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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칼럼] “경제는 말아먹고 집값만 말아올리는가”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그제 국회연설에서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은 ‘야당 리스크’”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 리스크’를 더 큰 위협으로 지목한다. 조국 전 장관이 “나는 사회주의자”라 고백한 이후 해외 언론들은 아예 현 정부를 사회주의로 못 박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강남 좌파의 사회주의 실험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라며 “투자자를 괴롭히는 것도 문 대통령 자신”이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성장·집값·지지율 마지노선 붕괴
외신 “좌파 실험이 최대 리스크”
경제 실패 인정하고 정책 안 바꾸면
내년 총선 때 경제 심판론 거셀 것

10월 들어 경제가 꼬꾸라지면서 중요한 마지노선들도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우선 성장률 2%가 허물어졌다. 3분기 성장률이 0.4%로 내려앉아 올해 2% 성장은 물 건너갔다. 과거 오일쇼크·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가 외부 충격에 따른 타박상이었다면 이번에는 정책 실패와 잠재성장률 하락 등 내부의 악성종양에 따른 저성장이란 게 문제다.
 
지난주에는 국토부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온 아파트 평당 1억원선이 뚫렸다. 서울 반포동의 전용면적 84㎡(34평형) 아파트가 34억원에 거래된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초저금리에다 넘치는 유동성이 신축 아파트 쪽으로 풍선처럼 쏠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갤럽조사에서 국정 지지율마저 마지노선인 40% 아래로 주저앉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부정 평가의 이유로 인사문제(17%)보다 민생·경제문제(25%)를 더 많이 꼽았다는 점이다. 지지율 붕괴가 조국 사태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민심이 크게 요동치는 배경은 주로 경제·민생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7~8월 문 대통령 지지율이 18%포인트(71%→53%)나 곤두박질한 때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증발하고 소득 양극화가 벌어진 데 이어 서울 강남의 부동산값까지 치솟은 게 결정타였다.
 
요즘 정부의 궁색한 논리는 듣기 민망한 수준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문 대통령과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장담한 장밋빛 전망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맞아떨어진 게 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이호승 경제수석이 “우리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며 “위기론은 근거 없다”고 희망 고문의 총대를 맸다. 그렇다면 왜 경제 위기가 아닌데도 적자 국채 60조원 등 초수퍼 예산안을 들이미는지 의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뒤늦게 예산안 통과를 위해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엄중한 상황”이라 고개를 숙였다.
 
합리적 정부라면 경제가 망가지기 전에 당연히 정책을 전환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치 구도를 보면 문 대통령의 운신 폭이 좁은 것도 사실이다. 촛불과 탄핵의 주력부대였던 민주노총은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가 역주행하고 있다”며 11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참여연대도 “왜 재벌 개혁은 손도 안 대느냐”며 경제 민주화를 다그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반발을 의식해 정책을 바꿀 기미조차 없고, 경제 관료들은 그런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납작 엎드려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초 “청년 실업률 9.8%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국가 비상사태”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10.5%로 올랐지만 비상 조치는커녕 일인당 300만원의 구직수당을 살포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정치적 구호는 쉽지만 경제 문제는 풀기 어렵다. 물론 청와대도 내년 총선의 경제심판론에는 긴장하는 눈치다. 문제는 정책 여력이다. 올해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믿고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 살포한 탓에 9월 이후 남은 재정 여력이 22.6%에 불과하다. 실탄이 떨어진 것이다.
 
더 중요한 잠재성장률 제고는 아예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미국은 2010년 1%였던 잠재성장률을 올해 2%대 초반까지 끌어올렸다. 생산성 향상·국제 경쟁력 강화에다 첨단 산업 비중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생산성’ ‘경쟁력’이란 단어 자체를 기피한다. 오로지 재정만 퍼부으며 기적이 일어나길 고대할 뿐이다. 그나마 유일한 희망은 2017년 9월 이후 24개월간 경기가 수축됐다는 점이다. 과거의 평균 수축 기간이 18개월이었던 만큼 곧 팽창기가 도래하리라 기계적으로 믿고 있다.
 
한국 경제는 세계 12위다. 그런 위상에 걸맞지 않게 경제원론에도 없는 사회주의식 생체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현 정부는 여전히 기업을 ‘이윤만 밝히는 부도덕한 존재’로 여기고, 경쟁을 불평등의 근원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러니 결과의 평등을 위해 세금과 보조금만 늘어나고 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요즘 인터넷에는 “왜 좌파 정권마다 경제는 말아먹고 집값만 올리느냐”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심지어 세계 최빈국인 북한마저 남쪽을 향해 “타들어 가는 경제 상황을 타개할 뾰쪽한 방안도 없이 말 재간이나 부리고 정신 구호만 나열한다”며 조롱한다. 이낙연 총리는 “공직자에겐 4대 의무에다 설명의 의무까지 더 있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한국 경제가 왜 이렇게 처량한 신세가 됐는지, 더이상 구차한 핑계가 아니라 납득 가능한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의 경제심판론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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