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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와 바람난 건 조상귀신 탓" 12억 챙긴 종교인 무죄

종교 의식을 치러주는 대가로 12억여원의 돈을 받은 종교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스1]

종교 의식을 치러주는 대가로 12억여원의 돈을 받은 종교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스1]

2001년부터 2개 사업체를 운영하며 10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등 경제적으로 여유 있던 A씨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집안 대대로 수명이 짧았는데 아들마저 질병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혼한 전력이 있었지만, 내연녀와 바람이 나 부인과는 별거 중이었다. 고민하던 A씨는 2009년 신문 광고를 보고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한 종교시설을 찾았다.
 
이곳의 운영자 B씨(64)는 “가정이 편하지 않고 아들이 고생하는 건 몹쓸 여자 귀신과 조상귀신이 몸에 붙어 서로 다투기 때문”이라며 “나는 절대자인 하늘의 명을 대행하는 사람이니 입천제로 조상귀신을 하늘로 보내 구원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과 딸이 급사할 수도 있다는 말에 A씨는 2010년부터 6년간 13번에 걸쳐 종교의식의 대가로 7억8700만원을 건넸다.  
 
B씨는 또 버스 기사인 C씨에게는 “당신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한 건 모두 조상귀신들에 원인이 있다”며 천인 합체 의식을 이유로 5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B씨는 결국 흉사가 일어날지를 좌지우지할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들의 궁박한 사정을 이용해 3명에게 총 12억17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B씨는 “조상을 잘 모셔야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일반적인 교리를 설명하면서 각자 재산 규모에 맞는 의식 등급을 선택하게 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민철기)는 지난 24일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들이 B씨의 종교의식이 효과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스스로 진행한 것이고, B씨의 행위가 전통적인 종교의 범위에서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판결의 취지다.  
 
재판부는 먼저 B씨가 이런 무속의식을 시행할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B씨는 1999년부터 무속인으로 활동해왔는데 2011년에는 대한신불교에서 법사 자격을 받았다. 또 그가 운영하는 종교시설에서 많게는 100명 가까이 참석하는 기도회가 열린 점에서 재판부는 “최소한의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봤다.  
 
또 ‘조상을 섬기는 의식을 행하면 그 기운을 자손들이 받아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B씨의 교리가 다른 무속신앙과 비교해 특별히 더 허황됐다고 보지 않았다. 자신을 절대자나 창조주로 말한 것 역시 “무당이 접신하면 신격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자신의 지위를  부풀린 정도가 지나치다거나 이례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피해자들이 처음부터 의식을 치르지 않은 것도 B씨가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가 됐다. 이들은 처음에는 상담만 받고 돌아갔다가 나중에 입천제를 진행했는데, B씨의 제안을 고려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피해자들이 B씨를 고소한 게 마지막 의식을 시행한지 2년 정도 지난 후라는 점도 B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과학적인 근거가 없음을 알면서도 정신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 수차례 의식을 시행했으나 B씨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가 사라지면서 나중에야 속았다고 생각해 고소를 결심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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