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82년생 김지영’과 98년생 김지영 다르다

여자 프로농구 KEB하나은행의 98년생 김지영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속 주인공과 달리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한다. 공을 한 손으로 쥔 김지영. [사진 KEB하나은행]

여자 프로농구 KEB하나은행의 98년생 김지영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속 주인공과 달리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한다. 공을 한 손으로 쥔 김지영. [사진 KEB하나은행]

최근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82년생 김지영’이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박스오피스 1위다.  
 

여자농구 코트서 만난 동명이인
지그재그 드리블, 더블 클러치
남자선수 하면 나도 한다 자신
슛 자세도 올시즌 한손으로 바꿔
84년생은 은퇴, 초등생 코치로

주인공인 1982년생 김지영은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많았던, 경력 단절 주부다. 아이를 키우는 한국 사회의 30대 여성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모습이다.
 
스포츠도 다르지 않다. 한국 여성이, 그것도 아이를 키우는 주부가 스포츠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에는 여자 프로스포츠에 주부 선수가 적지 않다. 그들 역시 영화 속 김지영처럼 힘들게 선수로서, 또 엄마로서 살아간다. 그런데 문득 ‘김지영’이라는 여자농구 선수가 떠올랐다. 비교적 흔한 이름이지만, 21년차 한국 여자프로농구(WKBL)에는 2명의 김지영이 있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중앙포토]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중앙포토]

  
#84년생 김지영
 
1984년생 김지영(35·은퇴)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2003년 KB에 입단해 한 시즌만 뛰고 은퇴했다.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았다. 그는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에 입문한 김씨는 “처음 시작할 때 ‘여자가 무슨 농구냐’며 반대가 심했다”며 “우리 시절엔 선수를 강압적으로 대하는 걸 당연한 관습으로 알았다.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어떻게 살지’ 하는 두려움에, 또 ‘말해서 뭐해’ 하는 생각에 참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농구를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만큼은 ‘항상 행복해지자’고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98년생 김지영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WKBL 경기가 열린 28일 부천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또 한 명의 김지영, KEB하나은행 가드 1998년생 김지영을 만났다.  
 
그는 “지영은 ‘널리 뜻을 펼치라’는 의미다. 여자에게 흔한 이름이지만 농구선수 중에는 동명이인이 드물었다”며 “외삼촌이 농구선수였다. 남동생 농구하는 모습을 봤던 엄마가 ‘다칠 수 있다’며 딸이 농구하는 걸 반대했다.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지인이 그에게 “네 이름과 책 제목이 같다”며 소설책을 선물했다. 그는 “(영화를 두고) 남녀간 논쟁으로 시끄럽던데, 누군가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 이야기다.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영화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98년생 김지영은 2016년 유로스텝에 이어지는 더블클러치를 멋지게 성공해 화제가 됐다. [사진 KEB하나은행]

98년생 김지영은 2016년 유로스텝에 이어지는 더블클러치를 멋지게 성공해 화제가 됐다. [사진 KEB하나은행]

 
영화에서는 지영의 어머니가 이상 증세를 보이는 딸에게 “너 하고픈 거 해”라고 하면서 따뜻하게 안아준다. 98년생 김지영은 82년생 김지영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한다.
 
남자가 한다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게 98년생 김지영의 자세다. 그는 18세였던 2016년 11월, 남자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유로스텝(지그재그 드리블)에 이어지는 더블클러치(몸이 뜬 상태에서 한번 더 슛하는 동작) 슛을 멋지게 성공했다. 이 영상이 한동안 큰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현재 김지영은 성장통을 앓고 있다. 평균 득점도 지난 시즌보다 뚝 떨어졌고(5.89점→1.67점), 출전 시간도 반토막(24분 27초→11분49초) 났다. 낙심하고 실의에 빠질 것 같지만, 김지영은 “그래도 최대한 밝게 웃으려 한다. 웃으면 복이 오잖아요”라고 말했다. “영화와 소설 때문에 그를 주목하게 됐다”는 이병완 WKBL 총재도 “시련이 있어도 늘 웃는 김지영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김지영은 힘든 일이 있어도 최대한 밝게 웃으려 한다. 그는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사진 김지영 인스타그램]

KEB하나은행 김지영은 힘든 일이 있어도 최대한 밝게 웃으려 한다. 그는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사진 김지영 인스타그램]

김지영은 요즘 많을 때는 새벽과 오전, 오후, 야간까지, 하루 네 차례 슛 연습을 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슛 자세도 여자선수가 대개 사용하는 두 손 대신 남자선수처럼 한 손으로 바꿨다. 시간이 날 때마다 모니터에 내려가는 표시대로 공을 드리블 하는 게임기 ‘레이저’도 한다.
 
시즌 개막 전인 7월, 3대3 농구대회(트리플잼)에도 출전했다.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로도 뽑혔다. 남자 중고등학생팀을 상대로 연습경기도 마다치 않는다. 김지영은 “운동에서 나이와 성별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자 선수가 몸싸움도 잘하고 기량도 월등하다. 그래도 배울 게 있다면 부딪히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영은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카와이 레너드(28·LA 클리퍼스)를 좋아한다. 롤모델을 얘기하라면 임영희 우리은행 코치 이름을 댄다. 임영희는 20년 이상 뛰면서 600경기 이상 출전했고, 지난 3월 39세 나이로 은퇴했다. 김지영은“임영희 선배처럼 마흔 살까지 뛰고 싶다”고 했다. 결혼 얘기를 꺼내자 “농구를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남자 나타나지 않겠냐”며 웃었다. 그는 “영화 때문에 절 찾아왔지만, 진짜로 더 노력해서 다시 한번 더블클러치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부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