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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지방자치의 날에 부쳐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바로 이틀 전 10월 29일이 지방자치의 날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10월 29일로 정한 이유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승리로 10월 29일 헌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 직선제 도입과 함께 지방자치가 국가운영의 기본원리로 거듭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날은 1948년 제헌 헌법에 명문화되어 1952년부터 시행되어오다가 1961년 5·16쿠데타로 중단·폐지되었던 지방자치가 부활한 날이다.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
자치 분권 법안의 제·개정과
아래로부터의 현장 실천 전략
지방자치 역사에도 관심 필요

지방자치의 날이라는 이름조차 무색하게 관련 기사도 찾아보기 힘들고 중앙 수준의 주요 매체는 아예 지방자치 이슈에 별 관심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단적으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선거법 관련 기사는 연일 넘쳐나지만, 이른바 ‘자치분권 3법’-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과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엊그제 지방 4대 협의체-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가 여야 구분 없이 한목소리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등 국회 계류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지만 지방 신문 위주로 짧게 기사화된 게 전부다.
 
주민이 자치·자율적으로 자신의 지역을 다스리는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고양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며, 사회적 다원주의를 촉진하고, 균형발전과 혁신을 가능케 한다.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훈련하고, 지역 실정과 주민들의 요구에 맞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적 특수성과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다원적 사회와 혁신적 균형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의 날에 부쳐, 우리 지방자치에 관한 관심을 환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차원에서 두 편의 정치학 저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로버트 퍼트남(Robert D. Putnam) 교수의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다. 이탈리아의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에 관한 연구로서 지방자치 시대에 있어 민주주의의 성패가 사회적 자본, 즉 ‘시민공동체의 신뢰와 상호호혜의 규범 및 네트워크’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같은 지방자치제도 아래,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지역은 성공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실패한다는 내용이다. 지방자치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민적 의식과 역량이 갖추어져 있냐가 관건이라는 메시지다.
 
두 번째는 한국 정치사 연구의 기념비적 저작인 그레고리 헨더슨(Gregory Henderson)의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 방대한 저작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요약해보자면 단일민족의 동질성, 강력한 중앙집권적 전통, 엘리트와 대중 간 중간매개집단의 부재 등 일련의 역사·문화적 이유로 인하여 한국 정치가 원자화된 개인들이 사회적 응집력을 상실한 채 중앙권력을 향해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의 모습을 띤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 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를 관통하는 역사적·문화적 유산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쉽게 말해 과거 한양을 향해 돌진했던 소용돌이의 정치가 현재에도 서울공화국을 맴돌고 있다는 얘기다. 헨더슨은 대안으로 다원성을 강화하고 분권화를 촉진할 수 있는 지방자치를 처방하지만, 과연 우리의 고질적인, 중앙을 향한 소용돌이 정치문화를 역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명확한 답은 주고 있지 않다.
 
두 저서 공히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지방자치가 법·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일 듯싶다. 퍼트남이 지적한 시민 의식과 역량의 문제건 헨더슨이 강조한 역사적·문화적 유산의 문제건 지방자치의 구현은 더 복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위로부터 정부 주도로 각종 법·제도의 제·개정을 통해 지방자치의 틀과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건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아래로부터 시군구, 읍면동 수준에서 지방자치를 추동할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실천 전략과 소위 시민력(市民力)을 키우기 위한 강화전략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지역마다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 시민참여와 민관협력의 이름으로 다양한 지방자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이러한 실천적·전략적 모범 사례에 대한 더 많은 홍보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조선 시대 마을 자치기구인 향회와 촌계, 동학의 농민 자치기구인 집강소, 1961년 5·16쿠데타로 단절되기 전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지방자치의 각종 원형 등 우리 역사에 관한 관심도 더 있었으면 한다. 1938년 조선총독부가 실시한 계에 관한 조사보고서에는 “일본 본토와 혼연일체가 된 지 이미 사반세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가 지금도 부락의 유력한 기관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자치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정한 법정 기념일이라면 이런 정도의 얘기들이 오르내리고 알려졌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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