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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 때리고 울던 그 시절, 지금은 추억으로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12)  

학교에 안 간다고 떼쓰던 손녀를 억지로 보내놓고 나니 딸도 마음이 안 좋아보였다. [중앙포토]

학교에 안 간다고 떼쓰던 손녀를 억지로 보내놓고 나니 딸도 마음이 안 좋아보였다. [중앙포토]

 
며칠 전 아침에 손녀가 갑자기 학교에 안 간다며 이방 저방을 도망 다녔다. 딸이 한참을 어르고 달래다가 시간이 급하니 애를 잡아끌고 나간다. 교문 앞에서도 안 들어간다고 울며 떼쓰는 아이를 학교에 던져? 놓고 그냥 왔단다. 그러면서 제 마음도 속상한지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지켜보는 입장에선 손녀보다 내 딸이 안쓰럽고 속상해서 출근길 차 안에서 이유 없이 눈물이 나온다. 훗날 아이에게 들으니 구구단 시험을 치는데 못 외워서 학교에 가기가 싫었단다. 우리는 그 시절에 산수를 배웠는데 요즘은 수학을 배운단다.
 
딸아이의 행동에서 문득문득 흑백영화처럼 스쳐 가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많이 배우고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되었어도 자기도 모르게 투쟁의 대상이 되는 자식과의 관계는 어쩔 수 없는 관계의 연속인 것 같다. 어찌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부모라고 순조롭기만 하겠는가.
 
어쩌면 애가 셋이나 되는 딸은 지금 영화 속 주인공인 같은 나이의 지영이보다 세배나 더 힘들는지도 모르겠다. 말 못하는 갓 난 아이가 내게 갈등과 대립, 그리고 타협을 가르쳐 주었듯이. 소통도 안 되고 밤이 새도록 울어 재낄 때 창문으로 같이 뛰어내리고 싶었던 적이 그녀라고 없었을까. 그러나 자라는 아이를 보며 이 아이로 인해 행복한 시간만을 떠올리며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하니 아이가 애증을 가르쳐주는 스승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울 때 나는 회초리를 들곤 했다. 체벌을 하면서 내가 잘 키워서 아이들이 잘 큰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앙일보]

아이를 키울 때 나는 회초리를 들곤 했다. 체벌을 하면서 내가 잘 키워서 아이들이 잘 큰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앙일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나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내가 아이를 키우며 하는 행동을 바라봐주는 어른이 없었다. 아이를 이기지 못할 때는 회초리를 들고 설쳤다. 그래서 큰 죄책감도 없이 내가 잘 키워서 잘난 자식이 되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가끔 딸아이와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지가지 풍경이 서로 다른 생각으로 기억나 웃고 운다. 한 가지 기억 중, 그 시절엔 머리에 왜 그리 서캐가 생기던지…. 어느 날 한 부모님이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디디티농약을 머리에 뿌리기로 했다. 무식하기가 이를 때 없었던 시절이다.
 
그런데 그 당시 일곱 살이던 겁 많은 딸아이가 도망을 갔다. 도망을 가면 그냥 두면 될 텐데, 그때는 한 녀석이라도 빠지면 그 아이 때문에 금방 서캐가 다시 생기게 되니 약을 치나 마나 한 일이 되었다. 마치 달리기 경주하듯이 끝까지 따라가 등을 때리며 우는 아이를 붙잡아 온 것이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은 왜 지금도 또렷이 남는지 모르겠다.
 
 
그 일을 생각하며 반성 모드로 이야기하는데 아이는 그냥 우스운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내겐 큰 상처가 아이는 추억이 되기도 하는 기억의 모순이 신비롭다. 아이들은 부모가 회초리를 들고 살았던 어린 날들의 이야기를 재밌어했다. 대화를 하면 늘 ‘내가 그랬어?’라며 깔깔거리고 웃어주었다. 자식의 모습으로 내 곁에 머물 수 있었던 때가 있었고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그다음, 또 그다음 세대도 투쟁은 이어진다는 걸 알면 덜 미안할 것이다. 훗날 딸아이가 나이 들어 내 나이가 될 때쯤이면 오늘의 일도 두 모녀가 동화 같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으로 남아 ‘정말~내가 그랬어?’라며 깔깔 웃었으면 좋겠다.
 
날마다 동선을 알 만큼 미주알고주알 아이 이야기를 해대던 딸은 그날의 행동이 무안하고 부끄러운지 며칠째 연락 두절이다. 이참에 나도 먼 이웃이 되어 삐쳐 있어 본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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