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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 농락한 법무부의 언론통제 훈령 당장 철회하라

한국기자협회가 어제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에 대해 “‘언론 통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협회는 “법무부 훈령은 언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수사기관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총 35조로 구성된 이 훈령은 읽을수록 가히 ‘무소불위(無所不爲)’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공권력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기자협회 “언론통제 중단” 성명
헌법상 언론 자유 침해해 위헌
조국 사태 책임 언론에 지우나

훈령에는 ‘검사와 수사관은 담당 형사사건과 관련해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없다’(훈령 19조), ‘검찰청의 장은 오보한 기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33조 2항)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헌법 21조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피의 사실을 흘려 ‘망신주기 수사’와 ‘여론 재판’을 해온 검찰의 관행을 막겠다는데,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법무부 장관도 공석인 법무부에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훈령을 만들었는지 어이없다. 법무부가 의견을 들었다는 대한변협과 기자협회는 “회신한 적 없다” “반대 의견을 냈다”는 입장이다.
 
모든 보도를 검찰이 통제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사회 부조리를 감시하는 ‘워치독’의 사명을 지닌 언론을 마치 인권 침해와 오보를 일삼는 집단으로 평가한 점도 명예훼손 감이다. 열심히 수사한 검사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검찰청에서 내쫓으면 수긍하겠는가. 법원 판결도 실체적 진실로 인정받지 못하는 갈등의 시대에 오보 판단은 누가 또 어떻게 할 건가. 훈령이 시행되면 검찰 수뇌부 등 권력층의 비리 의혹을 추적하는 기자는 검찰청에 발을 들이기조차 힘들다. 2001년의 ‘이용호 게이트’만 떠올려 봐도 그렇다. 검찰이 이씨를 불입건한 사건에서 촉발된 게이트 초기에 검찰 지휘부의 이씨 비호 의혹은 검찰로부터 “오보” 소리를 들었다. 결국 비리가 확인됐고, 수사는 국정원과 대통령 가족 등 권력 핵심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검찰이 ‘오보 기자’를 내쫓았다면, 정의로운 내부자를 언론과 떼어놨다면 과연 거악의 실체가 드러났을까.
 
‘허용 범위를 넘는 사항에 대해 언론사의 확인 요청에는 “확인 불가” 답변과 함께 기사화할 경우 오보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훈령 17조 3항)는 내용엔 말문이 막힌다. 기자의 사실 확인을 방해하는 불법 지시이며 영혼 없는 답변을 강요해 검사와 수사관의 인격을 모독하는 일이다. 법무·검찰의 공직자가 되기 위해 공부한 헌법의 기본 가치를 농락하는 훈령 앞에 자괴감을 느낄 것 같아 안쓰럽다.
 
언론통제 훈령이 여권의 언론관에 눈높이를 맞춘 것으로 보이는 점도 우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언론 스스로의 성찰과 노력”을 주문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몰고 온 국론 분열의 책임을 언론에 돌리고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의 힘을 빼려는 의도로 의심받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과잉 충성으로 의심되는 위헌적 훈령을 당장 철회하라. 법과 정의,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무·검찰이 임금님 곁의 앵무새 신하로만 보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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