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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2m 산책로에 개 목줄은 4m···견주는 “순해요, 안 물어요”

지난 26일 서울 성북구의 좁은 산책로에서 60대 주부 이모씨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반려견 두 마리가 그의 다리를 스쳤다. 깜짝 놀란 이씨가 옆을 쳐다보니 주인이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있었다. 산책로의 폭은 약 2m였다. 하지만 목줄은 약 4m까지 늘어났다. 두 반려견은 산책로 좌우로 흩어졌다. 이씨는 반려견이 무서웠지만 피해서 걸을 데가 없었다. 그는 견주에게 “줄을 당겨 짧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견주는 “그냥 가시면 돼요. 안 물어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반려견들이 멀어질 때까지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이씨는 “20년 전 이웃집 개에 물린 적이 있다. 견주가 순하다고 칭찬하던 개였다”면서 “좁은 길에서 개를 마주치면 순간적으로 도망칠 곳이 마땅치 않아 공포감이 든다”고 말했다.   
견주가 비좁은 산책로 양옆으로 반려견을 끌고 가자 시민들이 피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견주가 비좁은 산책로 양옆으로 반려견을 끌고 가자 시민들이 피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주말을 맞아 산책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약 한 시간 동안 반려견은 10여 마리 지나갔다. 하지만 산책로의 폭보다 목줄을 짧게 한 반려견은 두 마리에 불과했다. 반려견이 옆에 다가오자 4세 여아는 소리를 지르며 어른 뒤로 숨었다. 반려견을 피해 난간에 몸을 바짝 붙인 아이도 있었다.  

2016년 1월~올 8월 개에 물려 병원이송만 8346건

한 어린이가 반려견이 달려들자 소리를 지르며 피하고 있다. 그 앞에 다른 어린이는 반려견을 피해 난간에 바짝 붙었다. 임선영 기자

한 어린이가 반려견이 달려들자 소리를 지르며 피하고 있다. 그 앞에 다른 어린이는 반려견을 피해 난간에 바짝 붙었다. 임선영 기자

반려견 목줄 ‘2m 제한’ 추진 … 어기면 과태료 최대 50만원  

 
반려견 목줄이 일반화됐지만 이제는 목줄의 길이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목줄의 길이는 1~12m로 다양하다. 요즘엔 4~5m까지 늘어나는 자동줄을 많이 쓴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목줄 길이 규정이 없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는 2016년1월~올 8월 8346건(119 구급대 병원 이송 기준) 발생했다. 지난 6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선 목줄을 한 반려견이 3세 여아의 허벅지를 물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견의 외출용 목줄 길이를 2m로 제한(반려견 놀이터 등 시·도 조례 지정 시설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10일 입법예고했고, 21일 의견 청취를 끝냈다. 이 개정안이 법제처 심사를 통과하면 내년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동현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장은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2m는 주인이 반려견을 통제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길이”라고 말했다. 위반하면 20만~5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목출 미착용에 부과되는 액수와 같다. 
지난 6월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목줄을 한 폭스테리어가 3세 여아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 SBS]

지난 6월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목줄을 한 폭스테리어가 3세 여아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 SBS]

“2m도 길다” VS “동물 학대”… 올 미착용 과태료 부과 8건 
 
산책로에서 만난 시민 대다수는 ‘목줄 2m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정순(75)씨는 “이게 사람 산책로인지 개 산책로인지 모르겠다. 반려견을 피하느라 제대로 걷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박모(50)씨는 “좁은 길에선 2m도 길다. 길이 제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모(54)씨는 “공공장소에선 반려견 산책을 제한하거나 아예 안고만 다니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견주들은 ‘2m 제한’을 반대한다. 농식품부에 e메일 등을 통해 20여 건의 반대 의견을 냈다. “견주와 시민 사이의 갈등만 유발할 것” “권고 사항으로만 해달라” 등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목줄 2m 제한 철회’ 요청 글이 올라 636명이 동의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지모(39)씨는 “짧은 목줄은 동물 학대의 상징인데, 동물 복지가 후진국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책로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반려견을 피해 걸었다. 임선영 기자

또 다른 산책로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반려견을 피해 걸었다. 임선영 기자

규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목줄 미착용도 단속을 잘 못하는데 길이를 단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 1~9월 반려견 1157마리의 목줄, 배변 처리, 등록 여부 등을 점검했다. 이 가운데 목줄 미착용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8건(약 0.7%)에 불과했다. 이운오 서울시 동물관리팀장은 “과태료 부과를 위해 필요한 신상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도망가는 시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산책로에선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반려견도 보였다. 임선영 기자

산책로에선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반려견도 보였다. 임선영 기자

미국·독일·캐나다 등 목줄 길이 1~2m 제한

 
일부 외국은 목줄 길이를 제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LA 카운티와 오렌지 카운티, 뉴욕시 등은 약 1.8m로 규제한다. 독일 베를린시는 공원이나 운동장에선 2m로, 공공건물·보행로·엘리베이터에선 1m로 제한한다. 캐나다 토론토시 역시 외출시 1.8m로 해야 한다.
 
이혜원 잘키움동물복지행동연구소 대표(건국대 겸임교수)는 “목줄이 2m 넘으면 반려견이 사람에게 달려들 때 줄을 당겨 통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반려견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목줄 길이에 대한 규제 결과까지 낳았다. 법제화 해 근본적으로 시민의식을 바꿔야한다”고 했다.
한 시민이 반려견의 목줄을 짧게 말아 쥐고 걷고 있다. 임선영 기자

한 시민이 반려견의 목줄을 짧게 말아 쥐고 걷고 있다. 임선영 기자

박애경 한국애견연맹 사무총장은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나 좁은 도로에서 줄을 짧게 하는 건 펫티켓의 기본이다. 또 목줄이 길면 반려견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사람이나 자전거가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반려견도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보호법은 단속 이전에 인식을 바꾸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만큼 법 도입의 취지를 충분히 알려 문화를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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