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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길지 확신없다"…'대통령' 연호 없는 바이든 유세장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소도시 더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더럼=박현영 특파원]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소도시 더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더럼=박현영 특파원]

 
일요일인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소도시 더럼의 힐사이드 고교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이 각 주를 돌며 지역 주민과 만나는 선거 유세가 열렸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선 주민들은 유력 후보의 방문에 들떠있었다. 대선(2020년 11월 3일)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열린 유세였다. 

[미국 대선 기획 上]고민 많은 민주당
빅3 후보가 모두 70대 "사람 안 키웠다"

종교 집회 같은 트럼프 유세와 딴판
평생 민주당원 "바이든 훌륭하지만
트럼프 이길지 아직 확신 없어"

내년 2월 당내 경선 석달 앞두고
후보마다 단점, 민주당 고민 깊어

 
학교 명물인 브라스밴드의 힘찬 연주와 함께 바이든이 나타났다. 고급 회색 수트에 파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대기실에서 무대까지 짧은 거리를 뛰어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껑충 뛰어 무대 오르기를 선보였다.   
 

'바이든' '대통령' 연호는 없었다

25분간 연설에서 바이든은 이 지역 흑인사회를 추켜세우고, 주택·세금·건강보험·재생에너지 정책을 언급했으며,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망 소식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친분까지 여러 주제를 종횡무진으로 누볐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불 지핀 백인우월주의를 없애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850명 가운데 흑인이 많았다. 오바마와 8년간 일한 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이 “트럼프의 막말과 파렴치한 행동을 더는 볼 수 없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존경할 수 있는 대통령은 오바마”라고 말하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는 “트럼프가 자랑하는 경제 호황은 나와 오바마 대통령이 물려준 것”이라면서 “부통령 재임 시절 시 주석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자신의 강점인 국정 경험을 과시했다. 
 
그는 시 주석과의 에피소드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중국 청두에서 시 주석과 식사하는데 ‘미국을 한마디로 정의하면’이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가능성(possibilities)’이라고 답했다. 여긴 미국이고, 우리가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
 
관악대 연주와 함께 바이든은 무대를 뛰어 내려가 청중과 악수했다. 연설 중 이따금 박수와 함성이 나왔지만, 관악대 연주 소리보다 작았다. 연설과 토론에 약하다는 평을 듣는 바이든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 같은 연호는 없었다. 종교 집회같이 흥분과 열기로 가득한 트럼프 유세와는 딴판이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 27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소도시 더럼 유세에서 청중과 인사하고 있다. [더럼=박현영 특파원]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 27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소도시 더럼 유세에서 청중과 인사하고 있다. [더럼=박현영 특파원]

 

경선 흥행 저조, 고민 깊어지는 민주당

2020년 미국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1월 3일 본선 투표에 앞서 2월 3일부터는 민주·공화 양당에서 전당대회 대의원 선출을 위한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린다.
 
트럼프의 대항마를 뽑기 위한 경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흥행이 저조하자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AP통신은 두각을 나타내는 주자가 없고, 트럼프를 이길만한 후보는 더욱 요원하다는 불안감이 민주당을 짓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경선에는 바이든과 엘리자베스 워런(70)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37)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비롯해 18명이 뛰고 있다. 24명으로 시작해 6명이 중도 포기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조 바이든에 이어 여론조사 2위를 달리고 있다. 29일 뉴햄프셔주 유세도중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햄프셔주 AP=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조 바이든에 이어 여론조사 2위를 달리고 있다. 29일 뉴햄프셔주 유세도중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햄프셔주 AP=연합뉴스]

 
가라앉은 분위기는 민주당원 대부분이 아직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세장에서 만난 '평생 민주당원' 에릭 피터스는 “바이든은 훌륭한 후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대선 후보로 뽑을지 최종 결심은 안 섰다”고 말했다. 그의 고민은 민주당 수뇌부의 근심을 그대로 담았다.
 
-바이든의 어떤 점이 훌륭한가.
“경험이 가장 많다. 이 나라를 위한 계획을 갖고 있다.”
 
