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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구멍가게를 사랑방으로…퇴직 보험맨의 일 찾기

기자
강명주 사진 강명주

[더,오래] 강명주의 비긴어게인(18)

 
동네 골목 입구에 조그만 가게가 있다. 3평이 채 안되는 구멍가게다. 마을버스가 지나다니는 2차선 길목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임대 팻말이 붙어 있던 가게다. 더운 여름이 지나고 9월 어느 날 남편이 우연히 그 가게 창문에 크게 붙어 있는 ‘아이스크림 50% 할인’ 문구를 보았다. “여름도 지났는데…” 하면서 그 가게가 안쓰러운 마음에 나에게 한 말이다. 아이스크림 살일 있으면 되도록 그곳에 가서 사주라고 신신당부까지 한다.
 
누가 그 가게를 차렸나 궁금해졌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 마트를 뒤로 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 가게를 찾았다. 더위는 지났지만 가끔씩 먹고 싶어지는 옛날 추억의 아이스크림을 살 겸 그 가게에 도착했다. 가게 주인이 반갑게 맞이한다.
 
동네 골목에 3평도 채안되는 구멍가게가 있다. 누가 그 가게를 차렸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찾아가봤다. 가게 주인은 30년 가까이 보험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그만뒀단다. [일러스트 강경남]

동네 골목에 3평도 채안되는 구멍가게가 있다. 누가 그 가게를 차렸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찾아가봤다. 가게 주인은 30년 가까이 보험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그만뒀단다. [일러스트 강경남]

 
30년 가까이 보험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해오다 건강 때문에 그만 두었다고 한다. 이제 건강이 회복되고 나니 집에 있기가 너무나 답답해 소일거리를 찾다가 조그맣게 경험삼아 욕심내지 않고 시작했다고 한다. 추억의 아이스크림 1만원어치를 샀더니 한 보따리다. 덤으로 아이스크림 2개를 더 준다. 왕복 10분정도 걸어서 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가게를 나오면서 얼마나 갈지 걱정이 되었다. ‘아이스크림만 팔아서 임대료라도 낼수 있을까, 다른 상품도 조금씩 함께 팔면 좋을텐데’‘밖에서 가게 안이 보이도록 해놓으면 손님이 더 올 거 같은데’…. 나도 모르게 그가게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가끔씩 그 앞을 지날 때 불이 꺼져있거나, 문이 잠겨 있으면 결국 문 닫게 되었나 하며 가슴 아파했다. 그러다 가게 문이 열려있으면 왜 그리 반가운지 주인과 함께 덩달아 기뻐했다.
 
그 가게는 조금씩 파는 상품을 늘려갔다. 외관도 제법 가게답게 바뀌었다. 2년이 지난 지금 과자종류는 물론 라면, 두부, 계란, 우유, 우산 심지어 옷가지 까지 파는 편의점다운 가게로 변신하고 있었다.
 
그 가게는 조금씩 상품을 늘려가더니 외관도 점점 바뀌어갔다. 2년이 지난 지금은 과자부터 라면, 두부, 계란, 우유, 옷까지 파는 편의점 못지않은 가게가 되었다. [일러스트 강경남]

그 가게는 조금씩 상품을 늘려가더니 외관도 점점 바뀌어갔다. 2년이 지난 지금은 과자부터 라면, 두부, 계란, 우유, 옷까지 파는 편의점 못지않은 가게가 되었다. [일러스트 강경남]

 
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들렀다. “안녕하세요~ 가게가 많이 달라졌어요. 보기 좋네요” 주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요즈음 좀 어떠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걱정어린 눈빛으로 물어본다. 그 주인은 웃으면서 드디어 말문을 연다.
 
“늘 걱정해주시고 좋은 이야기도 해주시고 이렇게 일부러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을 계속 이어간다. “벌써 2년이 되었어요. 남들이 처음에는 왜 이런데 가게를 내나, 장사가 되려나, 다들 걱정해주고 염려해주었어요. 30년 가까이 다녔던 직장을 암이 재발하는 바람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이 병이 호전되고 집에서 나홀로 있자니 너무 힘들었어요. 답답하고 우울증까지 생기게 됐어요. 암보다도 더 고통스러웠어요. 그래서 집안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가까운 여기 이곳에 가게를 냈어요. 돈 벌기보다는 소일거리로 초기자본 부담없는 아이스크림부터 시작했어요.”
 
