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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정규직 ‘0’ 커녕 폭증…일자리 정부의 참담한 역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달려간 경제 현장이 인천공항공사였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환호했다. 우리 사회의 커다란 숙제인 비정규직 문제가 금방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었다. 이로부터 2년 반가량 지난 어제, 통계청의 근로형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는 참사 수준이다. 지난 1년 사이 정규직은 35만여 명 줄고, 비정규직은 86만여 명 늘었다. 정규직 비율은 67%에서 63.6%로 쪼그라들고, 비정규직은 33%에서 36.4%로 크게 늘었다. 비정규직의 규모와 비율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국정과제 1호’로 추진했던 일자리 정부의 역설이다.
 

1년 새 비정규직 86만 증가, 역대 최대
정부는 조사방법 탓 “작년과 비교 말라”

정부는 성적표 감추기에 급급하다. 주무과장이 서던 브리핑석에 이례적으로 통계청장이 직접 나와 “작년과 단순 비교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조사 방법이 달라져 지금껏 잡히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가 대거 포착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 통계의 목적이 무엇인가. 비교 가능한 일련의 수치를 제시해 정책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것 아닌가. 비교 못 할 통계를 왜 세금을 들여 생산하는가. 조사 방법 변경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 폭은 35만~50만 명 정도다. 작년과 같은 통계 방법을 적용하더라도 비정규직이 최소 36만 명 늘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3만 명가량 증가세와 비교하면 10배 이상이다. 마음만 먹으면 참고용 자료 등을 만들어 이런 추세를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었다. 이러니 현 정부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에 빠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경제 현실을 면밀히 살피지 못했던 무리한 정규직화 정책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낳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여러 공기업에서 친인척 채용 비리가 터졌고, 한국도로공사 등에서는 본사 직고용을 주장하는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규직화 기대가 잔뜩 부푼 공공부문과 달리 민간 부문은 활력을 잃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이 소득주도성장 및 친노동정책 기조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성찰 없이 재정 확대만 강조한다. 병인(病因)은 외면한 채 대증 요법에만 매달리는 격이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억지로 만드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 혹은 자투리 업무다. 30~40대 일자리가 줄고 60대 이상 일자리만 늘어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고서 정부는 장밋빛 수치만 나열하며 ‘올바른 방향’ ‘선방’ 운운한다. 경제 침체 국면에서 재정 투입은 필요한 일이지만, 우물을 파려면 물이 나올 만한 곳을 파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결국 민간이 만든다. 지금이라도 명확한 정책 전환을 통해 민간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용기 있는 현실 인식과 솔직한 자성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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