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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 25년, 예술영화관에 작가 후원 사업까지

노원구 유일의 예술영화관 더숲과 서점 노원문고를 운영하는 탁무권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노원구 유일의 예술영화관 더숲과 서점 노원문고를 운영하는 탁무권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더숲’을 알게 된 건 서울 노원구 주민의 제보였다. 도심에선 시간표를 찾기 힘든 작은 영화들이 하루에도 10편 가까이 상영하는 예술영화관이 노원역 인근에 있다고 했다. 40석짜리 쪼그마한 상영관 두 개가 전부지만, 감독·배우도 종종 찾아오고, 영화 해설 프로그램도 알차단다. 어떤 용감한 이가 동네에 그런 곳을 열었을까.
 

서울 노원문고 탁무권 대표
“돈 벌면 기부하겠다는 마음
지역 문화공간 확산이 목표”

호기심에 찾아보니 그냥 영화관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다. 평소엔 북 카페 겸 서점이자,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무료 미술관. 피아노가 놓인 작은 무대에선 인디밴드 콘서트며 낭독회,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 매주 토요일엔 동네 아이들이 『논어』 『명심보감』을 배우는 서당으로 변신한다. 홈페이지엔 이런 공고도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창작 공간을 2개월 이내 무상으로 사용하며 왕복 항공료, 생활비까지 지원받을 소설가를 모집한다.  
 
‘더숲’을 운영하는 노원문고 탁무권(62) 대표를 만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1994년 상계동 서점 한 곳으로 시작해 노원역 옆 ‘더숲’까지 그가 운영하는 서점이 이제 신촌·연신내 등 여덟 곳에 달한다. ‘더숲’은 3년 전 문을 열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지만, 지역에 필요한 것을 하겠다는 것은 탁 대표가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지론이다. 이를 “부모님의 밥상머리 교육 덕분”이라 했다. “부모님이 46년 월남하셨어요. 월남하신 분들이 보통 보수·극우적인 데 반해, 부친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늘 얘기하셨죠.”
 
성균관대 사학과를 다니던 시절엔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남조선민족해방전선’ ‘민주화운동청년연합’ 같은 단체에서도 활동했죠. 조금 살다 나와서는 두레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뭐, 영어·일어 번역도 조금 하고요.”
 
왜 서점을 열었나요.
“처음엔 학교도 중간에 잘리고 사회경험도 없고 책은 조금 아니까 시작했죠. 그때 서점 문화가 선지불이 아니고 책을 판 뒤에 판 만큼 출판사에 돈을 줬어요. 사업상 장점이 있었죠. 또 민주화 운동하는 동료들한텐 저 혼자 사업한다는 게 미안하더라고요. 그나마 서점이니까 덜 미안했지. 그래서 돈 벌면 꼭 어딘가에 기부하자, 나 스스로 약속했죠.”
 
윤이상 평화재단,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한국 사회책임 투자포럼, 교육과미래 교육복지재단…. 그가 과거 몸담았거나 몸담은 사회 단체들이다. 지점이 늘고, 서점이 자리 잡으면서 이런 활동을 서점 안에서 해보잔 생각이 들었단다. 10년 전 가장 먼저 정착시킨 것이 ‘노원서당’이고, 3년 전 복합문화공간을 열면서 이듬해 노원구 최초 예술영화관을 시작했다. 사회 이슈에 맞춰 생각해볼 만한 영화를 상영하고, 작가나 감독을 초청해 토론도 자주 한다. 그는 “영화는 하나의 도구이고 영화를 갖고 하는 대화가 본론”이라고 말했다. 상영관 1개로 시작한 예술영화관은 지난해 2개 관으로 확장하며 꾸준히 관객도 늘었다. 3년 새 평균 좌석판매율이 30%를 넘나든다. 예술영화관으론 고무적인 수치다.
 
그는 “내년엔 이윤이 나기 시작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는 ‘벌새’ ‘아워 바디’ ‘니나 내나’ 같은 독립·저예산 영화와 ‘와일드 로즈’ ‘경계선’ 등 같은 해외예술영화 등이다. 대중영화를 트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 ‘허스토리’가 그랬다. 인근 멀티플렉스에서 닷새 만에 영화를 내리자, 개봉 2주차부터 ‘더숲’에서 영화를 틀기 시작했다.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에 민규동 감독과 주연 배우 김희애가 찾은 스페셜토크는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하며 매진됐다.
 
그는 “이런 문화공간이 지역마다 확산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게 목표”라 했다.
 
“사회적 금융 차원의 금융기관도 꿈꾸죠. 기존 금융기관은 부자한텐 우산을 빌려주고 정작 비가 내리면 우산을 빼앗는다고 하잖아요. 오히려 빈부를 양극화시켜요. 저는 좀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한테 제공할 수 있는 것을 구상하고 있어요. 한 예가 예술가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인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집을 사서 예술가들이 무상으로 한두 달 머물게 하고 있죠. 첫 스타트를 끊은 표명희 작가가 다녀와서 쓴 소설 『어느 날 난민』(창비)은 스테디셀러가 됐어요. 독일 베를린에도 집을 구해보려 해요.”
 
사회환원에 얼마나 투자하나요.
“계산해본 적 없어요. 결혼을 안 해서 나눠줄 가족도 없고요.”
 
자신을 위한 꿈으론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말했다. “한 10년 숙원사업인데 내년엔 이뤄보려고 요즘 하루 1만5000보 걷기를 하고 있어요. 불교에서 ‘수미산’이라 부르는 티베트 카일라스 산에도 언젠가는 가보고 싶어요. 나빠졌던 건강이 좀 충전되니 꿈틀거리네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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