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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우파? 모르겠고 힘들어 못살겠다” 분노 폭발 중남미

칠레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시위 [AFP=연합뉴스]

칠레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시위 [AFP=연합뉴스]

 
칠레, 에콰도르,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페루, 브라질, 아르헨티나, 온두라스, 아이티….

 
최근 1년간 격렬한 시위가 일어난 중남미 국가들이다.  
남미의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꼽혔던 칠레부터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까지다. 제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단 것이다. 멕시코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은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시뻘건 분노로 타오르고 있다”고 정리한다. 칠레 정부는 급기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까지 포기했다. 초유의 사태다.
 

부활한 좌파, 각국 지도자들 신경전 팽팽

최근 중남미 정치 지형은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 27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중도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우파 성향의 현 대통령을 제치고 당선된 것. 앞서 대선을 치른 볼리비아에선 개표 조작 논란에도 일단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2006년부터 집권한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이다.  
 
지난 27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당선인(오른쪽)과 크리스티나 부통령 [신화=연합뉴스]

지난 27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당선인(오른쪽)과 크리스티나 부통령 [신화=연합뉴스]

그러자 몰락한 것으로 점쳐졌던 중남미 좌파, 이른바 ‘핑크 타이드(Pink Tideㆍ2000년대 중남미 휩쓴 좌파 물결)’가 부활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2015년 이후 곳곳에서 우파가 당선되며 맥을 못 추는 것 같았던 좌파가 살아났단 분석이었다. 지난해 12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멕시코 대통령에 당선되고 이번에 아르헨티나 좌파가 정권을 잡은 덕이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경제 규모(국내총생산 기준) 2, 3위를 차지하는 곳이기에 상징성이 크다.

 
이념에 따른 세력 규합과 신경전은 벌써 시작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의 행보다. 2000년대 브라질 황금기를 이끌며 중남미 좌파의 수장을 맡았던 룰라는 수감 중에도 페르난데스 당선인에게 ‘옥중 축하’를 보내고 "중남미는 형제애를 조금씩 되찾을 것"이란 말을 보탰다. 정계 복귀를 노리는 그에게 페르난데스의 당선은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 역시 트위터에 룰라를 “친구(Mi amigo)”라 부르며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오브라도르(멕시코), 모랄레스(볼리비아),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 미겔 디아스카넬(쿠바) 대통령 등도 앞다퉈 돈독한 우정을 표시했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AP=연합뉴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AP=연합뉴스]

 
우파 진영은 냉랭하다.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며 “축하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 공언했다. 페르난데스는 브라질ㆍ우루과이ㆍ파라과이와 함께하는 경제협력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탈퇴 가능성을 내비치며 맞불을 놨다.  
 

좌우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민생고나 해결해라

정작 중남미 전역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는 이데올로기와 관계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다. 좌파가 집권하는 곳이든 우파 정권이 들어선 곳이든 마찬가지다.  
 
볼리비아 대선 개표 조작 논란으로 일어난 격렬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볼리비아 대선 개표 조작 논란으로 일어난 격렬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교통비 50원 인상으로 그동안의 불만이 폭발해 100만 시위대가 몰려나온 칠레, 유류세 인상으로 격노한 이들이 뛰쳐나온 에콰도르, 보건ㆍ의료 부문 민영화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온두라스, 연료 부족과 치솟는 물가에 분노한 아이티, 부정부패에 질릴 대로 질린 국민이 들고 일어선 페루…. 모두 우파가 집권한 나라들이다.  
 
좌파가 집권한 곳이라고 다를 게 없다. 볼리비아에선 모랄레스 대통령의 승리 선언에 반대하는 이들의 시위가 격해져 나라가 두 동강 날 지경이다. 중남미의 골칫덩이로 전락한 베네수엘라 역시 좌파가 오랫동안 집권해온 나라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가 당선된 것은 노동자당(좌파)에 환멸을 느낀 이들 때문이었다.
 
가디언은 “33개국 6억30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사는 이 대륙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이유를 한 가지로 설명할 순 없지만, 양극화에 대한 불만과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를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콰도르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에콰도르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때문에 중남미 시민들이 더는 이념이 아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으로 선거에 참여한단 분석이 나온다. 당장 이번 아르헨티나 선거만 봐도 그렇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택했을 뿐”이라 설명했다. 새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은 금세 바뀔 수 있단 얘기다. 또 “(좌파를 제치고 집권한)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라며 “그 또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분노한 시위대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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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기성 정치인을 더이상 믿지 못해서다. 가디언은 “바르셀로나와 홍콩의 시위에서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다”며 직접 세상을 바꾸겠다며 거리로 나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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