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작곡가의 광적인 욕망·상사병이 만들어낸 명곡

기자
이석렬 사진 이석렬

[더,오래]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3)

여인에 대한 사랑과 환상을 담은 교향곡 중에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특히나 유명하다. 천재적인 관현악 솜씨와 대담한 구상으로 칭송받는 이 음악 속에는 매력적인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해리엇 스미드슨이고 명곡 속에서 불멸의 여인으로 남았다.
 
베를리오즈와 스미드슨이 처음 만난 건 1827년이었다. 아니, 만났다기보다는 남성이 그냥 바라만 봤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영국의 여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이 처음으로 프랑스 무대에 선 것이 1824년이었고, 베를리오즈가 그녀를 무대에서 본 것이 그녀의 프랑스 데뷔 3년 후의 일이었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베를리오즈의 나이는 24살이었다.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 그의 '환상교향곡'은 천재적인 관현악 솜씨와 대담한 구상으로 칭송받는 곡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 그의 '환상교향곡'은 천재적인 관현악 솜씨와 대담한 구상으로 칭송받는 곡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해리엇은 이미 파리에서 인기가 높은 유명 배우가 되어 있었고 베를리오즈는 성공을 꿈꾸는 무명 작곡가였다. 베를리오즈가 오데옹 극장에서 스미드슨을 처음 보았을 때 그는 강한 흥분상태를 느꼈으며 그녀의 미모와 재능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베를리오즈는 이때의 체험을 ‘마음속의 대격변’이라고 표현했다. ‘마음속의 대격변’을 체험한 후에 베를리오즈는 이 여인에게 접근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한다.
 
무명의 작곡가는 유명 여배우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관심을 끄는 데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빚을 내서 음악회를 개최했지만 여성은 그 소식을 듣지 못했다. 짝사랑 편지들을 보냈지만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유명 여배우에게 무명의 작곡가는 너무나 멀리 있는 존재였다. 심리어 해리엇은 그녀의 하녀에게 다시는 편지를 받아오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상사병에 걸린 남성은 무서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마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남성을 괴롭혔다. 남성은 꿈속에서 사형장으로 끌려갔으며 이렇게 무서운 환상은 후에 음악으로 표현되었다. 남자의 짝사랑은 악몽 같은 꿈도 꾸게 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베를리오즈의 역작이 여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간이 찾아온다. 1830년 12월에 그 유명한 '환상교향곡'이 파리음악원에서 발표된 것이다. 베를리오즈는 이 교향곡에서 자신의 사랑과 재능을 대담하게 드러냈다. 이 교향곡은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처럼 5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졌는데 5개의 악장 모두가 뛰어난 상상력과 구상력으로 이루어져 당대의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작곡가의 지인들은 이 교향곡이 사랑의 체험과 고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환상교향곡'의 공연 때 해리엇을 초대하여 베를리오즈와 만나게 하였다. 여인은 이날의 주인공이 자기에게 광적인 연애편지들을 보냈던 그 남자임을 알고 감격했다고 한다. 3년 후에 베를리오즈와 해리엇은 결혼을 하였고 그 이듬해엔 아들 루이가 태어났다.
 
베를리오즈는 1830년 12월 발표한 '환상교향곡'에 자신의 사랑과 재능을 대담하게 드러냈다. 5개의 악장 모두가 뛰어난 상상력과 구상력으로 이루어져 당대의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사진 pexels]

베를리오즈는 1830년 12월 발표한 '환상교향곡'에 자신의 사랑과 재능을 대담하게 드러냈다. 5개의 악장 모두가 뛰어난 상상력과 구상력으로 이루어져 당대의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사진 pexels]

 
베를리오즈의 사랑은 개인의 환상과 욕망으로 시작된 사랑이었다. 상대와의 실제 소통은 없었던 혼자만의 사랑이었다. 어찌 보면 헛된 망상이라고도 치부될 수 있었던 그런 사랑이었다. 한눈에 반한 사랑은 무명의 작곡가에게 쓰라린 체험을 안겨주었고 이러한 체험이 예술로 승화된 것이다.
 
베를리오즈 자신이 말한 것처럼 작곡가는 이 교향곡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전의 영혼의 황량함과 막연한 동경 등에 대해 회상한다. 그리고 그녀를 본 뒤 갑자기 당겨진 불화살 같은 사랑의 열병과 고통을 토로한다.
 
해리엇에 대한 베를리오즈의 사랑은 명작의 모티브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두 사람의 존재는 교향곡의 세계에서 창조적인 모습으로 빛나고 있다. 망상이라고도 치부될 수 있었던 사랑이 역사의 명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당대의 작곡가 리스트는 '환상교향곡'을 칭송하면서 베를리오즈에게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그녀는 당신에게 영감을 주었소! 당신은 그녀를 노래했으니 그녀의 과업은 완수된 것이오!’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