-지지를 굳힐 정도로 강력한 후보가 없는 건가.
“후보들이 약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모두 능력 있고 쟁쟁하다. 셋(바이든·워런·샌더스) 중 하나를 선택할 건데, 좀 더 지켜봐야겠다.”
 
-선택 기준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내 선택 기준이다. 이번엔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너무나 끔찍한 대통령이다. 그런데 아직 그게 누군지 모르겠다.”
 
-호황이 유지되면 트럼프 재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있다.
“내년 대선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다면 모르지만…. 그가 대통령직을 지킬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그가 온갖 불법을 저지른 증거가 나왔다. 트럼프는 현행범이다.”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해도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선 부결될 수 있는데.
“누가 아나, 트럼프가 또 다른 멍청한 짓을 할지. 지금 경제가 좋은 건 오바마와 바이든이 대통령·부통령으로 재직할 때 잘했기 때문이다.”
 
15세 딸과 함께 온 캔디스 골햄(38)는 바이든을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혔지만, 그가 본선에서 트럼프를 누를 것이라는 확신은 약했다. 그는 “시 주석을 비롯해 글로벌 정상들과 친분 있는 바이든은 트럼프가 망쳐놓은 국제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후보”라면서 “트럼프를 이겨야 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60대 여성 바바라 로프턴은 빅3 후보가 모두 70대인 점을 지적하면서 “당에서 그동안 너무 사람을 안 키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이길 후보 없다, 불안감 커져

민주당은 탄핵 조사로 트럼프를 맹공격하고 있지만, 정작 자기 당 주자가 트럼프를 이길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에 휩싸였다. 요즘 민주당 유력인사들이 모이면 경선 주자가 아닌 불출마한 인사들이 화제에 오른다고 NYT는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대선 후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같은 정치인뿐 아니라 미셸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까지 언급된다.
 
지금 주자들이 모두 약점과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차남이 아버지 후광으로 우크라이나와 중국 기업 임원에 선임돼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데 도움을 줬냐는 의혹을 받으면서 선두 지위가 흔들렸다. 
 
내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7일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샌더스는 여론조사 3위를 달리고 있다. [디트로이트 로이터=연합뉴스]

내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7일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샌더스는 여론조사 3위를 달리고 있다. [디트로이트 로이터=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3분기에 정치자금 모금액에서 4위로 밀렸다. 샌더스 2800만 달러(약 327억원), 워런 2470만 달러(약 288억원)는 물론 신인급인 부티지지의 1920만 달러(약 224억원)에도 뒤처진 1570만 달러(약 183억원)를 모았다. 3분기 모금액보다 지출액이 더 많아 선거 자금 적자를 내자 경선을 치를 자금 확보 능력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과 엎치락뒤치락하는 2위 워런은 강한 진보 색채를 드러내면서 중도파와 정치 무관심층으로 지지층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뉴욕 월가에서 워런의 경제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도 마찬가지다.  
 
내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 나선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지난 24일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유세했다.[내슈아 AP=연합뉴스]

내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 나선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지난 24일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유세했다.[내슈아 AP=연합뉴스]

 
밀레니얼 세대인 최연소 부티지지는 여론조사 4위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백인 이외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수뇌부의 고민과 달리 유권자들은 후보들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갤럽 조사에서 민주당원의 75%는 후보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트럼프와 주요 민주당 주자의 일대일 가상 대결 설문조사에서도 트럼프가 모두 지는 거로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후보를 좋아하는 것과 그 후보가 본선에서 트럼프를 이기느냐는 다른 문제”라면서 “특히 2016년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한 선거에서 패배한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확실한 건 없다는 생각이 퍼졌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이날 인터뷰는 거절하고, 사진은 함께 찍었다. 지역을 방문할 때는 주로 해당 지역 언론과 인터뷰 일정을 잡는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이날 인터뷰는 거절하고, 사진은 함께 찍었다. 지역을 방문할 때는 주로 해당 지역 언론과 인터뷰 일정을 잡는다.

전문가들은 막판 ‘백기사’ 등장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고, 당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거론되는 인사들이 출마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스테픈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는 힐러리는 트럼프에게 한 번 패배한 경험이 있고, 블룸버그는 대중적 인기가 없기 때문에 출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더럼(노스캐롤라이나)=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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