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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생명의 무게

이에스더 복지행정팀 기자

이에스더 복지행정팀 기자

지난해 1월 25일 서울아산병원 분만실에서 체중 302g, 키 21.5cm로 손바닥 한 뼘보다 작은 아기가 태어났다. 임신 24주 만에 태어난,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였다. 당시 의료진이 예측한 아기의 생존 확률은 1% 미만. 생존 한계로 보는 300g을 간신히 넘긴 상태였다. 아기는 가녀린 몸으로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이겨냈다. 169일간의 집중 치료 끝에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심장·장수술 등 미숙아들이 흔히 받는 수술을 단 한 번도 받지 않고 모든 장기가 정상적으로 성장했다.
 
한 해 국내에서 1.5㎏ 미만 ‘극소 저체중 미숙아’가 3000명가량 태어난다. 20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500g 미만의 ‘초(超)극소 저체중 미숙아’도 최근 3년간 163명 태어났다. 생존율은 28%로,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의학 발전에 힘입어 작디작은 아기들은 오늘도 기적을 쓰고 있다.
 
임신 34주인 임신부에게 불법 낙태수술을 시행하고 이 과정에서 멀쩡하게 태어난 아기를 숨지게 한 산부인과 의사가 구속되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만삭(40주)을 6주 남긴 태아의 평균 몸무게는 2.5㎏. 만기 분만아와 다름없다. 구속된 의사는 제왕절개 수술로 태아를 꺼냈고, 살아서 태어난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다. 낙태가 아닌 사실상 영아 살해 사건인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형법상 낙태죄 금지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미숙아 생존 한계를 감안해 임신 22주를 낙태 가능 한도로 제시했다. 내년 12월까지 형법을 손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국회·정부는 손 놓고 있다. 이대로 1년 2개월 뒤면 임신 40주라도 낙태가 가능한 무법 상태가 올까 걱정된다. 생명의 무게를 고뇌해야 할 시점이 턱밑까지 다가왔다.
 
이에스더 복지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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