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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 '여자의 일생'은 틀린 제목...'어느 인생'으로 바로잡았다

영화 '여자의 일생'(A Woman's Life, 2016) 스틸.

영화 '여자의 일생'(A Woman's Life, 2016) 스틸.

100년간 잘못 불려온 소설의 제목을 바로잡은 책이 나왔다. 최근 새움출판사에서 나온 기드 모파상의 『어느 인생』 이야기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여자의 일생'이란 제목으로 익숙하다. 하지만 1883년 기드 모파상에 붙인 제목은 'Une vie', 즉 '어느 인생'이었다.  
 

번역가 백선희 "원제는 'Une vie', 즉 '어느 인생'"

『어느 인생』은 노르망디(모파상의 고향) 귀족의 외동딸 잔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행복하고 꿈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낸 잔느는 난폭한 남편을 만나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인생의 좌절을 맛보게 된다. 남편은 하녀를 임신시키고, 백작의 부인과 간통한 것이 발각돼 살해당한다. 모든 희망을 걸었던 외동아들도 방탕아가 되어 잔느의 곁을 떠나는 불행한 이야기다.

 
모파상은 사실주의 기법으로 잔느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이번에 소설을 새로 완역하고 제목을 바로 잡은 백선희 번역가는 "소설은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유사한 장면이나 행동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공허함과 불행을 느끼게 하는데, 이는 결국 여주인공이 아닌 모든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어느 인생』에는 '초라한 진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이 역시 인간의 전반적인 삶을 다루고자 했던 모파상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백선희 번역가는 "모파상은 여자 주인공을 통해 인생 전반에 대한 자신만의 통찰과 삶의 '초라한 진실'을 보여주려 했다"며 "헛된 희망과 좌절을 무한히 반복하는 우리의 어리석은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드 모파상은 '어느 인생'에서 여자 주인공을 통해 우리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사진 중앙포토]

기드 모파상은 '어느 인생'에서 여자 주인공을 통해 우리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사진 중앙포토]

소설의 마지막 대사는 모파상의 의도를 더욱 노골적으로 전달한다. 여러 시련 끝에 모든 희망을 잃은 뒤에도 불현듯 행복감을 느끼는 잔느를 향해 하녀는 이렇게 말한다. "보시다시피 인생은 우리가 믿는 것처럼 결코 그리 좋지도 그리 나쁘지도 않답니다."
 
그렇다면, 모파상의 의도와 다른 제목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류의 근원은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어로 쓰인『UNE VIE』가 우리나라에 처음 출간된 것은 1926년 김기진 번역의 『녀자의 한평생』(박문서관)이다. 김기진은 1916년 히로쓰가즈오가 번역한 일본어판 『女の一生』을 중역(重譯)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영문학을 공부한 히로쓰가즈오는 당시의 영어 번역본 제목인 ‘A WOMAN’S LIFE’를 중역했다. 애초에 잘못된 영어 번역본 제목이 거듭된 중역을 거치면서 원래 제목인 것처럼 굳어진 것이다. 
 
이후 한국에서 출간된 수많은 번역본은 모두 '여자의 일생'이란 제목을 달고 출간됐다. 백선희 번역가는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면서 제목을 어떻게 옮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며 "이미 화석처럼 굳어버린 제목 '여자의 일생'을 버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원래 제목이 모파상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농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제목을 바로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의 의도대로 소설을 읽는다면, 단순히 한 여자의 불행한 삶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인생의 근원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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