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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잇는 ‘신의 한 수’ 권상우 "누구보다 액션 잘할 수 있죠"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주인공 귀수. 흑백이 아닌 한 색깔 바둑돌로 두는 '일색 바둑'을 겨루고 있다. 영화에선 투명과 반투명으로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한 바둑돌이 사용됐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주인공 귀수. 흑백이 아닌 한 색깔 바둑돌로 두는 '일색 바둑'을 겨루고 있다. 영화에선 투명과 반투명으로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한 바둑돌이 사용됐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지금도 어떤 배우보다 액션을 잘 할 수 있어요. 누구보다 빨리 뛰고 더 점프할 에너지가 있는데 그런 작품을 못 만난 아쉬움이 있었죠. 이번 영화는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7일 개봉하는 새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에서 오랜만에 액션에 나선 배우 권상우(43)의 말이다.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7일 개봉 ‘신의 한 수: 귀수편’ 주연
내기바둑·액션 결합한 독특한 복수극
데뷔 후 첫 6㎏ 감량 투혼…절치부심
"대표작? 옛날 얘기...이번 영화 기대"

영화는 5년 전 바둑과 액션을 결합해 356만 관객을 동원한 ‘신의 한 수’에서 스치듯 등장한 ‘귀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스핀오프 속편. 전작의 15년 전 이야기를 다뤘다. 어릴 적 바둑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귀수(권상우)는 스승 허일도(김성균)가 물려준 내기 바둑을 통해 피의 복수극에 나선다.  
 

전편 기대감, 극복 과제였죠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주연 배우 권상우를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주연 배우 권상우를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귀수는 ‘귀신의 수’를 쓴다고 해서 붙은 이름. 1편에선 주인공 태석(정우성)이 교도소 독방에서 벽을 사이에 두고 바둑을 둬 단 한 판도 못 이긴 인물로 나왔다. 이번 영화엔 그가 어떻게 머릿속에 바둑돌 위치를 외며 두는 ‘맹기 바둑’ 고수가 됐는지도 밝혀진다.  
“전편에서 귀수를 기가 막히게 만들어놓으셔서 되게 고맙죠. 그런 기대감이 우리한텐 극복해야 할 과제였어요.”

 
전작의 정우성에 이어 주연에 나섰다.  
“1편은 예전에 봤는데 ‘귀수편’ 캐스팅되고 일부러 다시 보진 않았다. 너무나 좋아하는 정우성 선배 영화여서 재밌게 봤고 주연을 이어 받은 부담감이 있었지만, 막상 준비할 땐 부담보다 신이 났다. 전작과 전혀 다른, 새로운 톤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설렘이 있었다.”

 

데뷔 이래 첫 감량 투혼 

귀수가 눈을 가리고 바둑 두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런 바둑 기술은 그가 싸울 때 발휘하는 격투 기술로도 연결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귀수가 눈을 가리고 바둑 두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런 바둑 기술은 그가 싸울 때 발휘하는 격투 기술로도 연결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3개월간 6㎏ 이상 감량했다고.  
“왜냐면 귀수를 준비할 때 맨 처음 접한 이미지가 폐산사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 바둑 두는 모습이었다. 오랜 연마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다이어트가 필요했다. 운동은 꾸준히 했지만, 체중조절은 데뷔 이래 처음이다. 폐산사 장면은 촬영 전날부터 물도 안 마셨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음식 조절보다 하루·이틀 물 안 먹는 게 더 힘들더라. 지방 촬영할 때도 다들 맥주 한 잔 하러갈 때 저 혼자 근처 헬스클럽 가서 운동했다. 외로웠지만, 오랜만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였다.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에서 귀수와 악연으로 얽히는 외톨이(우도환)는 치명적인 장치를 한 전용 바둑판을 사용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귀수와 악연으로 얽히는 외톨이(우도환)는 치명적인 장치를 한 전용 바둑판을 사용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한 판의 바둑이 인간의 삶 같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리건 감독이 내세운 주제다. 텅 비어있던 바둑판 위에 집을 짓고 길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일은 곧 귀수의 인생사다. 이기려고 기를 쓰면 오히려 진다. 여기에 거친 액션이 더한다. 무심한 얼굴로 일당백 악을 처단하는 그의 모습에선 무림고수들의 학교를 평정했던 ‘화산고’(2001), 이소룡처럼 쌍절곤을 휘둘렀던 ‘말죽거리 잔혹사’(2004) 등 초기작 속 모습도 떠오른다. 최근에는 드라마 ‘추리의 여왕’, 영화 ‘탐정’ 시리즈 등 주로 코믹하고 친근한 캐릭터로 사랑받은 권상우는 “유쾌한 모습도 좋지만 (이번 영화에선) 또 다른 권상우를 보여주기 위해 절치부심했다”고 거듭 말했다.  
 

바둑돌 '동선' 외느라...

