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나이 아닌 시험보고 합격” “자식·조카들 일자리 빼앗아”

공무원 응시연령 폐지 10년 <하> 

지방공무원 7급 시험이 치러진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고사장으로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번 시험에는 4만869명이 응시했는데 40대 이상이 4403명(10.8%)이었다. [뉴스1]

지방공무원 7급 시험이 치러진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고사장으로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번 시험에는 4만869명이 응시했는데 40대 이상이 4403명(10.8%)이었다. [뉴스1]

31일 국가공무원 7급 합격자가 발표됐다. 최종 합격자는 809명, 이 중 40대 이상 늦깎이는 37명(4.6%)이다. 최고령 합격자는 58세다. 이들의 앞날이 어떠할까. 늦깎이 공무원들은 “공직사회에 뿌리내리기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늦깎이 공무원 바라보는 두 시선
4050 신입 “일자리 뺏기 아니다”
20대 공시생들은 “서로 같은 처지”

현직 공무원 일부는 부정적 견해
“업무 적응, 조직관리에 마이너스”

금융회사에 다녔던 김모(60대)씨는 50대 후반에 9급 지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지방 도시에서 3년 남짓한 시간을 근무하다 정년퇴직했다. 하지만 김씨는 “어렵게 합격했지만 공직 생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씁쓸해했다.
 
“동료나 지인이 ‘그 나이에 어떻게 공무원 시험을 치렀느냐’고 말했습니다. 처음엔 부러움으로 이해하려고 했는데 나중에는 시기나 비아냥거림처럼 들렸어요. 눈칫밥을 먹고 나온 기분이라고 할까요.”

관련기사

 
서울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50대 9급 공무원은 “합격한 뒤 축하보다는 ‘그러면 자식들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더 많이 받았다”며 전했다. 그는 “모두 똑같은 문제를 풀고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것인데, 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구청에서는 (고령 신입 공무원이)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둔 경우도 있다더라”며 혀를 찼다.
 
공무원 응시 상한연령 제한이 폐지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40, 50대 신참 공무원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여전하다. 심지어 만 60세 정년을 고려해 50대 이상은 응시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시선의 저변에는 늦깎이 공무원들이 청년의 자리를 가로챈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최근 3년 새 임용된 40세 이상 7·9급 공무원 21명에게 ‘자식이나 조카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14명(66.7%)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다른 7명은 “그런 측면도 있다. 복합적이다”(3명), “청년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다”(3명), “모르겠다”(1명)는 의견이었다.
 
국가직 공무원인 이모(50대) 주무관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친 전형이다.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는 시험인데 그 기준이 나이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최모(40대·여·지방 9급)씨도 “방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시간 빼고는 2년 가까이 고3 학생처럼 시험에만 전념했다”며 “나이 얘기를 꺼내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전형 과정 중 나이 때문에 불편한 경험을 했다는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인 신예정(47·여·가명)씨는 “지난해 국가직 공무원 면접 때 나이를 적어내라고 해서 당황해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 블라인드 면접의 취지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공직의 문을 두드리는 20대 공무원 준비생(공시생)도 대체로 비슷한 생각이다.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학원에 다니는 대학생 김준수(25·서울 양천구)씨는 “가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분들이 강의 듣는 것을 봤다”며 “서로 비슷한 처지구나 생각하고 만다”고 말했다.  
 
일부 현직 공무원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견해가 나온다. 업무 적응이나 조직 활력, 상하관계 정립 등에서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행정고시 출신의 지방직 정모(49·4급) 과장은 “나이 많은 부하 직원에게 꾸지람을 하거나 수정·보완 지시를 할 때 가끔 난처하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의 김모(51) 인사과장도 “고령의 신입 주무관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건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장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더라”며 “공직 문화는 계급제를 근간으로 해 연령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50대 이상은 응시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얼마 안 돼 퇴직하면 선발·교육 비용이 비효율적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고령 공시생 증가도 걱정거리다. 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변호사시험처럼 응시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특별취재팀=이상재·박해리·윤상언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