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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습 시작됐는데…준비 없이 대책만 쏟아낸 정부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일 오후 송파구 일대가 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일 오후 송파구 일대가 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황사 미세먼지가 1일 전국을 덮친 가운데,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단·장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당장 올겨울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총리 산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가 확정한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은 12월부터 3월까지 시행하는 ‘계절관리제(미세먼지 시즌제)’다. 앞서 지난 9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은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안한 단기 대책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사대문 안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는 5등급차 상시 운행 제한은 다음 달부터 계도 기간을 거쳐 수도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세먼지특별대책.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미세먼지특별대책.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하지만, 노후차 운행 제한 등 계절관리제가 시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과 함께 지자체별 조례도 바꿔야 한다. 현재 국회에 관련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상임위(환경노동위원회)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될 때도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조례가 마련되지 않는 등 준비 부족으로 인해 비상 저감 조치 때도 5등급 운행 제한 조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올겨울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올해 시행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회 협조가 없으면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미세먼지대책과 관계자도 “12월 1일부터 (운행 제한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조례를 마련하는 데도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만 운행 제한…“지방 도시 준비 덜 돼”

지난달 21일 서울 성산대교 북단에서 차량 배출가스 특별단속 현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서울 성산대교 북단에서 차량 배출가스 특별단속 현장 모습. [연합뉴스]

운행제한 지역도 당초 기후환경회의가 제안한 것보다 축소됐다. 기후환경회의는 수도권과 인구 50만 이상 도시를 운행제한 대상으로 제안했지만, 정부는 지방 도시의 경우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도권에서만 시행하기로 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다른 지역은 준비가 덜 됐기 때문에 수도권에만 적용하기로 했다”며 “연내에 법 개정을 완료해서 12월에 수도권이라도 우선 진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속 대상을 어느 범위까지 하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크다. 
 
일단 전국 배출가스 5등급 차량 247만대 중 저공해 조치를 한 차량 24만대를 제외한 223만대가 운행제한 대상이다. 대부분이 10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다. 
 
하지만, 영업용 차량은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라 운행 제한에서 제외돼 있어, 트럭 등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큰 대형차종은 계절관리제가 시행돼도 단속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실제 운행제한 적용 대상 차량은 최대 114만 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런던이나 파리 등 유럽에서는 중대형 경유차에 대한 대책을 먼저 내놓는다”면서 “우리는 노후 중대형 경유차가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미세먼지 특별법에 예외 규정을 둘 정도로 규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손민우 그린피스 대기오염 캠페이너는 “예전에 클린 디젤이라고 해서 경유차를 샀던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등 미세먼지 저감 대책 대부분이 원인유발자보다는 소비자를 규제한다”며 “사업장 등 큰 규모의 원인유발자들을 좀 더 강력하게 규제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해도 전체 용량 늘어”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에 위치한 보령석탄화력발전소. [중앙포토]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에 위치한 보령석탄화력발전소. [중앙포토]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인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한다는 내용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앞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겨울철에 9∼14기, 봄철인 3월에 22∼27기의 가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안정적 전력수급을 전제로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만, 노후 석탄발전소 6기의 폐지 일정은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논평에서 “현재 전력수급계획대로라면 대용량의 신규 석탄발전 7기가 추가 건설·운영될 예정이어서, 노후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기해도 석탄발전의 전체 용량은 늘어난다”며 “정부의 이러한 계획이 미세먼지 저감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과감한 정책인가 묻고 고개를 흔들게 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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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미세먼지 대책을 총정리했을 뿐 새로운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내놓기로 했던 경유차 감축 로드맵은 이번 대책에서도 빠졌다. 
 
정부가 대책을 미루는 사이에 국내 경유차 등록 대수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대를 넘어섰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정부에서 경유차 퇴출에 관한 뚜렷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지자체도 따라갈 텐데 아직도 경유차 감축에 대한 로드맵 발표가 없어 강력한 대책을 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올겨울 미세먼지 줄이는 데 효과 있을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 및 고농도 시기 특별대책 발표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 및 고농도 시기 특별대책 발표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는 그간 분산적으로 추진하던 각종 협력사업을 ‘청천(晴天)계획’이라는 브랜드로 통일하고, 연구사업 위주에서 저감·회피사업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조 장관도 이를 의식해 “그간 정부의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특별대책은 실행력 강화에 특히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기후환경회의는 정부에 제안한 계절관리제 등의 대책이 제대로 시행될 경우, '나쁨' 일수는 42일(2018년 12월~2019년 3월 기준)에서 최대 30일 이하로, 일 최고농도는 ㎥당 137㎍(마이크로그램)에서 100㎍ 이하로 좋아지는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겨울에는 당장 이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우영 건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차원에서는 의미 있는 대책이지만, 구체적인 실행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어 올해 당장 시작할 수 없는 점은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김정연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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