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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치의) 양념이 아니다” 타다 논란에 속 터지는 스타트업

답답함만 커진 모빌리티업계 

이재웅 쏘카 대표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30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이재웅 쏘카 대표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30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검찰이 지난달 28일 이재웅(51) 쏘카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이후 정부 고위 인사들이 일제히 ‘타다 편들기’에 나섰다. 
 
“당혹감을 느꼈다”(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신산업 창출 불씨가 줄어들까 우려스럽다.”(홍남기 경제부총리),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검찰의 기소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더니 급기야 지난 1일엔 주무 부처인 국토부와 검찰, 법무부가 기소 전 충분히 협의했는지를 두고 반박·재반박 자료를 내며 볼썽사나운 진실 공방을 벌였다. 
 
3일에도 “타다는 혁신적 모습으로 시장 경쟁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플러스(+)다”(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이 대표가 나아가는 방향과 사회에 기여하려는 부분은 굉장히 좋게 생각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고위 공직자 발언이 이어졌다. 불과 6개월 전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이재웅 대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무례하고 이기적이다”라 얘기한 것과는 전혀 결이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시내 거리에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차량과 택시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시내 거리에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차량과 택시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고위 관료들의 일련의 발언을 지켜보는 모빌리티 스타트업계의 속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혁신을 위한 판을 만들어 주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타다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듯한 모양새여서다. 
 

근본 원인은 정부·국회인데 책임지는 이 없어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우리를 (검찰-정부간 껄끄러운 갈등의) 양념처럼 사용하는 거 같다”며 “타다 기소가 큰 충격을 주긴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바뀔 법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 발의된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법안' 관련 우리가 필요한 내용을 의견서 형태로 제출했지만 아무도 거기에 대해선 대답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 와중에 궁금하지도, 물어보지도 않은 일 가지고 정치 공방만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근본 원인은 정부와 국회의 비효율과 방치인데도 누구 하나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지난 2013년 우버가 국내에 진출했을 때 모빌리티 기업과 면허제 기반 전통 택시간 갈등에 대한 첫 경고음이 울렸지만, 정부는 ‘형사고발→처벌’로 이어지는 손쉬운 해결책을 택했을 뿐이다. 
 
그간 손을 놓고 있다가 카풀 서비스로 지난해 말부터 갈등이 커지고 택시기사 자살이 이어지자 카카오모빌리티만 포함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갈등을 임시로 봉합했다. 이후 당사자만 타다로 바뀐 채 더 큰 갈등이 생겼고 대안으로 나온 게 이번 법안이다. 
 
하지만 정작 법안 자체의 미세조정에 관해선 관심이 없고, 뜬금없이 뒤늦은 발언들만 쏟아내고 있다. 박현 위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3월 사회적 대타협으로 카풀 서비스가 불가능해지면서, 우리는 8개월째 새로운 법안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비용만 축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사실상 사업을 못 하게 만들어 놓고 대타협이라고 한 ‘카풀’ 때와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혁신 산업을 위한 판을 제대로 깔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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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된 혁신형 플랫폼 택시 갈 길 멀어 

실제 국토부가 지난 3월 카풀·택시 사회적 대타협 이후 추진 중인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관련 법안은 8개월이 다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태다. 지난 7월 모빌리티 서비스를 혁신형·가맹형·중개형으로 규정한 다음 면허 총량을 관리하고 기여금을 내는 큰 틀을 발표해 택시와 모빌리티 업계 동의를 얻었지만, 세부 사안으로 들어가면 곳곳이 조율되지 않은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타다를 포함한 스타트 업계는 수요가 급증할 때 바로바로 운행 대수를 늘리고, 부담이 큰 기여금을 감면받길 원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용자 수요, 택시 감차 추이, 국민편익 등을 고려해 관리한다’는 원론적 얘기만 내놓을 뿐 명확한 답이 없다. 렌터카를 사용할지 말지, 면허당 기여금 액수는 얼마로 할지 같은 핵심 사안은 논의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정기 국회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초까지 한 달이 우리에겐 ‘골든 타임’”이라며 “스타트업 생존 시계는 지금도 0을 향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왼쪽 3번째)과 택시·카풀 업계 대표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안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왼쪽 3번째)과 택시·카풀 업계 대표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안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뒤늦게 말 거들지 말고, 미래에 관심을 

이재웅(가운데) 쏘카 대표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30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연 세미나에서 청중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민제 기자

이재웅(가운데) 쏘카 대표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30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연 세미나에서 청중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민제 기자

“(타다 금지 관련 규정을 제외한)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법안은 우리도 충분히 논의해서 빨리 정하자는데 찬성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 강남호텔. 검찰 기소 직후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재웅 쏘카 대표가 한 말이다. 기소 관련 입장을 묻는 말에 그는 말을 아꼈지만, 국토부가 추진 중인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에 대해선 상세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기소와 관련해 이 대표가 결코 할 말이 없어서 얘기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법정에서 다투는 일은 법률가에게 맡겨두고 자신은 혁신적 사업가로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구상에 더 방점을 찍고 싶었던 것 아닐까. 
 
정부 고위 관료들도 그간 큰 관심없던 ‘타다 칭찬’에 갑자기 열정을 쏟을 게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판이 얼마나 혁신적으로 만들어질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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