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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우울증, 그들을 보듬는 평범한 말 한마디

정종훈 복지행정팀 기자

정종훈 복지행정팀 기자

성인 100명 중 5명(2016년 기준)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앓는다. 주변에서 이런 환자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정작 당사자들은 꼭꼭 숨어있다.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41세 여성은 “회사 동료에게 우울증 때문에 쉰다고 이야기를 못 하겠다. 앞으로 절대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울음을 터뜨렸다. 통원 치료 중인 29세 환자는 “내 상황을 아는 건 엄마, 그리고 제일 친한 친구 한 명뿐이다. 곧 일을 구해야 할 텐데 정신과 진료 기록이 알려질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산후우울증을 앓았던 39세 직장맘은 남편 몰래 병원에 가야 했다.
 
환자가 몰래 우는 이유는 편견과 무관심 때문이다.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그렇게 안 보이는데 진짜 그런 거야’ ‘시간 지나면 괜찮아져. 나도 그랬어’ 우울증 환자 26명의 경험담을 담은 책 『아무 것도 할 수 있는』(김현경 엮음)에서 제일 상처가 됐다고 꼽은 말이다. 우울증 기사에도 “우울증에 걸리면 주변 사람만 귀찮게 한다”는 식의 악플이 여럿 달렸다. 병 치료 과정을 담은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백세희 작가는 “세상 사람들은 그냥 ‘마음 단단히 먹어라’ 식의 가짜 위로를 던진다”고 꼬집는다.
 
‘그럴 수도 있어’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해’ ‘너는 아주 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뿐이야’ 이런 말이 큰 위로가 된다. 가족·지인들이 건네는 말 한마디는 곧 환자가 살아갈 힘이 된다. 41세 우울증 환자는 “남편이 치료를 받으라고 적극 지지해준 덕분에 병원에 빨리 가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우울증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없다. 제일 중요한 건 빠른 상담과 꾸준한 치료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게 너무 힘들다. 주변의 관심과 이해가 절실하다. 더 많은 환자가 우울증을 ‘커밍아웃’하고 다른 이에게 아픔을 털어낼 수 있다. 우울증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영국 배우 에마 톰슨의 말처럼 한국 사회도 “이제는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이다.
 
백세희 작가는 “마음 아픈 사람들이 숨을 쉬듯 병원을 찾고, 마음의 상처도 신체 상처와 비슷한 무게로 여겨지는 날이 꼭 오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신병’ 주홍글씨부터 찍지 말고 그냥 평범한 이웃·친구처럼 평범한 말을 걸어달라는 뜻이다. 한 독자의 댓글이 정답일 수 있다. “저도 친구와 아내가 많이 도와줘서 극복했어요. 거창한 거 필요 없습니다. 그냥 하루에 한 번씩 어떻게 지내는지 톡 보내주고 얘기를 들어주기만 하면 돼요.”
 
정종훈 복지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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