.
 
더구나 오보 여부에 대한 판단을 검찰에 맡김으로써 자칫 법무부와 검찰이 보도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비판 언론에 출입 제한 조치할  수도 있게 됐다.
 
만약 모든 오보에 대해 언론의 책임을 묻는다면 언론의 취재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큰 것이다.
 
그래서 비록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취재 당시 기자가 사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언론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례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예를 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좋은 사례다. 정부와 경찰은 중앙일보의 첫 보도를 오보라며 기사를 빼도록 압박하다 외신들이 서울발 긴급기사로 인용해 보도하자 ‘심장 쇼크사’로 입장을 바꿨다. 언론의 끈질긴 추적 보도를 통해 경찰관들의 집단 고문과 정권의 조직적 축소 은폐의 진실이 드러났다.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를 검사 및 검찰 수사관이 개별 접촉하지 못 하게 한 금지 규정도 문제다. 이는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 활동을 봉쇄하고 검찰이 발표하는 내용을 받아쓰기만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국방부 보고서 사건’ 판결은 언론 자유에 대한 기념비적인 판결로 꼽힌다. 이 재판에 참여한 휴고 블랙 당시 연방 대법관은 훗날 “미국 헌법이 언론 자유를 보장한 것은 정부의 비밀을 파헤쳐 국민에게 알리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훈령대로 검사 등의 기자 개별 접촉이 금지되면 한국에선 언론이 법무부나 검찰이 숨기려는 비밀이나 수사 내용을 취재해 보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표현의 자유 또는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만들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 헌법(제21조)도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지며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다. 법무부의 입장이 언론은 자유로운 취재 활동 대신 발표 내용을 받아쓰기나 하라는 취지가 아니라면 이번 훈령을 폐기하거나 위헌적 조항들은 삭제하는 게 옳다.
 
기자는 검사나 검찰 수사관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법무부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조국 사태’를 계기로 그렇게 걱정하는 오보와 가짜 뉴스도 막거나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신성호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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