한 판의 대국을 진득하게 그렸던 전편과 달리 이번 바둑 시합은 도장 깨기식 여정으로 짤막짤막하게 그려진다. 그럼에도 프로 기사의 자문으로 매 장면을 공들여 구현했단다. 김선호 바둑기사가 전편에 이어 자문에 참여했다. “속기바둑·일색바둑·사석바둑…. 바둑의 여러 형태가 나오죠. 프로 기사님이 항상 현장에 오셔서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셨어요. 한 번 촬영에 열 몇 수까지 외워서 둬야 하는데 잘못 두면 안 되거든요. 바둑판에 눈을 뗄 수 없었죠.” 권상우의 말이다.  
한밤중 기차가 달려오는 철교 한복판에서 바둑시합을 벌인 귀수.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한밤중 기차가 달려오는 철교 한복판에서 바둑시합을 벌인 귀수.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극 중 마음에 드는 액션 신으론 “관객들은 화장실 액션을 뽑을 것 같다”고 했다. 괴한들에 습격 받은 그가 동료 똥선생(김희원)의 스카프에 바둑돌을 담아 반격하는 장면이다. 스승 허일도에 의해 눈으로 보지 않고 바둑을 두도록 수련했던 귀수는 암흑 같은 화장실에서 적의 움직임을 읽어낸다. “개인적으론 귀수가 (스승의 원수에게) 처음 정체를 드러내는 골목길 장면이요. 홍기준 배우와 (대결하는) 그 합이 영화를 이끄는 첫 단추인 것 같았죠.”

 

귀수 액션 정수는 이 장면 

용광로가 있는 주물공장 내부, 기차가 달려오는 철교 등 바둑을 겨루는 장소도 험난하다. 그는 “기차는 CG(컴퓨터그래픽)지만 다리는 실제 로케이션이었다”고 했다. “속수무책 올라갔어요. 아주 추운 겨울은 아닌데 환절기라 새벽 되니까 기온이 엄청 떨어지더라고요. 올라간 첫날은 추위에 벌벌 떨다가 둘째 날 밑에 난로도 켜고 대비를 해서 촬영했죠.”

귀수가 100명의 바둑 기사와 맞붙는 장면. 가운데 흰 양복이 귀수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귀수가 100명의 바둑 기사와 맞붙는 장면. 가운데 흰 양복이 귀수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황사범(정인겸)과의 대국이었죠. 귀수가 힘들어하는 게 표현돼야 했는데, 영화가 잘 되려던 건지, 그 장면 촬영할 즈음 온몸이 다 젖을 정도로 심한 독감에 걸려서 숙소에서 못 일어났어요. 아침에 병원 가서 링거 주사 맞고 며칠간 오한에 시달렸는데, 그때 감정상태와 몸 컨디션이 잘 맞아떨어졌죠.”

 
쉼표 역할을 하는 게 똥선생 역 김희원과 찰진 호흡이다. 권상우는 “악역을 많이 했지만 실제론 ‘똥선생’에 좀 더 가까운 형”이라며 “형님이 좋은 흐름을 만들어주셔서 귀수가 ‘이 돈 다 너 가져’ 하는 것 같은 애드리브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왼쪽이 배우 김희원이 연기한 똥선생.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두 사람이 전국을 돌며 대국하는 장면은 '타짜' 시리즈 같은 도박 영화를 연상시킨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왼쪽이 배우 김희원이 연기한 똥선생.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두 사람이 전국을 돌며 대국하는 장면은 '타짜' 시리즈 같은 도박 영화를 연상시킨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시사 때 완성된 영화를 보고 감독님한테 감사했어요. 제 연기야 100프로 만족할 수 없었지만, 캐릭터가 다 살아있는, 모든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행복했죠.”  
 

배우로서 대표작은... 

“신인감독과 자주 작업한다”는 그는 “리건 감독처럼 숨은 보석 같은 분들을 만나서 좋은 결과를 낼 때 성취감이 크다”고 했다.  
 
지금껏 대표작을 꼽는다면.
“너무 옛날 얘기라…. 이번 ‘귀수편’이 앞으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영화 '두번할까요'에서 권상우. 자신의 흥행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속 명장면을 코믹하게 패러디했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영화 '두번할까요'에서 권상우. 자신의 흥행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속 명장면을 코믹하게 패러디했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최근 그는 흥행의 쓴맛도 봤다. 주연을 맡아 지난달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두번할까요’가 17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그는 “재밌는 작품이었고 그 안에 연기는 후회 없다. 아쉬운 건 결과”라면서 “배우란 직업이 영화 한 편으로 상처받고 또 다른 영화로 치유하는 과정의 연속”이라 했다.

 

'소라게' 짤방 유행 "즐겁다"

그는 14년 전 출연한 MBC 드라마 ‘슬픈연가’의 한 장면도 새삼 화제다. 당시 그가 사랑하는 여인을 멀리서 바라보며 모자를 내려쓰는 슬픈 모습이 ‘소라게’란 제목의 ‘짤방’으로 온라인상에서 유명해진 것. 그는 “과거 작품이 이슈가 된다는 것만으로 즐겁다. 어떤 형태로든 나를 기억해주는 것이니까 부정적으로 생각되진 않는다”고 했다. “제가 유행에 좀 느려요. 줄임말 같은 것도 잘 모르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안하고요. 그래서 이런 게(짤방) 신기하기도 해요.”

 

'만찢남' 명성 이어갈까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바둑 고수 귀수에 이어 차기작은 코믹 액션 영화 ‘히트맨’이다. 웹툰작가에 도전한 전직 특수요원 역으로, 독립‧단편 코미디에 주력해온 신인 최원섭 감독과 함께한다. 영화 ‘탐정’에서도 전직 만화가게 사장으로, 탐정 만화에 푹 빠져있단 설정의 캐릭터였다. 유독 만화와 인연이 깊다고 하자 그가 껄껄 웃었다.  
“정말 그러네요. 이제껏 했던 영화들 보면 ‘동갑내기 과외하기’ ‘청춘만화’ ‘말죽거리 잔혹사’ ‘통증’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등 뭐랄까. 조금은 배우한테 나는 향기가 판타지나 만화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프레시한 느낌…은 아닌가요? 으하하. 실제로도 유쾌하고 긍정적인 편이에요. 색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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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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