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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입증해야 생리휴가 준다고? 아시아나 유죄 판결한 법원

아시아나항공 [중앙포토]

아시아나항공 [중앙포토]

지난 2015년 6월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 노조는 “수년간 특별한 이유 없이 승무원들의 생리휴가 신청을 거부했다”며 회사를 고발했다. 2년 뒤 검찰은 아시아나 측에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아시아나 측은 “정식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할 것”이라는 취지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지난 8일 1심은 결국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고, 아시아나 측에 검찰 약식명령과 같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 73조에는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아시아나는 어떤 근거로 ‘무죄’를 주장한 걸까. 그에 대해 재판부는 왜 ‘유죄’라고 판결했을까.  
 

"'생리 안 함' 증명 안 되면 생리휴가 부여해야" 

아시아나 측은 “생리휴가를 주지 않았다며 처벌하려면 당시 근로자에게 정말 생리현상이 있었는지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어떤 식으로든 여성 근로자는 생리휴가를 신청하면서 본인이 현재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리 중인지 아닌지 모르는 여성에게 생리휴가를 ‘불허’한 게 어떻게 위법이냐는 취지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이상훈 판사도 “생리휴가는 생리 현상이 있을 당시에만 쓰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판사는 “여성 근로자에게 생리휴가를 청구하며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 요구한다면,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어 제도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가 폐경, 자궁제거, 임신 등으로 인해 생리현상이 없다는 비교적 명확한 정황이 없는 이상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생리 중이 아니다'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생리휴가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측은 “생리휴가가 휴일,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어 생리현상 존재가 의심스러운 사정이 많았다”고도 주장했다. 실제 생리 중이 아니었는데도 길게 쉬기 위해 제도를 악용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서도 이 판사는 “여성의 생리현상은 하루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며칠에 걸쳐, 몸 상태에 따라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며 “더욱이 그 기간이나 주기가 반드시 일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가 휴일이나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다는 것 등은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대한 명백한 정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력충원 등 사측이 노력했어야"  

아시아나 측은 “객실 승무원 대다수가 여성인데, 이런 식으로 생리휴가를 쓰면 기내는 누가 돌보냐”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생리휴가 요청을 모두 허가하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른 작업장에 비해 생리휴가 청구 건수가 너무 많아 요청대로 모두 다 허가해주기는 어려웠다고도 밝혔다.  
 
재판을 통해 아시아나 측이 소명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년 동안 총 1만579건의 생리휴가 청구가 있었고,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은 총 7703건의 생리휴가 청구가 있었다. 아시아나는 2014년에는 이 중 약 4600건의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하고, 2015년에는 6개월 동안 약 4700건의 생리휴가 청구를 허가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아시아나 측의 ‘하소연’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2014년에 4600건을 거절하고, 2015년 상반기에 4700건을 거절할 정도의 상태인데 아시아나 측이 이 사건 고발(2015년 6월) 이전에 대체인력의 확보와 일정 조정 등을 통해 생리휴가 부여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는 아무런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 주장대로 생리휴가가 너무 많아 문제였다면 인력을 더 충원하거나,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다른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었을텐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가 '비용과 대가'도 고려해야"  

‘대다수가 여성 근로자라 업무 공백을 고려해 생리휴가를 다 주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누가 여성만 압도적으로 채용하라고 강요했나’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 판사는 “객실승무원 약 3500명 중 3300명이 여성이라는데, 객실승무원의 압도적 다수를 여성으로 채용해야 할 필연적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이는 단지 아시아나가 승객들에게 양질의 객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선택한 경영상 판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여성 모델을 회사 홍보에 활용하며 ‘젊은 여성 승무원에 의한 양질의 서비스’를 회사 장점으로 내세우는 경영상 선택을 했으면, 그에 따라 부수되는 비용과 관련 법규의 준수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려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게 타당하다”며 “젊은 여성 승무원들의 육체적·감정적 노동을 사용해 회사 가치 높이려 했으면서 그로 인한 비용과 대가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적법한 행위를 하기 어려웠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 2라운드 돌입, 노조·사측 모두 항소

이 판사는 “다른 업종보다 객실승무원의 생리휴가 청구가 높은 이유는 생리기간 중 좁은 비행기 안에서 높은 강도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용자는 이를 반영해 조금이라도 근로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판결에 대해서는 양측이 모두 항소하면서 재판은 2라운드로 돌입했다. 아시아나 노조 측은 벌금형이 너무 낮다는 취지고, 회사 측은 유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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