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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대통령 덮친 조국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하경 주필

이하경 주필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 고(故) 강한옥 여사는 지독한 가난을 겪으면서도 반듯하고 총명했던 아들을 위해 늘 기도했다. 대학 때 유신반대 집회를 주도하다 구속돼 검찰로 이송되던 날 어머니는 팔을 휘저으며 “재인아! 재인아!”라고 부르면서 호송차를 따라 달렸다. 아들은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드렸을진 몰라도 불효가 훨씬 많았다”고 회고했다. 문재인의 순수한 성정은 어머니의 헌신을 통해 완성됐다.
 

일본 법무상, 부인 비리 보도되자
하루 만에 사퇴, 아베 총리는 사과
조국 사태는 석 달간 공동체 파괴
제대로 사과하고 ‘조국’과 결별을

백범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가 떠오른다. 아들이 “국모의 원수를 갚겠다”며 일본군 장교를 죽인 죄로 인천으로 압송될 때 동행했다. 스물한 살 외아들의 사형집행이 기다리는 비극의 여정이었다. 강화도를 지날 때 “같이 빠져 죽어서 귀신이라도 모자가 같이 다니자”고 아들의 손을 잡아 뱃전으로 끌었다. 아들은 “하늘이 도와서 죽지 않는다”고 어머니를 위로했다.
 
어머니는 인천항 물상객주의 식모로 일하면서 하루 세끼를 감옥에 들여주어 아들의 목숨을 잇게 했다. 멀쩡한 남편이 있는데도 옥바라지와 구명을 위해 권력자에게 개가(改嫁)하라는 유혹까지 받았다. 아들이 탈옥한 뒤에는 남편과 함께 대신 투옥돼 온갖 형벌을 받았다. 혈기방장한 해주 텃골 청년 김창수가 독립운동의 상징 김구로 거듭난 것은 어머니의 초인적 희생 덕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에 대해 “(아들이) 평온하지 않은 정치의 한복판에 서있는 것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셨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 고인을 안심시키는 길은 민주화를 위해 평온한 범부의 일상과 전도양양한 미래를 내려놓았던 청년 문재인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권력과 돈에 취해 타락한 가짜 진보와도 결별해야 한다.
 
오직 빈자(貧者)를 연민하는 소설만을 썼던 도스토옙스키는 “돈은 주조된 자유”라고 했다. 스스로 궁핍했던 자의 처절한 발설(發說)이었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던 일가 재산 56억원의 강남부자 조국에게는 돈이 무엇이었을까. 특권의 세습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을까. 평등·공정·정의의 촛불을 기반으로 한 상징자본을 거머쥔 강남좌파의 배신에 공동체는 분열에 빠졌다.
 
문 대통령이 사이비 진보와 헤어지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복원하려면 조국 사태에 대해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는 했다. 도대체 누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송구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사과의 진정성과 구체성이 결여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약속이나 한 듯 “송구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역시 억지춘향이었다. 이래서는 등돌린 민심을 달랠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대착오적 법무부 훈령이 검찰 개혁이라고 발표됐다. 검찰수사의 기본인 계좌추적과 휴대전화 압수수색도 조국 앞에서는 번번이 좌절됐다. 국민이 심판한 조국 일가의 그림자가 법치를 어지럽히고 있다. 누가 검찰 개혁의 순수성을 믿겠는가. 대통령의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는 공수처, 권력이 더 쉽게 다룰 수 있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의심은 저절로 생긴 게 아니다.
 
김영삼 정부의 사법개혁은 영장실질심사제라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는 확실한 성과물을 만들어냈다.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만나 충분히 듣고 결정하니 억울한 구속자가 확 줄었다. 방어권을 무력화시키는 인신 구속이 줄어들면서 인권이 개선됐다. 이렇게 사법개혁은 만인에게 좋은 것이다. 이 정부의 검찰개혁도 특권의 상징인 조국과 분리돼야 성공할 수 있다.
 
조국 사태는 국제적 망신감이다. 가와이 가쓰유키 일본 법무상의 부인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런데 선거운동원 13명에게 일당으로 법정 상한액의 2배 정도를 지급했다는 의혹이 주간지에 보도됐다. 장관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자 하루 만인 지난달 31일 가와이 장관은 사임했다.
 
그는 “1분1초도 법무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가 손상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 아내와 의논해 결단했다”고 했다. 아베 총리도 즉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가와이 장관을 법무상에 임명한 것은 나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석 달이 다 돼가도록 사태를 정리하지 못하는 문 대통령, 뻔뻔한 조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울먹이면서 사과했다. 그러나 진정성과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청와대에서 쫓겨났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지금처럼 국민의 뜻을 무시하면 헌법 1조 1항이 규정한 공화제를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불출마를 선언한 여당의 초선의원은 조국 사태 두 달여의 기간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광장의 민심은 “위임했던 주권을 회수하겠다”고 나설 판이다
 
청년 문재인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것은 조국을 장관에 임명한 나의 잘못이다”고 참회해야 한다. 그게 국민을 위로하고 정권도 사는 길이다. 나라를 뒤흔든 조국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하경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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