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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부의 세습, 상속이 아니라 교육 통해"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읍ㆍ면 지역의 고교에 다니는 학생 이야기라며 페이스북에 오른 글을 소개합니다. 
 
“중학교를 읍ㆍ면 지역에서 다녔습니다. 중학교 성적은 최상위권이었습니다. 고교 진학 때 고민을 했습니다. 대도시의 고교로 진학할까, 집 근처 고교로 갈까. 농사짓는 부모님을 도와야 하고, 학교 성적도 좋으니 지역균형발전 전형 등을 통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고향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정시 중심으로 대입 제도가 바뀌면 저 같은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 정시 확대 발언 이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계층 상승, 지위 상승’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교육이라는 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 인식입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는 『Dream Hoarders』(한국 제목 ‘20 vs 80의 사회’)라는 책에서 ‘부의 세습은 직접 상속을 통해서라기보다는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입시비리 근절을 위한 학종 폐지 및 정시확대 촉구 촛불문화제를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입시비리 근절을 위한 학종 폐지 및 정시확대 촉구 촛불문화제를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교육을 통한 사다리 올라타기의 가장 큰 관문이 대학 입시 아니겠습니까. 어느 사회에서든 대입 제도를 놓고 논쟁이 뜨거운 이유입니다.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 쪽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의 발언에 담겨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설령 정시가 확대돼 부유한 가정에서 상위권 대학에 더 많이 진학하는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학종으로 야기되는 불공정성보다 더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입시제도가 있을까요. 저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입시제도가 진화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공정성’을 앞세워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건 핵심을 벗어난 단견입니다.  
 
학종(비교과) 입시와 정시 중심 입시의 장단점, 다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입니다. 학종의 비교과 영역은 사실상 가장 비교육적인 영역으로 전락했습니다. 동아리, 봉사, 진로탐색 활동 등의 내용을 기록할 때는 양심을 팔아먹으라는 악마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종 제도의 취지가 뭡니까. 획일화한 한 방의 시험에서 벗어나 내신 성적에다 다양한 교내 및 대외 활동, 진로 탐색 활동 등을 살펴 학생의 창의적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이 제도가 뭐가 문제인가요.  
 
문제는 거짓과 위선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검토하는 해법이란 게 문제의 원인을 찾는 쪽이 아니라 아예 제도 자체를 없애거니 축소하자는 쪽으로 치우칩니다. 이미 학종 비교과 영역을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한다고 합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기존 제도를 깡그리 없애버리는 게 아니라 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게끔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컨대 이런 겁니다. 과한 스펙 쌓기를 금지하고(논문, 어학성적 같은 외부 스펙 경쟁이 치열해지자 교육부는 이미 교내 활동 중심 평가로 바꿨습니다), 특목고ㆍ자사고 등에서 행하는 스펙 쌓기용 과정을 없애면 됩니다. 더 나아가 학종 비교과 영역을 교사가 거짓으로 기재했다면 교사 자격을 박탈해야 합니다. 거짓 자료를 활용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에 대해서는 입학을 취소해야 합니다. 이런 부정이 자주 드러나는 학교는 정원을 줄이거나 궁극적으로 폐교해야 합니다. 
 
 부정과 거짓에 대해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해 처벌하면서 학종의 장점을 발전시켜야지 근시안적으로 다시 과거의 획일화한 시험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건 퇴보 아닙니까. 학종 확대를 논하기 전에 왜 학종이 문제가 되는지 따져보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게 우선입니다. 
 
정시가 확대되면 읍ㆍ면 지역 학생이 학원에서 시험 보는 기술을 전수받은 서울 강남 지역 학생과 경쟁을 펼칠 수 있을까요. 그나마 자리 잡아가는 지역균형ㆍ기회균등 전형도 무력화할 겁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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