작은 가게지만 그래도 장사인지라 어떻게 영업을 해 왔는지 물었다. 잠시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처음에는 당연히 손님이 없었어요. 돈 벌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손님을 끌기 위해 뭔가 해야했어요. 보험영업할때 서비스 상품을 꼭 챙겨주잖아요. 그래서 아이스크림 5000원어치 사면 덤을 하나씩 더 주었어요. 50% 할인에다 서비스까지 주니 남는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동네 분들과 좋은 가격에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일부러 아이스크림도 사러오는 동네 분이 많아 졌어요. 그 분들이 고맙죠.“
 
가게를 지나가다 주인이 안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가끔 봤다. 주인은 동네 분들과 친해지면서 사정을 이해하게 되고,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사진 pexels]

가게를 지나가다 주인이 안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가끔 봤다. 주인은 동네 분들과 친해지면서 사정을 이해하게 되고,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사진 pexels]

 
가게에 상품들을 둘러보며 아이스크림만 팔다가 어떻게 상품을 다양하게 갖추게 되었는지도 물었다. 직접 만들었다는 따뜻한 생강차를 권하며 말을 이어간다.
 
“저희 가게 바로옆에 작은 채소가게가 있잖아요. 그 채소가게에 들르는 분을 위해 식품도 팔아보기로 했어요. 두부, 계란도 팔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아무래도 길가이다 보니 음료수 찾는 사람이 있어 음료수제품들도 매상이 꾸준히 있구요. 라면, 생필품은 물론이고 심지어 옷좀 팔아 달라고 해서 옷도 걸어 놨더니 팔리더라구요. 그렇다고 가게를 크게 키운다거나 하는 욕심 없어요. 건강챙기면서 조금씩 무리하지 않게 하고 있어요."
 
지나가다 보면 가끔 가게안에서 도란도란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았었다. 이제는 동네 사랑방 가게가 되었냐고 물었더니 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해준다. 말하는 동안 눈빛이 반짝인다.
 
“더 중요한 것은 제 전공을 계속 살릴수 있어서 좋아요. 동네 분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고 금융상담을 해주고 있어요. 의외로 보험의 필요성을 모르는 분이 많아요. 노후를 위한 연금도 들지 않은 분도 많고. 주위 영세사업자를 위해 세제혜택, 보험혜택등 금융상담을 해주었더니 너무나 고마워하더라고요. 그 동안 쌓아온 금융지식을 어려운 분들과 나눌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건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더 욕심 없어요. 이렇게 건강하게 된 것만도 감사하죠. 여기서 건강이 허락할 때 까지 주위 분에게 힘이 될수 있으면 좋겠어요. 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돈 다 날려도 괜찮습니까?” 요즈음  창업하겠다는 퇴직자 분을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다. 특히 준비가 안 된 퇴직일수록 더욱 마음이 다급해진다. 퇴직 후 여기 저기 이력서 돌리지만 불러 주는 곳이 없다. 때로는 몸쓰는 일을 해보기도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다 어쩔수 없이 창업으로 눈을 돌린다. 그나마 쉽게 보이는 것이 자영업이다. 프랜차이즈도 생각해본다. 초기 자본이 상당히 요구된다. 영업직에 종사했던 사람일수록 본인의 영업력을 믿고 과감히 투자한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성공한 직장인에서 퇴직 후 새로운 창업으로 성공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창업은 직장이라는 온실 속에서 벗어나 거친 들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준비해도 그 여정이 험난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일단 크게 시작하지 말고 조금씩 시도해보자. [일러스트 강경남]

창업은 직장이라는 온실 속에서 벗어나 거친 들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준비해도 그 여정이 험난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일단 크게 시작하지 말고 조금씩 시도해보자. [일러스트 강경남]

 
창업이란 새롭게 내가 모든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직장생활이라는 온실 속의 삶에서 벗어나 거친 들판에서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니 그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는가. 주위를 보면 철저하게 준비해도 그 여정이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창업이다. 준비가 되었다고 일단 크게 시작하지 말고 조금씩 시도해보자.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보자. 큰 돈 벌겠다고 덤비지 말자. 어쩌면 가만히 있는 것이 돈 버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창업으로 뭔가 해보고 싶으면 ‘하고 싶은 것’ 보다는 ‘잘 할수 있는 것’을 조금씩 시작해보자. 이 가게 주인처럼.

 
지난 세월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남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해보자. 서로서로 도와 주는 마음으로 시작해보자. 그 예쁜 마음이 언젠가 보석처럼 다가올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이 가게 주인의 마음이 국화향 가득한 가을 햇살에 더욱 빛나고 있다.

 
WAA인재개발원 대표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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